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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명품업계, 韓은 진짜 '봉'인가

오피니언 기자수첩

명품업계, 韓은 진짜 '봉'인가

등록 2023.07.04 15:02

윤서영

  기자

reporter
글로벌 명품업계가 올해도 어김없이 연이은 가격 인상에 나서고 있다. 샤넬은 이미 올해 상반기에만 국내 판매 가격을 두 번이나 올린 상태다.

명품 브랜드들은 1년에도 수차례씩 제품 가격을 인상하며 원·부자재 가격과 인건비·제작비 상승, 원·달러 환율 변동 등에 따라 불가피했다는 입장을 내비친다. 그러나 언젠가부터 가격 인상 주기는 점점 짧아지고 있고 인상 폭은 가팔라지고 있다.

이로 인해 연례행사처럼 여겨지고 있는 명품업계의 가격 인상은 결국 '배짱 영업', '한국 소비자는 봉'이라는 인식을 지울 수 없게 만든다.

사실 국내 명품 소비가 명품업계 사이에서도 놀랄 정도라는 점은 부정할 수 없다. 미국 투자은행(IB) 모건스탠리에 따르면 한국인의 지난해 명품 소비 지출액은 168억달러(약 21조원)로 집계됐다. 전년보다 무려 24% 증가한 수치다. 1인당 명품 소비 금액은 325달러(약 42만원)로 세계 1위다.

특히 명품 가격 인상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중국 시장은 현재 애국소비 현상인 '궈차오' 열풍이 확산되면서 글로벌 기업들이 저평가됐다는 분석이 우세하다.

다만 한국 시장은 분위기가 달랐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억눌린 보복소비로 인해 명품 구매에 불이 붙으면서 '명품 3대장' 에루샤(에르메스·루이비통·샤넬)는 지난해 국내에서 4조원에 육박하는 매출을 거둬들였다.

물론 올해에 들어서면서 코로나19 기간 동안 고성장에 따른 역기저 효과와 잦은 가격 인상으로 인한 피로감 등으로 그 열기가 조금씩 식어가고 있는 모습이지만 여전히 명품업계는 한국을 중요한 시장으로 꼽는다.

이는 해외 명품 패션 업체들의 국내 직진출 선회 사례가 늘어나고 있다는 것만 보더라도 충분히 가늠할 수 있는 대목이다. 한국 명품 시장 규모가 빠르게 확대되자 홀로서기를 통해 수익성을 강화하기 위한 차원이다.

한국은 유독 먹거리와 생활필수품 등 소비자 물가에는 인색한 반면 몇백만 원에서 많게는 몇천만 원을 넘나드는 명품들의 가격 인상에는 당연하다는 듯이 관대한 모습을 보인다. 명품업계 입장에서는 가격을 올려도 어느 정도의 수요가 뒷받침되기 때문에 한국 소비자들의 눈치를 볼 필요가 없어진다는 의미기도 하다.

자본주의 사회 속 시장 가격에 대한 결정은 수요와 공급이 만나는 점에서 이뤄진다. 원가가 1만원인 제품도 수요가 '0'이라면 이마저도 폐기되지만 1000원으로 만들더라도 원하는 소비자가 많다면 몇 배를 넘어선 가격에도 팔리는 것이 시장 원리다.

고물가 등 경기 침체가 장기화 되고 있는 만큼 국내 소비자들도 현명하고 합리적인 소비를 지향할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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