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정비 조례안 시행에 정비사업 속도대형건설사 브랜드 선호에 양극화 심화사업성 좋은 곳만 선별 수주 가능성도
정비업계에 따르면 서울시는 이달 1일부터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 조례안을 시행한다. 이에 따라 재건축·재개발 등 정비사업의 시공사 선정 시기가 현행 사업시행인가 이후에서 조합설립인가 이후로 크게 당겨진다. 조합설립인가가 나면 곧바로 시공사를 선정할 수 있도록 조정한 것이다.
건설업계는 정비사업의 시공사 선정 시기가 종전보다 최소 1∼2년가량 앞당겨져 시공사 보증으로 사업 초기부터 대출 등 사업비 조달이 쉬워지고, 인허가 등 사업 절차도 빨라질 것으로 전망한다. 아울러 불필요한 설계나 인허가 변경 등으로 발생할 시간·비용 문제도 해소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현재 서울 내 조합설립을 완료한 재개발·재건축 현장은 총 134곳으로 수주액 규모만 40조원에 이를 예정이다. 이는 지난해 정비사업 전체 수주액 규모인 42조원에 맞먹는 수치로, 가로주택 등 소규모 정비사업까지 포함할 경우 예상 수주고가 50조원으로 증가할 예정이다.
이에 건설사들도 본격적으로 움직일 것으로 보인다. 그동안 원자잿값과 인건비 등 공사비 급등으로 건설사들이 출혈경쟁은 피하고 선별수주에 나서는 등 소극적으로 움직였지만 하반기부터 알짜 사업지가 많이 나오는 만큼 일감 확보에 적극적으로 나설 가능성이 크다.
실제로 강남구 압구정 현대아파트 재건축 지구를 비롯해 개포동 주공 5·6·7단지, 서초구 신반포 2·4·7·12·16·20차 등에서 시공사 선정이 곧바로 가능해진다. 성동구 성수동 전략정비구역이나 용산 정비창 일대 등 강북의 인기 재개발 구역들도 조합설립인가 단계다.
특히 재무구조가 안정적인 대형건설사 위주로 수주가 이뤄질 것으로 예상된다. 대형건설사는 강남과 한강변 위주로 수주전략을 짜는 모양새다. 삼성물산은 개포주공6‧7단지와 과천주공10단지 등을 노리고 있다. 현대건설은 개포주공5단지와 대치우성1차, 한남4구역, 압구정아파트3지구(현대아파트)에 공을 들이고 있다. GS건설은 올해 상반기에 시공사를 선정하는 노량진1구역이 주력사업장으로 꼽힌다.
일각에서는 서울 정비사업 수주시장에서 대형건설사와 중견건설사의 양극화가 더 심화될 것을 우려하고 있다. 시공사 선정 시기가 당겨지면 브랜드파워에서 밀리는 중견사들이 그만큼 선정에 불리할 것이라는 이유에서다. 정비업계 관계자는 "아무래도 조합 입장에선 대형건설사 브랜드에 대한 선호도가 더 높다"고 전했다.
하지만 상황은 중견건설사 사이에서도 갈리는 것으로 전해졌다. 소규모 정비사업 위주로 진행해 온 시공사들의 경우 시공사 선정이 이미 같은 절차로 돌아가고 있다는 입장이다. 중견건설사 관계자는 "중견사들 중 현재 가로주택 정비사업이나 소규모 재건축을 주축으로 하는 회사들은 와닿지는 않지만 사업이 빨라진다면 건설사 입장에서 나쁠 것 없다"고 밝혔다.
아울러 건설업계는 향후에도 사업성이 밝은 곳에서 수주 경쟁이 치열해지고 자잿값과 인건비 감당이 힘든 소규모 단지들은 건설사들이 외면하는 양극화 현상이 심화할 것으로 보고 있다.
여경희 부동산R114 수석연구원은 "조합·시행사 등 사업 주체와 시공사 간 공사비 갈등으로 인해 신규 분양도 계속해서 미뤄지는 추세"라며 "건설사들이 사업성이 낮은 곳은 외면하면서 앞으로 주택 공급 차질로 이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뉴스웨이 주현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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