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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 칼럼 지역 혁신경제와 출연연

등록 2023.08.11 16: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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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 혁신경제와 출연연 기사의 사진

산업통상자원부는 7월 20일 반도체·이차전지·디스플레이 등 신산업을 위한 국가첨단산업단지(이하 첨단산단) 7개를 지정했다. 반도체는 경기 용인·평택, 경북 구미, 충북 청주가, 이차전지는 경북 포항, 전북 새만금, 울산이 선정됐다. 디스플레이는 충남 천안·아산이 선정됐다.

전국을 두루 살펴 선정한 것만 같지만, 투자 금액 관점에서 보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총 614조원의 민간투자 가운데 경기 용인·평택의 반도체 클러스터에 총 562조원이 2042년까지 투자된다. 나머지 52조원이 6개 첨단산단에 투자되는데, 그중에서도 충남 천안·아산의 디스플레이 첨단산단에 17조2000억원이 투자되는 걸 감안하면, 나머지 수도권 지하철로 연결되지 않은 지역의 5개 산업단지가 35조원을 대략 5년간 받게 되는 셈이다.

'수도권 편중' 또는 '수도권 몰아주기'라고 평가하는 것은 쉬운 일이다. 평가단은 정부가 보장하는 대규모 첨단산단 투자받기 위해선 구체적으로 대기업 혹은 유니콘 기업이 있거나 들어올 예정이어야 하고, 지자체가 전액 예산을 쓰거나 매칭펀드를 통해 인프라 투자나 연구 여건 개선 등을 해야 하며, 지역 내부 산학연(산업·학교·출연연)이 혁신을 해낼 수 있는 역량과 수행 경험이 있어야 한다고 전한다. 광역지자체의 미래 먹거리 마련을 위해 신사업 구상을 하려고 지원했는데, 이미 기업·인프라·연구역량 모든 것이 갖춰진 곳들이 결국 유리해질 수 있는 상황이다.

달리 생각해 보면, 이번 7개 첨단산단 지정은 민간투자를 유치한다는 관점에서 제조대기업들과 유니콘 기술기업들이 무엇을 바라는지에 대한 선호를 분명히 알려준다는 점에서 참조해 볼 만하다. 인프라 투자나 앵커기업 유치야 지방 정부의 의사결정과 단체장의 '개인기'가 발휘될 수 있는 영역이다. 그러나 혁신 생태계 조성이라는 영역은 '우수한 과학기술 인재 확보'라는 측면의 질문을 제기한다.

우수한 과학기술 인재는 어떻게 확보되는가? 크게 보아 "좋은 학교가 있어야 한다", "도시가 매력이 있어야 한다", "좋은 일자리가 있어야 한다"는 입장이 존재한다. 첫 번째를 인력풀 우선주의, 두 번째를 창조도시론(매력도시론), 세 번째를 양질의 일자리 우선주의라 표현할 수 있다. 지식기반사회가 전개되기 시작한 1980년대 이후 논쟁은 계속되고 있다. 일단 인력풀 우선주의와 창조도시론은 사실 같은 말의 다른 표현이기에 특별한 변별은 없다.

다양성과 창의성이 넘치는 매력적인 도시를 청년들은 좋아하고, 청년들이 모여서 잘 벌고 잘 쓰면 도시의 매력도가 상승한다. 어쨌거나 최근에는 경제지리학자 마이클 스토퍼를 위시한 양질의 일자리 우선주의가 힘을 얻는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면 양질의 일자리는 어떻게 만들 수 있나?

중앙정부나 지방정부가 좋은 일자리를 만들라고 요구하는 것 역시 익숙한 풍경이다. 우선 한국은 1970년대에 공공이 민간의 투자를 지원하고 유도해 일자리를 창출한 적이 있다. 중화학공업화를 통한 제조업 일자리 창출이다. 당시의 일자리 주력은 생산직 노동자들과 공정관리자들이었다.

청년들이 대졸 이상 고학력자가 되고 산업이 고도화된 상황에서 유의미하지 않은 전략이다. 2010년대에는 행정복합도시 세종이 건설되고, 지자체마다 혁신도시가 지어지고 공무원들과 공공부문 노동자들이 전국에 흩뿌려졌다. 하지만 그들은 주말마다 서울로 셔틀버스나 기차를 타고 향하곤 했다. 가족 동반 이주는 턱없이 부족했다. 그렇다면 지식기반사회, 고학력화, 혁신도시의 실패라는 맥락을 고려하며 민간기업의 수도권 선호를 극복하고 양질의 일자리를 만들고 국가적으로는 혁신역량을 높일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일까?

제안해 보고 싶은 아이디어는 주로 대전에 입지하고 있는 국가과학기술연구회 소속 21개 정부출연연구기관(이하 출연연) 가운데 한국의 주력제조업 연관 연구원들을 현장 배치하는 것이다. 예컨대 선박해양플랜트연구소는 대전에 있을 것이 아니라 울산과 거제 중 한 군데 혹은 중간 거점인 창원이나 양산, 김해 정도에 배치하고, 항공우주연구원은 사천이나 창원 인근으로 이전시키는 것이다. 기계연구원 역시 창원이 정도로 배치되는 것이 적절하다.

애초KIST(한국과학기술연구원) 설립 시부터 과학기술 출연연의 목적은 기업들이 당장 투자하지 못하는 응용기술을 기업들과의 협업을 통해 만들어 내는 데 있었다. 지역균형발전 관점에서도 석사 이상 이공계 연구인력들이 내려오는 것이 산업의 고도화 및 혁신 역량 확보 관점에서 큰 도움이 된다. 기존 제조업의 고도화와 신산업을 위한 연구개발과 스핀오프 관점에서도 도움이 된다.

비수도권 지역에 '좋은 일자리'가 없다며 떠나는 청년들에게도 고학력 일자리 창출은 충분한 정주의 동기부여가 될 것이다. 물론 이 역시 온전한 해답은 아닐지 모르나 그만큼 산업전환 속 지역 간 불균등이 심하다. 대담한 정책을 생각해 볼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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