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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 미고에 어라이벌까지···현대차, 해외 스타트업 옥석가리기

산업 자동차 투자의 '씬'

미고에 어라이벌까지···현대차, 해외 스타트업 옥석가리기

등록 2023.08.16 15:11

박경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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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고‧퍼셉티브 오토마타 보유지분 전량 처분英 어라이벌 장부가액 1000억원대→9억으로딥글린트 등 일부 스타트업 보유주식은 증가

미고에 어라이벌까지···현대차, 해외 스타트업 옥석가리기 기사의 사진

현대자동차가 어라이벌, 미고 등 '아픈 손가락'이었던 스타트업들과 협업관계를 사실상 끝냈다. 성장이 정체되고 수익 창출에 어려움을 겪는 기업은 과감히 손절매하고, 성장 잠재력이 높은 스타트업의 지분은 추가로 확보한 모습이다. 그간 공격적으로 다양한 스타트업에 투자했던 현대차가 본격적인 옥석가리기에 돌입했다는 평가다.

16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현대차는 올해 상반기 미국의 모빌리티 서비스 전문업체 '미고(Migo)'에 투자했던 돈을 모두 회수했다. 현대차는 앞서 지난 2018년 7월 23일 미고에 22억7000만원을 투자해 8.33%의 지분을 확보했다.

하지만 현대차는 23억4800만원의 평가손을 입고 5년 만에 보유지분 전량을 처분했다. 미고는 2017년부터 '모빌리티 다중통합'이라는 신개념 서비스 미국 최초로 선보인 스타트업이다. 현대차는 전략적 협업을 통해 미국의 차량공유 시장을 공략하고자 했지만, 미고의 성장이 한계에 다다랐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미고의 지난해 당기순손실액은 198억원에 달한다.

현대차는 미국의 인공지능(AI) 전문 스타트업 '퍼셉티브 오토마타(Perceptive Automata)' 지분도 전량 처분했다. 현대차는 지난 2018년 9월 16억6900만원을 투자해 퍼셉티브 오토마타 지분 2.56%를 손에 넣었다. 하지만 올해 상반기엔 보유주식 38만6428주 전량을 매각하면서 퍼셉티브 오토마타와의 관계를 끊었다. 퍼셉티브 오토마타의 지난해 당기순손실액은 82억4900만원으로, 현대차는 17억7000만원의 평가손을 떠안았다.

현대차는 전략투자를 바탕으로 로보틱스 분야에 활용할 수 있는 인간행동 예측 기술을 퍼셉티브 오토마타와 공동 연구해왔다. 미래 모빌리티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선 다양한 AI 기술 확보가 급선무라는 판단에서다. 하지만 5년째 별다른 성과가 나오지 않은 점이 투자금 회수의 배경이 된 것으로 추측된다.

어라이벌이 개발한 전기차 스케이트보드 플랫폼 개념도. 사진=현대차 제공어라이벌이 개발한 전기차 스케이트보드 플랫폼 개념도. 사진=현대차 제공

특히 현대차는 1031억원이나 투자했던 영국 '어라이벌(Arrival)'과도 사실상 이별했다. 현대차는 올해 상반기 어라이벌 보유지분 1309만8240주(지분율 1.99%) 가운데 1283주6275주를 처분하면서 지분율을 1.40%로 줄였다. 1000억원이 넘었던 어라이벌의 장부가액은 4년 만에 8억8700만원으로 쪼그라든 상태다.

현대차는 앞서 지난 2019년 12월 상업용 전기차 전문 업체 어라이벌에 대규모 투자를 단행하고 도시에 특화된 소형 상용 전기차를 공동 개발해왔다. 경쟁력 있는 가격의 상용 전기차를 선제적으로 출시해 성장세가 가파른 유럽 친환경차 시장에 적극 대응하기 위해서다.

투자 당시 어라이벌의 특화된 모듈형 전기차 플랫폼 기술과 현대차·기아의 대규모 양산차 개발 역량의 결합으로 큰 관심을 모았다. 하지만 어라이벌은 수익성 제고에 어려움을 겪으면서 나스닥 데뷔 2년 만에 상장폐지 위기에 몰리기도 했다. 실제로 어라이벌의 지난해 당기순손실액은 무려 5206억원에 달한다.

반면 현대차는 성장 잠재력을 유지하고 있는 스타트업엔 투자 규모를 더 늘렸다. 중국의 AI 전문 스타트업인 딥글린트에 대한 보유주식은 기존 899만2124주에서 올 상반기 140만4025주 늘어난 1039만6149주로 확인됐다. 이에 따라 딥글린트의 장부가액도 기존 375억2500만원에서 468억6700만원으로 불어났다. 현대차의 딥글린트 평가손익은 166억400만원으로, 다른 해외 스타트업과 달리 대규모 평가이익을 얻었다.

지난 2013년 설립된 딥글린트는 AI를 적용한 초고화질 카메라 영상인식 기술을 보유한 비전기술 전문기업이다. 현대차는 이 같은 딥글린트의 AI 기술이 차량과 도로의 상호 연결성을 강화해 자율주행차의 안전성과 경쟁력을 높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또 현대차는 지난 2019년 8월 약 15억원을 투자했던 에피웨이(Appyway)의 지분율도 소폭 확대했다. 에피웨이는 영국의 주차 스타트업으로, 현대차는 올 상반기 약 20만주를 추가로 사들여 1.65%였던 지분율을 1.97%로 끌어올렸다.

이에 대해 김필수 대림대학교 미래자동차학과 교수는 "현대차는 미래 모빌리티 경쟁력 확보를 위해 다양한 스타트업에 투자해왔다"면서도 "하지만 최근엔 성장 잠재력이 떨어지는 곳은 정리하면서 옥석가리기가 본격화됐다고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대기업 입장에서 스타트업 전략투자 이후 5년이 넘어가도록 (사업에 대한)그림이 그려지지 않으면 투자를 더 이상 이어가기 어렵다고 본다"며 "특히 최근엔 경기 침체와 고금리 여파로 유동성 확보가 중요해진 만큼, 스타트업에 대한 투자도 더욱 신중해질 수 밖에 없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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