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노릇', '갑질' 등 연이은 발언에 은행 당혹 "초과 이익 환수 관철시키려는 포석" 관측도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달 30일 국무회의에서 '은행의 종노릇을 하는 것 같다'고 호소한 소상공인·자영업자의 사연을 소개했다. 이어 지난 1일엔 민생 타운홀 미팅 자리에서 "우리나라 은행은 갑질을 많이 한다"면서 "독과점 시스템을 어떤 식으로든 해소해야 한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연초 '이자장사', '공공재' 발언으로 은행을 공포로 몰아넣은 정부가 그 수위를 높여 다시 한 번 업권을 압박하고 나선 셈이다.
그런 만큼 은행업 현장 곳곳의 반응은 냉랭하다. 정책에 발맞춰 상생에 동참한 은행을 근거 없이 '악마화'했다는 이유에서다.
실제 주요 은행은 연초부터 이른바 '상생금융 플랜'을 제시하며 고통분담에 앞장서왔다. 가계대출 금리를 인하하고 기업에 신규 자금을 투입했으며, 전세사기 피해가 사회문제로 떠올랐을 땐 서둘러 지원책을 내놓기도 했다.
또 은행은 대통령의 대선 공약인 '청년도약계좌'를 위해서도 상당한 재원을 쏟아 붓는 상황이다. 이는 은행 이자와 정부 지원금을 더해 목돈을 만들어주는 5년 만기 금융상품인데, 상품 구조를 뜯어보면 정부보다 은행 측 부담이 크다. 은행이 원금과 정부 기여금에 대한 이자까지 제공하고 있어서다. 즉, 생색은 정부가 내고, 책임은 은행이 짊어지고 있다는 얘기다.
아울러 주요 은행은 'PF(프로젝트파이낸싱) 대주단 협약'을 바탕으로 전국 사업장에서 기한이익 부활, 신규 자금 지원, 이자 유예, 만기 연장 등을 지원하며 부동산 시장 정상화에도 힘을 보태고 있다.
사회공헌활동도 한창이다. 은행연합회가 펴낸 보고서를 보면 지난해 은행이 사회공헌활동에 쓴 비용은 1조2380억원으로 전년 대비 16.6% 늘었다. 2006년 보고서가 처음 발간된 이래 가장 큰 액수다.
이렇다보니 일각에선 정부가 자신들의 실책을 감추는 동시에 무언가를 요구하고자 은행을 재차 도마에 올린 게 아니냐는 볼멘 목소리가 흘러나오고 있다.
현재 금융당국은 정책 서민금융 효율화 방안을 준비하고 있는데, 출연금과 기부금을 늘려 은행 등의 초과 이익을 환수하는 방안을 고려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횡재세'를 도입하는 게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판단에 기부를 늘리는 쪽으로 선회했다는 전언이다. 따라서 이번 발언도 은행의 참여를 끌어내려는 포석으로 읽힌다.
하지만 정부가 자신들의 정치적 목표를 위해 금융을 도구화해선 안된다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금융산업노조는 최근 성명을 통해 "일관성 없는 정부의 개입으로 인한 잠재적인 손실은 은행 문턱을 높여 금융취약계층에게 피해를 전가하고 고통의 악순환을 양산한다"면서 "정부가 국민의 대출상환 부담 증가를 단순히 은행 '돈장사' 탓으로 돌리는 것도 모자라 은행 노동자마저 파렴치한으로 취급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정부는 정책실패와 무능을 감추기 위한 금융의 정치화를 즉각 중단하고 정부재정 편성을 통한 서민금융 지원책 마련에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뉴스웨이 차재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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