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급 사업 넘어 디벨로퍼로?···보유 용지 가치 1년 새 2.5배 늘어단가 경쟁력 앞세워 중소규모 단지 노려···현금흐름도 '파란불'주택 외 먹거리 부족···모회사 DL이앤씨 자금줄로 전락하나
DL건설은 오는 12월21일 임시주주총회를 열고 DL이앤씨 주식과 모회사인 DL이앤씨 주식을 0.3704268 대 1 비율로 교환하는 주식 교환 안건을 처리할 예정이다. 주식교환에 반대하는 주주들을 위해서 내년 1월 10일까지 주식 매수청구를 진행하고 내년 3월 비상장회사로 전환을 완료할 계획이다.
DL건설은 2020년 3월 삼호가 고려개발을 흡수합병 방식으로 탄생했다. 합병 직후 시공능력평가 순위 16위에 오르며 중견 건설사로 단숨에 도약했다. 올해 시공능력평가 순위는 13위다.
업계에서는 DL건설이 비상장회사로 전환되면 현재 주력인 주택사업에 더욱 치중할 것으로 보고 있다. 업계관계자는 "이미 DL건설은 건축과 토목 비중이 8:2로 건축에 치중돼 있다. 건축분야에서도 주택사업 외엔 별다른 사업이 없다"면서 "비상장회사로 전환하면 굳이 모회사와 겹치는 분야에 진출할 이유가 더욱 줄어들 것"이라고 했다.
DL건설은 그간 모회사인 DL이앤씨의 주택브랜드인 e편한세상을 공유하면서 매출을 키워왔다고 평가받는다. 인건비 등 원가가 DL이앤씨보다 저렴하다는 것을 내세워 비교적 사업성이 좋지 않은 곳을 중심으로 '틈새시장'을 공략해 왔다는 것.
실제로 DL건설은 자신의 최대 장점인 단가 경쟁력을 극대화하는 데 힘을 쏟고 있다. 다수의 빌라 밀집 지역을 묶어서 재개발하는 모아타운이나 비교적 면적이 작은 지역은 개발하는 소규모 정비사업과 가로주택정비사업에 치중하는 것이 대표적이다. 이들 사업은 부지 면적에 비해 조합원 수는 많은 데 반해 일반분양은 적어 다른 재개발‧재건축보다 사업성이 떨어진다.
합병 직후부터 내세워 온 캐치프레이즈인 '디벨로퍼로의 사업구조 전환'도 같은 맥락이다. 디벨로퍼가 되면 시행 이익과 시공 이익을 모두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DL건설은 2021년 디벨로퍼팀을 신설하고 인력을 충원했다. 자체 개발사업을 위해 확보한 보유 용지도 지난해 상반기 372억원에서 올해 상반기 929억원으로 계속 늘리고 있다.
알뜰살뜰한 경영 덕택에 경영 성과도 좋은 편이다. DL건설의 주택건축 부문의 매출액은 합병 직전 해인 2019년 1조782억원에서 2020년 1조3914억원, 2021년 1조5302억원, 지난해 1조5506억원으로 계속 증가했다. 영업이익도 올해 3분기 174억원의 실적을 올리며 시장 예상(155억원)을 웃돌았다.
현금이 풍부하고 빚이 적다는 것도 DL건설의 장점이다. 올 3분기 기준 DL건설의 현금 및 현금성 자산은 5913억원이다. 반면 차입금은 2714억원으로 현금성 자산의 45%에 불과하다. 부채비율도 84.9%로 타 건설사에 비해 낮다.
다만 일각에선 주택사업에 지나치게 의존하고 있다는 것에 우려를 표하기 한다. 주택사업의 특성상 경기의 흐름에 따라 등락이 심할 수밖에 없다는 것. DL건설의 매출에서 주택 분야가 차지하는 비중은 80%를 웃돈다.
실제로 지난해부터 급격히 오른 원자재가격과 인건비는 DL건설에게도 큰 부담이 되고 있다. DL건설의 원가율은 ▲2020년 84.78% ▲2021년 84.84% ▲2022년 91.95% ▲올해(3분기 기준) 93.61%로 계속 상승했다.
업계에선 DL건설이 자체 동력을 잃고 DL이앤씨의 자금줄로 전락할 수도 있다는 견해도 제기된다. 100% 자회사가 되면 회사가 얻는 수익을 DL이앤씨가 모두 가져가게 되고, 사업성이 좋은 곳도 DL이앤씨에게 넘겨주는 상황이 생길 수 있다는 것.
업계관계자는 "DL그룹 입장에선 그간 경쟁업체로부터 DL이앤씨와 DL건설이 별도 회사라는 공격을 받아 수주에 어려움을 겪는 경우도 많았다"면서 "100% 자회사가 되면 영업적인 측면에서 DL건설에게 유리한 부분이 있을 것이고, DL이앤씨는 DL건설이 아끼는 비용을 고스란히 수익으로 가져갈 수 있게 된다"고 했다.
뉴스웨이 장귀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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