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PO 차질·매각 불발···29일 콜옵션 행사 여부 논의경쟁력 약화에···업계, 경영권 강제 매각 가능성 점쳐"5년차부터 희망퇴직" 인건비 손봐 향후 매각 정지작업
업계에서는 11번가가 재무적투자자(FI) 주도 하에 강제 매각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28일 업계에 따르면 SK스퀘어는 오는 29일 이사회를 열고 11번가 콜옵션 행사 여부를 논의한다.
앞서 11번가는 지난 2018년 나일홀딩스컨소시엄(PEF 운용사 H&Q 컨소시엄·국민연금·새마을금고)으로부터 5000억원 투자를 유치하며 5년 내 상장을 약속했다. 이 기간 내 상장을 마치지 않으면 투자금에 연 8% 이자를 더해 돌려주기로 했는데, 올해 9월이 IPO 마지노선이었다.
하지만 11번가는 지난해 주관사 선정 이후 별다른 움직임을 보이지 않았다. 지난 2019년 영업이익 14억원을 낸 이후 적자를 지속하고 있어 실적도 좀처럼 개선되지 않았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IPO 시장 환경까지 어려워지고 회복될 기미가 보이지 않자 SK스퀘어는 지분 매각으로 방향을 틀었다.
이에 SK스퀘어는 지난 9월부터 나일홀딩스컨소시엄이 보유한 지분 18.18%를 큐텐에 지분 교환 방식으로 넘기는 방안을 두고 협상을 진행해왔다. 양측은 기업가치 측정을 위한 상호 실사를 진행한 뒤 지분 교환 비율에 대한 협상을 벌였지만, 합의점을 찾지 못하면서 매각이 불발됐다.
또 다른 인수 후보로 거론되는 미국 아마존과 중국 알리익스프레스의 모기업 알리바바 또한 별다른 움직임을 보이지 않고 있다. 일각에서는 쿠팡이나 네이버 등 국내 기업들이 지분 인수에 나설 것이란 관측도 나오고 있으나, 이는 가능성이 매우 희박하다.
새 투자자를 찾기 못하면 콜옵션 조항에 따라 SK스퀘어는 나인홀딩스컨소시엄이 보유한 11번가 지분을 다시 사들이거나, FI가 SK스퀘어의 11번가 지분까지 동시에 제삼자에 매각하는 '동반매도요구권'(드래그얼롱)을 행사하는 것을 지켜봐야 한다.
업계는 11번가 경영권 강제 매각 가능성이 유력하다고 보고 있다. SK스퀘어가 콜옵션을 행사해 지분을 되사오려면 원금에 이자까지 붙여 사들여야 하는데, 현재 11번가가 그만큼 투자를 할 가치가 있는 플랫폼이냐에 대한 의견이 분분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콜옵션 행사를 포기했다가 11번가가 5000억원도 안 되는 값에 팔리면 SK스퀘어에게 돌아가는 몫은 없다. 1조원이 넘는 자산을 모두 날려야 한다는 점이 부담일 것이라는 의견도 많다.
업계에서는 상황이 어찌 되든 SK스퀘어가 11번가를 품고 있지는 않을 것이란 의견이 중론이다. 콜옵션을 행사하든 하지 않든 11번가를 정리하려고 할 것이란 이야기다. 11번가는 다음 달 8일까지 만 35세 이상 5년 차 이상 직원을 대상으로 희망퇴직 신청을 받기로 했는데, 이 또한 SK스퀘어가 이커머스 사업을 이어가지 않을 것이란 관측에 무게를 싣는다.
통상 기업은 매각 실사 전, 고정비용을 최소화하고 매각에서 효율성을 높이기 위한 방법으로 인력을 감축한다. 조직이 슬림화되면 여기서 드는 고정비용이 줄었다는 의미다. 이 추세대로 5년 후, 10년 후의 가치를 평가했을 때 에비타(EBITDA)가 높아 보일 수 있게끔 인건비를 손보는 것이다.
게다가 SK그룹은 소비재나 유통기업이 아니다. 그만큼 11번가가 SK의 사업 포트폴리오와 동떨어져 있다는 것이다. 이 또한 업계가 SK가 11번가를 계속 품고 있지 않을 것이란 분석의 근거가 된다.
업계 관계자는 "이번 희망퇴직은 매물로서 11번가의 매력을 끌어올리려는 사전 정지작업으로 보인다"며 "현재 콜옵션을 행사해도, 포기해도 난감한 건 마찬가지다. 큰 손해를 볼 수는 없으니 고심이 깊을 것인데, SK그룹 사업 포트폴리오 전체로 봐서도 11번가는 관여도가 크지 않으니 끝까지 안고 가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뉴스웨이 김민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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