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대' 중국 시장서 점유율 회복 안간힘 경쟁사 추격, 외교 정책 실패 등 악조건에도'온디바이스 AI' 강점 살려 자존심 되찾는다
'바이두 AI'로 갤럭시 S24 현지화···중국 시장 공들이는 삼성
삼성전자는 올 들어 중국 스마트폰 사업에 부쩍 신경을 쏟는 모습이다. 2019년 광둥성 후이저우 공장의 문을 닫은 이래 투자를 줄이며 거리를 두는 듯 했으나, 갤럭시 S24 시리즈 출시를 기점으로 활발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먼저 삼성전자는 지난달 25일 중국에서 별도로 갤럭시 S24 출시 행사를 열고 시장 공략을 위한 본격적인 행보에 착수했다.
이 자리에서 최승식 삼성전자 중국총괄 부사장은 "삼성 갤럭시 S24 시리즈가 의미 있는 AI 경험을 통해 기술 지형을 재정립할 것"이라며 "미래의 더 많은 가능성을 열고, 소비자의 삶을 풍성하게 만들 것"이라며 제품에 대한 자부심을 드러냈다.
또 삼성전자는 중국에서 유통되는 제품엔 바이두 생성형 AI '어니봇'를 탑재함으로써 소비자의 '입맛'을 맞췄다. 갤럭시 S24에 담긴 AI 기능은 삼성전자 '가우스'와 구글 '제미나이' 등 거대언어모델(LLM)로 운영되는데, 여기에 '어니봇'를 추가해 실시간 통역 콜과 콘텐츠 번역·요약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복안이다. 삼성전자와 구글의 협업으로 탄생한 '서클 투 서치' 기능도 중국에선 바이두가 지원한다.
양사의 협업은 현지 당국을 고려한 조치이기도 하다. 중국은 AI 분야에서 다방면으로 규제를 확립하고 있다. 작년 10월엔 데이터 내 불법·유해 정보를 제거해야 한다는 등의 'AI 서비스 보안 요구사항' 초안을 공개하기도 했다.
게다가 중국 정부의 견제로 인해 구글 서비스를 운영하는 것도 쉽지 않다. 안드로이드 운영체계(OS)는 허용되지만, 구글의 애드온 모바일 서비스와 앱스토어는 사용할 수 없는 탓에 텐센트 등 서비스가 그 자리를 채우고 있다.
수년째 점유율 '1%'···中 부진에 '글로벌 1위'도 내줘
이처럼 삼성전자가 중국에 공을 들이는 것은 애플로부터 스마트폰 사업 주도권을 되찾으려면 이 시장을 포기해선 안 된다는 판단 때문으로 풀이된다.
삼성전자는 글로벌 시장에서 애플과 1·2위를 다투고 있지만 유독 중국에서만큼은 성과를 내지 못하는 모양새다. 2013년까지만 해도 20%에 육박하던 점유율이 현재 1% 수준으로 내려앉으면서 사실상 존재감을 잃었다는 평가를 받는다.
2023년 중국 스마트폰 시장 점유율이 아직 공개되지 않았으나, 복수의 전문가들은 삼성전자가 여전히 다섯 손가락 안에 들지 못할 것이란 관측을 기정사실로 받아들이고 있다.
글로벌 시장조사업체 카날리스(Canalys)가 발표한 중국 스마트폰 시장 보고서(작년 4분기 기준)에서도 삼성의 이름을 찾아볼 수 없다. 애플이 24%의 점유율로 선두를 지키는 가운데 ▲아너(16%) ▲비보(15%) ▲화웨이(14%) ▲샤오미(13%) 등 현지 기업이 뒤를 잇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삼성전자가 지난해 글로벌 시장에서 애플에 스마트폰 '판매 1위' 자리를 내줬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회사 내부에선 중국에서의 부진을 놓고 아쉬움 섞인 목소리가 쏟아지기도 했다.
높은 가격, 현지 업체 추격에 입지 흔들···정부 실책도 한 몫
삼성전자 '갤럭시'가 중국 소비자의 선택을 받지 못하는 배경은 복합적이다. 가격부터 정치적 이슈에 이르기까지 여러 요인이 복잡하게 얽혀있다.
화웨이와 샤오미를 필두로 한 중국 스마트폰 기업이 기술적 측면에서 빠짝 추격해온 게 첫 번째다. 이들의 제품이 유사한 구조를 띠면서도 더 낮은 가격으로 판매되는 탓에 삼성전자가 높은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를 추구하는 현지인의 관심에서 멀어졌다는 진단이 나온다.
일례로 삼성전자의 전작 '갤럭시 S23'과 '샤오미 13'의 울트라 모델만 비교해도 이러한 부분이 확연히 드러난다. 모두 퀄컴 스냅드래곤8 2세대 칩셋과 12GB 이상의 램, 6.8인치(샤오미 6.73인치) 디스플레이를 탑재하는 등 비슷한 스팩을 갖췄지만, 가격(512GB 모델 출고가)은 갤럭시 S23 172만400원, 샤오미 13 108만8365원으로 약 65만원의 차이를 보인다.
샤오미의 제품도 삼성전자만큼 진화하고 있다. 이 회사는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열리는 '모바일 월드 콩그레스(MWC)' 현장에서 '샤오미14' 시리즈를 선보이는데, 해당 제품엔 16GB 램은 물론 갤럭시 S24 울트라와 같은 스냅드래곤 8 3세대를 채택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로 인해 중국 소비자도 자연스럽게 자국 제품으로 눈을 돌릴 수밖에 없다는 게 전반적인 견해다.
무엇보다 중국 경제가 급격히 성장하고 있다고 하나, 2022년 기준 1인당 GDP(국내총생산)는 1만2740달러(약 1700만원)로 우리나라의 절반 수준에 불과하다. 대다수의 사람에게 고가의 갤럭시 S24를 위해 선뜻 지갑을 열 정도의 여유는 없다는 의미다.
덧붙여 일각에선 현 정부의 외교 실책도 삼성전자의 부진에 일조한 것으로 본다. 출범 이후 대미 무역 비중 확대와 '탈중국'이라는 정책 기조를 고수하면서 우리나라 최대 교역국과의 관계가 틀어졌고, 이는 한국 브랜드를 향한 중국 소비자의 반감을 불러일으킨 것으로 분석된다.
중국 매체 TMT포스트는 최근 보도에서 "삼성전자는 전세계적으로 통일된 가격 정책을 유지하고 있는데, 중국 소비자에겐 부담스러운 수준"이라며 "높은 가격이 경쟁력을 상실하고 시장 점유율을 떨어뜨리는 요인 중 하나로 작용하고 있다"고 언급했다.
그러면서 "그 요구에 부응해 가성비를 끌어올리지 않는다면 삼성전자가 중국 시장에서 입지를 회복하는 데 오랜 시간이 소요될 것"이라고 제언하기도 했다.
AI 기능에 '갤럭시' 만족도 껑충···분위기 반전 기대감↑
고무적인 대목은 AI로 무장한 갤럭시 S24가 출시 초반 세계적으로 뜨거운 호응을 얻고 있다는 점이다.
미국 정보기술(IT) 제품 후기 비교 플랫폼 '퍼펙트렉' 조사에서 갤럭시 S24 기본 모델과 플러스, 울트라에 대한 소비자 만족도는 91%, 84%, 88%로 집계됐다. 애플의 아이폰 15 기본·플러스·프로·프로맥스가 작년 10월 기록한 77.2%, 80%, 71.4%, 77.2%를 웃도는 수치다.
삼성전자가 프리미엄 제품의 만족도로 애플을 넘어선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업계에선 언어의 장벽을 허문 실시간 통역과 혁신적 검색 경험을 제공하는 '서클 투 서치', 손쉬운 사진 편집 등 AI 기반 서비스를 배경으로 꼽는다.
따라서 삼성전자가 중국에서도 신제품의 강점을 적극 어필하면 충분히 분위기를 바꿀 수 있다는 기대감이 회사 안팎에서 흘러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갤럭시 S24 시리즈의 가격이 중국에서 높은 축에 속하는 것은 사실이지만, 고소득층 숫자가 우리나라보다 많다는 점을 고려한다면 충분히 소화 가능한 수준"이라며 "현지 스마트폰 시장 트렌드도 'AI'와 '프리미엄 제품'을 중심으로 옮겨가는 만큼 경쟁사가 따라오지 못할 기능을 갖춘다면 과거의 영광을 되찾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뉴스웨이 차재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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