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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 공사비 폭등에 멈춰선 현장···해결책 있는데 못하는 이유

부동산 부동산일반 NW리포트

공사비 폭등에 멈춰선 현장···해결책 있는데 못하는 이유

등록 2024.03.13 07:07

수정 2024.03.14 15:21

장귀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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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설원가 '양대 축' 자재비‧노무비···인플레이션에 천정부지 치솟아전문가 "핵심은 설계‧공기단축‧자동화 선진화···기술인력 키워야"고령화에 외노자 의존 '구조적 문제' 탓에 주먹구구 행태 답습돼

기사내용과 무관. 사진=강민석 기자 kms@newsway.co.kr기사내용과 무관. 사진=강민석 기자 kms@newsway.co.kr

"공사비를 줄이려면 설계의 고도화를 통해 자재를 줄이고, 정밀한 시공으로 이를 실현해야 합니다. '뜨내기' 중심의 건설인력구조에선 이루기 어려운 과제입니다."(건설업계 관계자)

공사비 폭등으로 인해 건설산업 전반이 흔들리고 있다. 인플레이션으로 인해 재료비와 인건비 등 핵심 원가가 오른 탓에 정부와 업계에서도 뚜렷한 대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CM(건설관리)의 전문성과 권한을 선진국 수준으로 강화하고, 현장기술 인력의 고용안정을 통해 노하우가 축적‧전수되는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고 지적한다.

현장 곳곳서 공사비로 인한 파열음···원가 급등에 속수무책



업계에 따르면 최근 공사비 갈등을 빚는 현장이 계속 늘어나는 추세다. 서울시는 최근 공사비 갈등을 빚고 있는 8개 재개발‧재건축사업에 대한 현장조사를 시작했다. 한국부동산원에 접수된 공사비 검증 의뢰 건수는 ▲2019년 3건 ▲2020년 13건에서 공사비 인상이 본격화된 후부터 ▲2021년 22건 ▲2022년 32건 ▲2023년 30건으로 늘었다.

일부 현장에선 공사가 멈춰선 곳도 있다. 세종시에선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발주한 집현동 행복도시 4-2 생활권 공동캠퍼스 건설공사 18공구가 공사비 문제로 지난 5일부터 멈춰 섰다. 패키지로 함께 발주된 평택 고덕 A-58 블록 아파트 건설공사 14공구도 같은 날 공사가 중단됐다. 2022년 6개월 간 공사가 중단됐던 둔촌주공 재건축사업도 공사비 인상이 쟁점이었다.

공사비 갈등이 늘어난 것은 최근 3년 간 공사비 인상폭이 예년에 비해 급격하게 커졌기 때문이다. 한국건설기술연구원이 발표하는 건설공사비지수를 살펴보면 매년 12월을 기준으로 ▲2020년 121.80에서 ▲2021년 138.89 ▲2022년 148.56 ▲2023년 153.22로 매년 10% 이상 올랐다. 건설공사비지수는 건설공사에 투입되는 직접비용을 2015년을 100으로 두고 수치화한 것이다.

그래픽=장귀용 기자그래픽=장귀용 기자

공사비를 구성하는 양대 축인 재료비와 노무비가 모두 올랐다. 한국건설산업연구원에 따르면지난 3년간 건물을 짓는 주원료인 철근과 시멘트는 각각 56.6%, 46.8% 올랐다. 대한건설협회가 조사한 '건설업 임금 실태조사'에 따르면 올해 1월 기준 건설업 근로자 하루 평균 임금은 27만789원으로, 3년 전(23만1779원)보다 16.83% 올랐다.

업계에선 원자재 수급 불안이 한동안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석유와 유연탄 등 에너지원과 철근‧콘크리트 등 주요 원자재 수급에 커다란 악영향을 끼친 우크라이나-러시아전쟁과 이스라엘-하마스분쟁 등이 좀처럼 끝나지 않고 있어서다.

인플레이션도 잡힐 듯 잡히지 않고 있다. 11일(현지시각) 뉴욕 연방준비은행(연은)이 발표한 2월 소비자 기대 조사에 따르면, 3년 뒤 기대 인플레이션(중간값)은 2.7%로, 한 달 전 대비 0.3%p 올랐다. 5년 뒤 기대 인플레이션은 0.4%p 오른 2.9%를 기록했다. 6개월 만에 최고치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원가가 워낙 오른 데다 세계적인 물가 인플레이션으로 각종 경비 등 간접비도 크게 올랐다"면서 "공사비 인상이 불가피한 만큼 특단의 대책이 필요하다"고 했다.

해법은 설계‧시공 효율 올리고 자동화‧기계화···관건은 '인재'(人材)



전문가들은 공사비를 절감하고 사업성을 개선하려면 '건설업의 선진화'가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전문적인 CM을 통해 설계와 시공과정에서의 효율을 높여야 한다는 것. 인건비를 아낄 수 있는 자동화‧기계화도 전문 인력 부족 문제를 먼저 해결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설계와 시공과정에서 효율을 높이려면 가치공학(VE)이 자리 잡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설계과정에선 CM이 개입해 과도하거나 불필요한 부분을 바로 잡아 비용을 절감할 수 있다. 시공에선 공정표를 잘 짜고 현장감독을 강화해 '작업대기'나 '작업공백'을 최소화하면 공사기간을 줄일 수 있어 비용이 절감된다.

다수의 현장에서 현장소장을 지낸 전직 건설사 임원 A씨는 "유럽이나 미국 등 해외건설사는 CM으로서 VE작업을 통해 설계변경만 수행하고도 수천억원의 이익을 올린다"면서 "반면 우리나라는 각종 규제와 심의로 손발을 묶은 탓에 CM의 업무가 감리와 별다른 구별이 안 될 정도로 권한이 적다. 이 때문에 전문 인력도 제대로 양성하지 못한 상태"라고 했다.

자동화와 기계화도 좋은 해법이 될 수 있다. 대표적인 것이 건설현장이 아닌 공장에서 부재, 부품, 설비 등을 생산해 현장에서 조립하는 탈현장 건설공법(OSC)이다. 최근엔 무인기계나 드론 등을 활용한 기술도 도입되고 있다.

문제는 자동화와 기계화를 수행하고 운용할 전문기술인력이 부족하다는 것이다. 현재 국내 건설현장은 기술자 평균 나이가 70대가 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단순 노동자들도 말이 잘 통하지 않는 단기채류 외국인으로 채워지고 있다. 인력구조가 자동화와 기계화를 받아들이기 어려운 상태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바로 옆 일본만 하더라도 전문기술인력들이 자국인 위주로 구성된 데다 가족이나 친지에게 기술을 전수하고 가업으로 이어가는 등 연속성을 가지면서 자동화와 기계화에 상당한 성과를 거뒀다"면서 "국내에선 기술인력에 대한 처우가 다른 나라에 비해 좋지 못한 데다 기술전수에도 적극적이지 않아 젊은 기술인력이 좀처럼 늘지 않고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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