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가안정 묘연···올해 상반기 금리인하 가능성 작을 것美 연준도 이른 금리인하로 인플레 압력 높아질지 우려
한국은행은 오는 12일 정례회의를 통해 기준금리 조정 여부를 결정한다. 금통위는 지난해 2월부터 9번 연속 금리 동결을 결정했다. 시장은 이번 4월 금통위에서도 금리 동결이 유력하다고 내다봤다. 지난 2월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물가가 아직 높고 전망도 둔화할지 불확실하다는 점 등에서 올해 상반기 중 금리인하는 어렵지 않나 한다"는 발언도 영향을 미쳤다.
우선 국내 물가가 여전히 잡히지 않고 있다는 게 금리인하를 어렵게 하는 요인이다. 우선 우리나라 소비자물가지수(CPI) 12개월 상승률은 1월 2.8%를 기록했다가, 2월(3.1%)부터 3%대를 유지하고 있다. 특히 농축산물 전월 대비 20.5% 올라 두 달 연속 20%대를 기록했다. 특히 사과는 88.2% 상승해 전월(71.0%)보다 더 올라 통계 작성 이후 최대 상승 폭을 기록했다. 배(87.8%), 귤(68.4%) 등도 크게 뛰었다. 구매하는 품목 위주로 구성돼 체감물가에 가까운 생활물가지수는 3.8% 상승했다.
가계부채도 금리인하 발목을 잡고 있다. 지난해 4분기 가계신용 증가율은 0.4%로 둔화했으나, 3월 은행권 주택담보대출은 전월보다 4조7000억원 늘어난 860조원을 기록해 12개월 연속 올랐다. 2월 기준으로 역대 세 번째 증가 폭이기도 하다.
이 가운데 부동산 PF(프로젝트파이낸싱) 리스크에 따른 금융 불안도 높은 상황이다. 최근 태영건설 워크아웃 사태로 건설업계 자본 경색이 가시화한 가운데 은행을 비롯한 증권사, 저축은행까지 부동산 PF 대출 우려에 따른 추가 충당금 규모를 높이고 있다. 한은은 이처럼 금융 불안이 확대한 상황에서 금리 변동보다 현상 유지를 통해 상황을 지켜볼 것으로 보인다.
미국 연준의 '6월 금리인하' 기대감이 쪼그라들고 있다는 점도 금리 동결 전망에 힘을 보탰다. 지난 5일 미셸 보먼 미 연준 사는 뉴욕에서 열린 행사에서 "인플레이션 둔화세가 멈추거나 반등한다면 향후 통화정책회의에서 기준금리를 추가로 높여야 할 필요가 생길 위험이 있다고 생각한다"며 "기준금리를 너무 이르게 또는 너무 빠르게 내리는 것은 인플레이션 반등을 초래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최근 파월 연준 의장도 "인플레이션이 확실히 조절되고 있다는 신호가 있기 전까지 금리인하를 서두르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 미 시카고상업거래소(CME) 페드워치 자료를 보면 금리선물 시장에서 미국의 6월 금리인하 가능성은 50.8% 수준에 그쳤다. 지난달 60%를 넘긴 데 비해 금리인하 기대감이 크게 줄어든 셈이다. 이에 따라 시장은 오는 10일 미국의 3월 CPI 상승률을 주목하고 있다. 시장에서는 3월 미국 CPI는 전월 대비 0.3%, 전년 동기 대비 3.5% 상승할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이는 연준의 CPI 상승률 목표치인 2%를 웃도는 결과다. 이처럼 인플레이션 압력이 높은 상황에서 미국의 금리인하는 요원하다는 게 시장 평가다.
국내외 상황을 종합했을 때 증권가는 4월 금리인하 가능성은 작을 것으로 점쳤다. 안예하 키움증권 연구원은 가 경로의 불확실성이 여전히 남아있는 만큼 금리 동결을 통해 물가 둔화 흐름을 좀 더 확인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미국 연준의 금리 인하 시점에 대한 불확실성이 재차 부각된 점도 만장일치 금리 동결의 배경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윤여삼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4월 금통위 내용은 '비교적 비둘기적(통화완화 선호) 색채' 유지할 것으로 전망된다"며 "금통위원 만장일치로 금리가 동결되겠지만 메시지에는 일부 변화가 예상되며 하반기 국내 통화정책 변화를 도모해야 한다면 '충분히 장기간 긴축 기조 유지'라는 통화정책 방향 문구에 변화가 있을 수 있다"고 내다봤다.
뉴스웨이 이수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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