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장 공백 조기 수습하고 성장전략 밑그림 그려ELS 충당금 제외해도 1분기 당기순익 1위 달성 자산성장 전략 차별화로 글로벌 시장 경쟁력 강화
9일 금융권에 따르면 지난해 2월 취임한 정상혁 신한은행장의 임기는 오는 12월 말에 만료된다. 5대은행(신한·KB국민·하나·우리·NH농협)의 행장들이 모두 임기만료를 앞둔 가운데 정 행장의 연임 가능성이 가장 높게 점쳐지고 있다.
정 행장은 지난해 2월 故 한용구 전 행장의 급작스러운 사임 이후 구원투수로 등판해 신한은행을 이끌어왔다. 금융권 안팎에선 예상치 못한 수장 공백 사태를 빠르게 수습하고 차별화된 성장전략의 밑그림을 완성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정 행장의 연임 가능성을 뒷받침하는 배경으로는 '실적'이 첫 손에 꼽힌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신한은행의 지난해 당기순이익은 3조677억원(연결 기준)으로, 하나은행(3조4766억원), KB국민은행(3조2615억원)에 밀려 3위에 그쳤다. 하지만 올해 1분기에는 9286억원을 기록하며 1위로 치고 올라갔다.
KB국민은행의 올해 1분기 수익성이 큰 폭으로 위축된 건 홍콩 주가연계증권(ELS) 관련 충당금 적립 때문이다. KB국민은행의 ELS 관련 충당부채는 8620억원으로, 시중은행 가운데 가장 규모가 크다.
반면 신한은행은 은행권의 ELS 사태 속에서도 9000억원이 넘는 순이익을 달성했다. 지난 1분기 신한은행은 대출자산의 성장과 순이자이익(NIM) 개선을 앞세워 영업이익을 늘렸다. 전년 동기 대비 추가 충당금 적립 규모를 줄여 대손비용을 낮춘 것도 수익성 개선으로 이어졌다.
신한은행은 기업대출 성장에 힘입어 2분기와 하반기에도 호실적을 유지할 것으로 기대된다. 신한은행의 원화대출금은 1분기 기준 전년 말 대비 약 7조8000억원 증가했고, 기업대출 분야에서만 6조3000억원 가량 늘었다. 특히 부동산PF 관련 충당금 부담이 커졌지만 기업여신을 중심으로 대출이 성장한 것도 고무적이다.
금융권 안팎에선 이 같은 호실적이 오랜 기간 영업 일선에서 근무했던 정 행장의 리더십에서 비롯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정 행장 취임 이후 신한은행은 디지털 조직을 아우르는 '영업지원부문'을 신설하는 등 흩어져 있는 사업영역을 재정비했다. 또한 영업추진 1·2·3·4그룹을 신설해 본점과 현장 영업력을 강화한 것도 대표적인 성과다. 영업조직도 고객을 개인·기업으로 구분하지 않고 팀 기반으로 공동영업을 할 수 있도록 개편했다.
우리은행, NH농협은행 등 시중은행들의 잇단 금융사고를 피해간 것도 정 행장의 연임 가능성을 높이는 배경이다. 정 행장은 지난 8일 열린 하반기 경영전략회의에서 "믿고 거래하는 은행이 될 수 있도록 내부통제 자체를 문화로 받아들일 필요가 있다"며 철저한 내부통제를 거듭 당부하기도 했다.
글로벌 시장에서 다른 시중은행들과 차별화된 행보를 이어가고 있는 것도 주목할 부분이다. 신한은행의 해외 현지법인 당기순이익은 지난 2021년 2568억원에서 지난해 4824억원으로 급증했다. 지난해 베트남 5개 지점(총 51개점)과 캄보디아 1개 지점(총 15개점)을 신설한 결과다. 신한은행은 올해 베트남에 4개 지점을 추가해 총 55개점의 운영할 계획이다.
국내 시중은행 가운데 해외에서 가장 많은 돈을 벌고 있는 신한은행은 인도 현지기업에 8000만달러(약 2500억원)를 투자하며 주목받기도 했다. 인도 리테일 대출 분야에서 경쟁력이 높은 크레딜라에 대한 투자는 신한은행 인도본부의 금융 경쟁력 제고로 이어질 전망이다.
인도 기업에 대한 국내 시중은행의 지분투자는 신한은행이 최초다. 현지법인 설립 뿐만 아니라 해외 비은행 금융회사와의 협업을 통해 글로벌 시장 경쟁력을 강화하겠다는 게 정 행장의 복안이다.
은행권 관계자는 "최근 잇따른 금융사고 등의 여파로 일부 은행들의 수장 교체는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면서도 "다만 신한은행의 내부통제 시스템과 견조한 실적 등을 고려하면 인사태풍의 사정권을 벗어난 무풍지대가 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뉴스웨이 박경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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