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반기 전체 3위 올랐지만···2분기는 4위로 미끌기업금융명가 재건 위해 기업 대출 영업망 확대금융권 "공격적 영업, 건전성 악화땐 오히려 독"
단 1등 목표를 놓고 겨루는 하나·신한·KB국민은행 등도 1분기 홍콩 주가연계증권(ELS) 그늘에서 벗어나 수익성 회복에 속도를 내는 만큼 전망이 마냥 긍정적이라고 할 순 없다.
우리은행은 상반기 지배기업 소유주지분 기준 당기순이익이 1조6740억원으로 지난해 상반기 대비 13.7% 증가했다. 상반기 수익만 놓고 보면 우리은행은 1분기 홍콩 ELS 충당금을 대거 쌓은 KB국민은행을 제치고 시중은행 4곳 중 3위에 안착했다.
상반기 4대 은행의 실적 순위는 신한은행 2조535억원, 하나은행 1조7509억원, 우리은행 1조6735억원, KB국민은행 1조5059억원 순으로 집계됐다.
단 2분기 수익만 놓고 보면 1분기 실적에 가장 큰 영향을 준 홍콩 ELS 리스크가 사라지며 순위가 대거 변동됐다. 신한은행은 1조1248억원을 거둬 1분기에 이어 1위를 지켰으나 KB국민은행이 1조1164억원을 거두며 2위로 올라섰다. 3위는 하나은행 9077억원, 우리은행은 8840억원을 거둬 다시 4위로 순위가 하락했다.
이에 금융권에서는 우리은행이 하반기 판세를 뒤집기는 힘들 것이란 견해가 지배적이다.
조병규 우리은행장은 최근 진행된 하반기 경영전략회의에서 우리은행의 당기순이익 1등 목표를 실현하기 위해 ▲기업금융명가 재건 ▲개인금융 경쟁력 제고 ▲글로벌사업 레벨-업 등을 하반기 추진계획으로 제시했다.
앞서 우리은행은 2027년까지 기업 대출 점유율 1위를 달성하고, 2030년 글로벌 수익 비중을 25%까지 끌어올린다는 목표도 세운 상태다.
특히 기업금융은 지난해부터 은행들이 수익 확대를 위해 공을 들이고 있는 부분이다. 은행을 향한 이자 장사 비판이 거세지자 기업대출 확대로 수익성 끌어올리기에 나섰기 때문이다.
우리은행은 올해 중소기업 특화 점포 비즈(BIZ)프라임센터를 활발히 늘리며 기업 대출 영업망 확대에 힘쓰는 모습이다. 비즈프라임센터는 조 행장 취임과 동시에 '기업금융 명가' 재건 전략을 담아 신설한 중소기업 특화 채널이다.
우리은행은 작년 하반기 국가산업단지인 반월·시화 1호점에 이어 남동·송도, 창원·녹산 비즈프라임센터를 잇달아 개설했으며 올해 3월에는 대구·경북, 울산, 호남 등 3개 지역에 센터를 신설했다. 4월에는 서울 구로 지역 디지털국가산업단지와 경기 판교에 센터를 추가 오픈했으며 하반기에는 충청·대전권에 중소기업 특화 점포를 신설할 계획이다.
단 문제는 연체율이다. 우리은행의 경우 대기업 연체율은 미미하지만 중소기업 연체율의 경우 최근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우리은행의 중소기업 연체율은 지난해 말 0.29%에서 올해 2분기 말 기준 0.39%까지 치솟았다.
같은 기간 하나은행의 경우 0.38%에서 0.40%로, 신한은행의 경우 0.32%에서 0.36%로 증가했다. 국민은행은 12월 말 0.26%에서 6월 말 0.40%까지 연체율이 증가해 4대 은행 중 증가 폭이 가장 컸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은행들이 마음 놓고 확대할 수 있는 기업대출에도 리스크가 상존한다"면서 "우리은행이 타행보다 대기업 대출에서 강점이 있으나 이는 마진이 좋지 않다. 이를 통해서는 1등으로 치고 올라가기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우리은행이 '1등 목표' 달성을 위해 중소기업 중심의 영업력을 확대한다면 향후 건전성이 악화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 관계자는 "우리금융이 기업금융 명가 재건을 내걸고 영업 드라이브를 걸고 있는데 단기간에 실적을 좋게 하기 위해 공격적인 영업에 나설 경우 건전성이 악화될 가능성이 있다"면서 "아직까지 고정이하여신(NPL) 수치가 나쁘지 않지만 향후 1~3년이 지난 후 현재 끌어온 자산이 우량자산인지 여부가 드러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만약 1등 전략을 내세우고 이를 실현하기 위해 다방면에서 무리한 영업을 펼친다면 역효과를 불러와 '만년 꼴등'에 머무를 수도 있다"면서 "1등을 목표로 한 자신감을 드러내는 것은 아무나 할 수 있지만 현실을 직시하고 긴 안목으로 영업전략을 세우는 것이 더 현명한 처사일 것"이라고 강조했다.
뉴스웨이 이지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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