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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 '다나까' 안붙였다고 징계?···잘나가는 대기업서 '하극상' 해프닝

산업 에너지·화학 직장人

'다나까' 안붙였다고 징계?···잘나가는 대기업서 '하극상' 해프닝

등록 2024.09.05 08:12

수정 2024.09.05 08:57

차재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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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신저 대화 중 직장 상사 '말투' 지적 갈등으로 번져 징계는 없었다지만···A기업의 '군대식 문화' 도마 위

그래픽=박혜수 기자그래픽=박혜수 기자

대기업 핵심 계열사 직원 사이의 갈등이 조명되면서 그룹 안팎이 시끌시끌하다. 사내 메신저로 상사와 대화를 나누던 중 이른바 '다나까' 체를 사용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징계 받을 위기에 처했다는 한 직원의 사연이 공개되면서다. 단순 해프닝이지만, 조직 내 경직된 문화를 고스란히 보여주는 대목이어서 내부적으로 무거운 숙제를 남겼다는 진단이 나온다.

5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A사 경영전략실에서 근무하는 B차장은 지난 2월 초 같은 부서의 B대리와 사고방식 차이로 소소한 마찰을 빚었다. 다름 아닌 '말투' 탓이다.

전말은 이렇다. B차장이 사내 메신저로 C대리에게 업무 관련해 무언가를 묻자 '~요'라는 문장의 답변이 돌아온 게 화근이었다. 대화 중 B차장은 적절하지 않은 표현이라고 거듭 지적했으나, A대리는 수용하지 않았다고 한다. 결국 B차장은 전화를 걸어 불만을 표시했는데, C대리는 그 중 두 차례는 도중에 끊어버리고 마지막 한 번은 받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B차장은 이 상황을 '후임자의 하극상'으로 보고 B대리를 징계위원회에 회부해달라는 취지의 경위서를 작성하기에 이르렀다.

이러한 상황은 한 직원이 직장인 커뮤니티 블라인드에 관련 내용을 담은 문건을 공유하면서 세간에 알려졌다. 소식을 접한 사람들의 의견은 반반으로 나뉜다. 과연 징계를 받을만한 사안이냐는 의구심 이면엔 후배 직원의 태도를 꼬집는 목소리도 감지된다.

물론 C대리가 실제로 처벌을 받은 것은 아니다. 사안이 징계위에 오르지 않았을뿐더러, 업무 중 반드시 '다나까' 체로 대화해야 한다는 규정도 없다는 게 회사 측 해명이다.

A사 관계자는 "한 직원이 부서 내 공용폴더에서 경위서 파일을 발견하고 커뮤니티에 올린 것 같다"면서 "일단 징계할 사유는 아니고, 당사자끼리 잘 해결하지 않았을까 싶다"고 언급했다.

다만 재계 전반에선 이번 사안이 그저 웃고 넘어갈 일은 아니라고 진단한다. 이를 계기로 오랜 기간 조직이 외면하던 문제를 마주하게 됐기 때문이다.

사실 A사의 기업문화에 대한 구직자나 직장인의 평가는 그리 우호적이지만은 않다. 시종일관 선배의 태도와 과도한 업무에 연일 고통 받는다며 토로하는 직원들이 곳곳에서 속속 포착되고 있어서다. 일례로 상사가 부르면 달려가야 하고, 실책을 범하면 호통을 감내해야 하는 소위 '군대식' 또는 '꼰대' 문화가 아직도 남아있다는 전언이다.

뒤숭숭한 여론은 경영진에게 숙제가 될 것으로 보인다. 대내외 적으로 건강한 기업을 만들기 위한 노력을 이어왔으나, 정작 현장의 구성원은 관성을 극복하지 못하는 모양새여서다.

이에 업계 일각에선 A사가 고착화된 조직문화부터 털어내지 못한다면, 신사업 발굴 등의 성과를 기대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제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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