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메프 사태 재발 방지를 위한 장치가 필요하다는 주장에 힘이 실리고 있다. 1300K, 알렛츠 등과 같은 제2의 티메프 사례들이 이미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더 나아가 티메프 사태로 피해자들의 재산적 손실, 업계 전반에 대한 신뢰저하, 관련 기업의 폐업, 일자리 상실 등 부차적으로 발생하는 사회적 비용까지 늘어나는 것도 이유다.
정부는 티메프 정산문제 관련해 제도 개선에 착수하고, 공청회를 가졌다. 핵심은 대규모유통업법(유통법)과 전자금융거래법(전금법) 개정안을 통해 미정산자금 전액을 별도 관리하도록 하고 PG사 관리를 대폭 강화하는게 골자다. 의무를 준수하지 않을 경우 등록취소까지 할 수 있도록 강력한 규제방안을 담았다.
공정위에서 논의 중인 대규모유통업법 개정안 적용 기준은 두 가지다. 중개거래 수익 100억원 이상 또는 중개거래 금액 1000억원 이상 기업(1안)이거나 중개거래 수익 1000억원 이상 또는 중개거래 금액 1조원 이상 기업(2안)이다. 공정위는 1안의 경우 30~40개, 2안은 20여개 사업자가 법 적용 대상에 포함될 것으로 보고 있다.
규제의 필요성은 공감하지만, 정부의 이커머스 산업에 대한 규제 강화는 신중하게 접근할 필요가 있다. 오프라인 유통 기반인 대규모유통업법의 모든 규제를 온라인 이커머스 사업자에게 적용하는 데는 무리가 있기 때문이다. 특히나 이커머스 업계 전체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지에 대해서는 미지수다.
이커머스 업계는 공정위가 제시한 1, 2안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하는 단순한 구조가 아니다. 이커머스는 빠르게 변화하는 디지털 경제 속 혁신성과 유연성 덕분에 경쟁력을 유지해왔다. 산업 및 소비자를 보호하겠다는 명목 아래 즉흥적인 규제 도입은 오히려 빠른 혁신이 필요한 이커머스 신산업 발전을 방해할 수 있는 위험성을 내포하고 있다.
티메프 사태 관련 문제를 일괄적인 규제로 해결하겠다는 발상은 문제의 본질을 짚지 못한 대처다. 단기적으로 자금 투명성을 확보할 순 있겠지만, 이는 대안이 될 수 없다. 정부의 옥죄기식 획일규제는 오히려 시장가치를 훼손할 수 있다.
이 사태의 발생은 단순히 결제대금 관리에 대한 규제가 없어서가 아니다. 규제가 허술했고, 허술한 규제 자체도 제대로 작동되지 않아 이 벌어졌다. 티메프 사태의 핵심은 이미 자본잠식과 적자 상태로 돈이 없는 상황에서 판매대금을 인수합병 등에 유용한 것이다. 티메프가 현금이 아예 없었고 금융감독원 지도개선책을 따르지 않은 것이 이번 사태의 본질이다.
정부가 계획 중인 규제가 티메프 사태에서 비롯된 것임을 고려할 때, 단순히 특정 기업의 경영 실패를 업계 전체의 구조적 문제로 일반화해 규제를 시행하는 것은 또 다른 부작용을 낳을 수 있다. 특히 정산 주기 개선은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 일례로 현금 보유 규모가 부채 대비 적은 재무건전성을 개선하지 못한 채 정산 주기만 일률적 단축하면 예상치 못한 '제2의 유동성 위기'를 좌초할 수 있다.
획일적 규제가 아닌 상생을 위한 미정산 사태를 조기에 방지하고, 돈이 정상적으로 흘러갈 수 있는 시스템 마련이 필요한 때다. 이커머스가 충분히 판매대금을 지급할 수 있도록 당장 가용 가능한 현금 비중을 늘리고, 금융감독원의 경영지도 기준을 강화하는 체질 개선이 우선이다. 주요 대형 이커머스 업체들은 유동부채(만기 1년 이내) 대비 현금 보유가 높은 반면, 중소형 업체들은 현금 비율은 적다. 쿠팡페이는 현금비율이 81%, 지마켓은 56%로 높은데 반해, '티메프(티몬+위메프)'는 유동비율도 18~19%, 현금 보유량은 1~2%로 최하위 수준이었다.
뿔을 바로잡자고 소를 죽이는 우를 범해선 안 된다. 문제 해결을 위한 규제는 필요하지만, 산업 전체를 훼손하는 사태는 막아야 한다. 한 기업의 도덕적 해이와 방만 경영 등 문제를 전체 업계의 문제로 확대해석하는 것이 아닌, 실질적인 피해 구제와 재발 방지책을 마련하는 데 집중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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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웨이 조효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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