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세계, 테마파크 개발 사업에 4조 5700억원 투입테마파크 사업 성패, 정용진 입지 좌우할 것으로 전망정 회장 "신세계그룹 모든 사업 역량 쏟을 것"
15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신세계그룹 계열의 신세계화성은 지난 10일 경기도·화성시·파라마운트와 '화성국제테마파크 글로벌 IP사 유치 선포식'을 열었다. 행사에는 김동연 경기도지사, 정명근 화성시장, 임영록 신세계그룹 사장, 마리 막스 파라마운트 테마파크엔터테인먼트부문장 등이 참석했다.
신세계화성은 화성시 송산 그린시티 내 약 419만㎡(약 127만 평) 규모 부지에 '화성국제테마파크 복합개발사업'을 추진 중이다. 해당 사업단지의 공식 명칭은 '스타베이 시티'다. 별을 뜻하는 '스타'와 바다의 만을 뜻하는 '베이'의 합성어다.
신세계의 계획대로라면 스타베이 시티는 단순히 테마파크에 그치지 않고 하나의 신도시로 탄생할 전망이다. 여기에는 엔터테인먼트 시설은 물론이고 스타필드, 골프장, 호텔, 리조트, 공동주택 등이 대거 들어선다. 이 중 파라마운트 테마파크와 워터파크 등을 포함한 엔터테인먼트 시설은 약 119만㎡(약 36만 평) 규모로 조성될 예정이다.
스타베이 시티 사업은 정 회장이 추진하는 역점 사업이자 그룹 역사상 가장 많은 개발비가 투입된다. 화성국제테마파크는 정용진 신세계 회장이 2019년부터 "신세계그룹이 가진 모든 사업 역량을 쏟아 세상에 없던 테마파크를 만들겠다"며 각별한 애정을 보여온 프로젝트기도 하다.
그는 코로나19 사태로 국내외 테마파크들이 고전하던 2020년 9월 별도법인 신세계화성을 설립하고 사업 추진을 본격화했다. 신세계화성은 신세계프라퍼티와 신세계건설이 각각 지분 90%, 10%씩을 출자했다.
당초 화성테마파크는 수년간 표류하던 사업이다. 부지 소유자인 한국수자원공사와 유니버설스튜디오코리아리조트(USKR) 컨소시엄이 2007년 한국판 유니버셜 스튜디오를 짓는 양해각서를 체결했지만 글로벌 금융위기로 사업이 엎어진 바 있다. 2010년에는 롯데그룹이 뛰어들었지만 땅값 협상 등에서 문제가 생겨 2012년에 무산됐다. 2015년에는 대우건설과 중국 자본이 참여한 USKPH 컨소시엄이 '유니버설 스튜디오'를 재추진했지만 역시 사업비 조달 문제로 백지화됐다.
해당 사업이 장기간 표류한 가장 큰 이유는 수익성 탓이다. 테마파크 운영 경험이 있는 롯데그룹이 2010년 검토 끝에 사업 포기를 택한 이유이기도 하다. 대규모의 투자가 들어가는 만큼 테마파크는 투자비에 비해 수익을 거두기 쉽지 않은 구조다. 홍콩 디즈니랜드의 경우 초기 투자 비용 때문에 2005년 개장 후 7년간 적자를 기록했다.
특히 코로나19로 국내외 테마파크는 최악의 시기를 경험했다. 미국의 세계적인 엔터테인먼트 그룹 월트디즈니는 3만2000여명의 대규모 인력 구조조정을 감행했다. 40년 만의 첫 적자도 기록했다. 롯데월드는 2019년 578만명에 달하던 연간 방문객 수가 2020년 155만명으로 쪼그라들었다. 그해 영업적자만 1000억원을 넘겼다. 에버랜드도 660만명에 달하던 방문객 수가 275만명으로 급감했고, 800억원대 적자를 냈다. 여기에 저출산과 스마트폰, 게임 등의 발전으로 테마파크를 찾는 방문객 자체가 줄어들고 있는 실정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 회장이 테마파크를 미래성장동력으로 삼고 대규모 투자를 결정한 것은 유통 본업과 테마파크 사업의 연관성 때문으로 풀이된다. 실제 신세계 측은 전통적인 할인점이나 백화점 업태에 한계를 느끼고 쇼핑에 체험형 콘텐츠를 결합한 복합문화공간을 꾸준히 실험해왔다.
신세계는 지난 2016년 몰링(복합쇼핑몰을 통해 쇼핑과 다양한 문화 체험을 동시에 즐기는 소비 형태)이 가능한 복합쇼핑몰 '스타필드'를 론칭한 것도 궤를 같이한다. 특히 스타필드 하남을 필두로 한 쇼핑·여가·레저를 함께 즐길 수 있는 체험형 쇼핑몰 실험이 정점을 찍었다. 스타베이 시티는 이를 하나의 몰이 아니라, 도시 형태로까지 확대한 스타필드 다음 단계의 실험인 셈이다.
다만 정 회장이 투자한 사업 중 철수한 사례가 많아 신사업에 대한 업계 전망이 마냥 좋지만은 않은 것이 사실이다. 지난 2017년 드럭스토어 '부츠'(Boots)를 도입해 30여개 매장을 오픈했지만 영업부진을 이어가다 2020년 운영을 종료했다. 2018년 선보인 남성 전문 패션 편집숍 '쇼앤텔'도 1년 6개월 만에 접었고, 같은 해 문을 연 가정 간편식 매장 'PK피코크'는 2년 만에 문을 닫았다. 일본 돈키호테를 본떠 론칭한 '삐에로쑈핑'은 2019년 전국 7개 지점이 적자를 면치 못하고 영업을 종료했다.
또 신세계조선호텔의 첫 독자 브랜드 레스케이프 호텔은 적자가 심해 신세계조선호텔의 신용등급이 하락하는 요인이 되기도 했다. 이마트가 2016년 말 제주소주를 인수하면서 새롭게 내놓은 소주 브랜드 '제주소주 푸른밤'도 결국 2년 만에 사라졌다. 내년에는 스무디킹도 철수 예정이다.
자금 사정도 문제다. 4조5700억원의 사업비를 조달해야 하지만 자체적인 마련은 쉽지 않은 상황이다. 모회사 이마트의 사정도 여의치 않다. 이마트는 2019년 이후 두 차례 유상증자를 통해 5800억원을 지원했지만 최근 수년간 공격적인 M&A로 현금흐름이 악화했다. 이베이코리아(3조4000억원), 스타벅스코리아(5000억원), W컨셉(3000억원), 미국 와이너리 쉐이퍼빈야드(3000억원) 등을 인수한 영향이다.
더욱이 이마트는 2021년부터 마이너스 기조다. 204년 연결기준 상반기 영업이익은 흑자로 돌아섰지만, 매출은 14조2672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438억원 감소했다.
업계 한 관계자는 "정용진 회장이 부진한 사업을 정리하고 파라마운트 테마파크 등 굵직한 신사업에 집중하고 있다. 이번 투자에 그룹의 명운이 달려있다고 보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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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웨이 조효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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