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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 유일한 돌파구 '스페셜티'···메마른 곳간은 어쩌나

산업 에너지·화학 벼랑끝 석유화학②

유일한 돌파구 '스페셜티'···메마른 곳간은 어쩌나

등록 2024.11.28 06:38

김다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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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호석유화학, 불황 속 나홀로 '흑자' 비결···"고부가 제품 덕분"스페셜티 '유일한 돌파구' 공감대···롯데케미칼도 체질개선 사활실적 악화에 커지는 투자 부담···기대에 못 미치는 시장 수요도

중국발(發) 공급 확대와 글로벌 수요부진의 직격탄은 맞은 석유화학사들은 수익성 회복이라는 과제를 떠안게 됐다. 그래픽=이찬희 기자중국발(發) 공급 확대와 글로벌 수요부진의 직격탄은 맞은 석유화학사들은 수익성 회복이라는 과제를 떠안게 됐다. 그래픽=이찬희 기자

국내 석유화학업계의 보릿고개가 길어지고 있다. 중국발(發) 공급 확대와 글로벌 수요부진의 직격탄은 맞은 석유화학사들은 수익성 회복이라는 과제를 떠안게 됐다.

올해 주요 석유화학 최고경영자(CEO)들은 공통적으로 '체질 개선' 카드를 꺼내 들었다. 최대 수출처였던 중국이 경쟁국으로서 존재감을 키워나가는 만큼 고부가가치 제품 중심으로 전환을 가속화하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올해부터 과감한 실행력이 동반된 본격적인 '전환의 해'를 맞을 것으로 기대와 달리 국내 석유화학업계는 잔뜩 움츠리고 있다. 나날이 메말라가는 곳간에 보수적 투자 기조가 이어지면서 정부 차원의 적극적 지원도 절실한 상황이다.

석유화학 '빅4' 실적 희비 교차···나홀로 웃는 금호석유화학


'선택이 아닌 필수' 범용 화학제품 시장에서 시장경쟁력을 잃은 국내 석유화학업계에 '스페셜티'는 유일한 돌파구다.

올해 석유화학업체들은 예상대로 참담한 성적표를 받아들였다. 하지만 고부가가치 제품으로 포트폴리오 전환에 속도를 낸 기업은 선방한 실적을 거두면서 사업 포트폴리오 전환에 대한 공감대가 형성되고 있다.

27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올해 3분기 국내 석유화학 4개사(LG화학·롯데케미칼·한화솔루션·금호석유화학)는 4177억원의 영업손실을 냈다.

주목할 만한 점은 석유화학 기업들이 일제히 적자 전환한 가운데 유일하게 금호석유화학만 흑자 기조를 이어갔다는 것이다. 선제적으로 고부가가치 제품 중심으로 사업 구조를 전환한 효과다.

651억원의 흑자를 낸 금호석유화학부터 무려 4136억원의 적자를 낸 롯데케미칼까지 희비가 극명하게 교차했다. LG화학과 한화솔루션도 석유화학 부문에서 각각 382억원, 310억원의 영업손실이 발생했다.

금호석유화학은 일찌감치 합성고무에 힘을 실었다. 최근에는 고기능성 타이어용 합성고무(SSBR)와 이차전지 시장과 더불어 성장하는 탄소나노튜브(CNT) 관련 제품 개발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반면 롯데케미칼의 경우 고부가 스페셜티 제품 개발보다 기초화학 증설을 통한 '규모의 경제'에 몰입해 매 분기 천억원대 영업 적자를 보고 있는 상황이다.

벼랑 끝 자구책···수익성 악화에도 R&D 투자 확대


국내 석유화학업계에서는 수익성이 크게 떨어진 범용 화학제품 비중을 낮추는 대신 새로운 캐시카우를 찾으려고 노력하고 있다.

김수강 넥스트 연구원은 "고부가가치 제품과 친환경 제품을 중심으로 한 스페셜티 확장 전략을 적극적으로 추진해야 한다"며 "기술적 우위를 바탕으로 중국과 비교해 글로벌 시장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어 높은 수익성을 기대할 수 있다"고 조언했다.

최근 국내 업체들이 매년 연구개발(R&D) 비용을 늘리는 이유는 적극적인 투자를 통한 '기술 우위'만이 중국과의 경쟁에서 이길 유일한 방법이라는 데에 있다.

유일한 돌파구 '스페셜티'···메마른 곳간은 어쩌나 기사의 사진

비주력 한계 사업 정리에 가장 적극적으로 나선 LG화학은 10년 전 4000억원대였던 R&D 투자 규모가 지난해 2조원까지 늘었다.

지난해 5월 신학철 부회장이 직접 ▲배터리 소재 ▲친환경 소재 ▲글로벌 혁신 신약 등 3대 신성장동력을 발표한 이후 R&D 투자 속도가 더 빨라졌다. 올해에도 3분기까지 1조6038억원을 투자하면서 매출액 대비 R&D 비중(4.4%)은 경쟁 석유화학 기업들을 크게 앞선다.

가장 뒤처졌던 롯데케미칼도 기존 주력 사업인 범용 화학 제품의 비중을 과감하게 줄이는 대신 오는 2030년까지 스페셜티 사업 비중을 60%까지 확대한다는 계획을 밝혔다. 3분기 기준 R&D 투자 비용은 1조1139억원으로, 지난 한 해 투자 비용인 1204억원에 근접했다.

시간·비용 부담 커져···"기업의 힘만으로는 한계"



국내 석유화학업계에는 중국의 저가 공세에 맞선 '스페셜티'가 돌파구라는 데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지만 현실은 녹록지 않다. 갈수록 수익성이 저하되는 상황에서 투자를 이어 나갈 돈도, 시간도 여유가 없기 때문이다.

올해 들어 시장의 분위기는 크게 변하고 있다. 불과 2~3년 전만 하더라도 손해를 감수하더라도 '일단 투자'하자는 기조가 강했다면 올해 들어 업황을 관망하며 '숨 고르기'에 돌입한 모양새다.

특히 LG화학이 고부가가치 소재인 탄소나노튜브(CNT) 공장 증설을 중단하면서 국내 석유화학 업계의 위기가 한층 더 심화했단 우려가 나온다. 당초 내년 1월 가동 예정이었던 충남 대산 CNT 4공장은 준공 시점조차 가능하기 어렵게 됐다.

LG화학은 불확실한 경영환경이 계속 지속될 것으로 보고, 올 초 계획했던 설비투자 규모를 기존 4조원에서 2조원대로 크게 줄이기로 했다. 내년에도 보수적인 투자 규모를 유지한다는 계획이다.

업계 내에서는 업황이 크게 꺾인 상황에서 기업만의 노력만으로는 불황 돌파가 쉽지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아직 스페셜티에 대한 수요가 크지 않아 투자 대비 수익성이 크게 떨어지기 때문이다.

정경희 키움증권 연구원은 "국내 업체들이 스페셜티를 지향해 왔지만, 글로벌 화학사들 대비 수익성과 변동성에서 열위라는 점은 아쉬운 부분"이라며 "R&D 비율 간극이 있어 단기간 내 수익성 차이가 좁혀질지 의문"이라고 꼬집었다.

현재 시장에서는 그만큼 기획재정부·산업통상자원부·금융위원회 등 관계 부처가 내달 내놓을 '석유화학산업 경쟁력 강화 방안'에 거는 기대가 크다.

업계 관계자는 "스페셜티 시장 규모나 생산능력·R&D 등 기업의 역량을 고려했을 때, 주력 사업으로 성장하려면 최소 5년 이상이 필요하다"며 "무조건적인 스페셜티 전환에 앞서 대규모 투자 부담과 실적 혹한기에서 버텨낼 수 있는 방안을 함께 제시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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