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란의 종료는 일차적으로 국회의 역할이 절대적으로 컸지만, 과정적으로 살펴보자면 국회 점거와 의원 체포라는 명령을 하달받은 군인들이 군통수권자와 사령관급 지휘관의 명령보다 '제복입은 시민'으로서의 역할에 좀 더 충실했기 때문이라고도 볼 수 있다. 하나 더 짚어보자면 특전사 헬기가 국회에 도착하는 시간이 11시를 넘겨 11시 48분으로 지연된 것도 들 수 있겠다.
며칠 지나 공군의 역할이라는 가설이 등장하기도 했다. 여기에는 오산 공군기지에 위치한 공군방공관제사령부 예하 중앙방공통제소(MCRC: Master Control and Reporting Center)와 공군작전사령부 예하 전구항공통제본부(TACC: Theater Air Control Center)의 역할도 있었다고 볼 수 있다. 요컨대 이 가설은 수도권의 비행금지구역인 P-73A/B(이하 P-73)에 대한 특전사 헬기 진입 허가를 공군에서 지연시켰다는 것이다. P-73 지역에 들어가기 위해서는 최종적으로는 수도방위사령부의 승인이 필요하지만, 비행계획 수준에서TACC의 의사결정과 MCRC의 실무적 협조가 필수적인데, 이 과정이 지연되었다는 것이다. 박선원 의원은 이 가설에 대해 이미 당일 오전에 비행계획이 승인되어 있었기 때문에 성립되기 어렵다고 반박했다. 사실 여부는 국정조사나 수사단위에서 확인이 될 것이다.
MCRC에는 P-73 공역을 전담하는 방공무기통제사(WD: Weapon Director) 장교와 방공무기부사관(WT: Weapon Technician)이 근무하고 있다. MCRC 근무자들은 24시간을 4의 팀이 6시간씩 나눠서 근무하며 1주일에 낮과 밤을 바꾸며 생활한다. 6시간만 근무하는 이유는 고도의 집중력이 요구되기 때문이다. P-73 담당은 통상적으로 완숙한 수준의 기량을 보유한 WD가 맡게 되는데, 수도권 방위라는 고유한 역할이 가지는 어려움 때문이다. WD는 계획이 없는 비행체가 접근할 경우 곧바로 경고방송을 주파수로 내보내고, 유사상황이 벌어지면 인근 공군기지에서 출동한 전투기를 할당받아 비행체에 대한 요격관제까지 수행해야 한다. 옆에 앉아 있는 WT는 MCRC의 통제대장(SD: Senior Director)을 포함 TACC와 수방사, 비공군계 기비행하는 항공기를 통제하는 인천ACC(Area Control Center)에 상황을 공유하고 보고 받는 일을 한다. 비상계엄선포가 시작되면 모든 항공기에 대한 통제를 모든 라인으로 설파하는 것은 물론, 각종 국내외 항공관련 이해당사자의 '민원'을 계엄상황을 빌어 찍어누르면서 제어까지 해야 하는 상황이다.
12월 3일 밤, 공군의 다양한 임무를 관제하는 WD와 WT, 그리고 그들에게 임무를 확인하고 관리하는 WAO(Weapon Assignment Officer), SWAO(Senior Weapon Assignment Officer), SD의 심란한 마음을 생각해 본다. 오후 6시에 출근해 12시에 교대하고 퇴근을 준비하던 이들, 선잠을 자고 12시에 출근한 통제대원들에게 10시부터 다음날 4시까지는 어떤 의미로 다가왔을까. 혹시나 상황을 오판하여 전투기를 남하할 수 있는 북한 공군을, 또 빈번하게 KADIZ(Korean Air Defense Identification Zone) 인근까지 전개해서 피로도를 높이는 주변국 군 항공기에 대한 주시는 어떠했을까. MCRC P-73 자리에 앉아 있었을 WD와 WT의 심란함은 더욱 더 컸으리라.
이제 상황은 끝났고, 진실이 밝혀지고 책임을 물을 시간이 됐다. 내란으로 인해 군 조직 전체가 들쑤셔질 수밖에 없는 군의 사정이 됐다. 이런 사정 속에서도 여전히 별일 없도록 수도권을 지키고 있는 전문가인 P-73 담당자들에 대해 생각을 해본다.
뉴스웨이 차재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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