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사상 최대 실적 경신했지만 대출 성장 한계남은 여신한도 1조원 밑도는데 IPO 두 차례 연기케이뱅크 "내년 초 IPO 재추진···자본 상황 문제없다"
12일 금융권에 따르면 케이뱅크는 올해 3분기 누적 1224억원의 당기순이익을 기록하며 사상 최대 실적을 경신했다. 이는 전년 동기 대비 220.2%나 급증한 수치다. 특히 케이뱅크의 3분기 말 수신(22조원)과 여신(16조2000억원) 잔액은 각각 27.4%, 26.4% 늘었다.
케이뱅크는 올해 아파트 담보대출을 중심으로 여신을 크게 늘렸지만 '지속 성장'에 대한 기대감은 되레 약화되고 있다. 자본 확충에 어려움을 겪으면서 원화대출금 성장률이 매 분기 하락하고 있기 때문이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올해 9월 말 기준 케이뱅크의 원화 대출 잔액은 16조2000억원으로 전 분기 대비 5300억원 증가하는 데 그쳤다. 올해 1분기와 2분기 9000억원 이상 늘어났던 것과 비교하면 아쉬운 수치다.
올해 3분기엔 금융당국의 가계대출 관리 강화로 전체 은행권의 여신성장이 둔화됐다. 다만 점유율 기준으로 살펴보면 인터넷은행 3사(카카오·케이·토스뱅크) 가운데 케이뱅크의 성장 속도가 가장 더디다.
올해 2분기 말 기준 케이뱅크의 원화대출금 시장 점유율은 1.18%로, 전년 말 대비 0.09%포인트(p) 상승하는 데 그쳤다. 같은 기간 카카오뱅크의 점유율은 0.14%P 올랐고, 토스뱅크(0.13%P)의 점유율 상승 폭도 케이뱅크보다 높았다.
시장 안팎에선 당분간 케이뱅크의 이 같은 성장 둔화가 계속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미래에셋증권은 현재 총여신이 총 자기자본의 12.5배까지인 최대 여신 한도에 거의 근접해 대출을 늘리기 어려운 상황이 됐다고 진단했다.
올해 3분기 기준 케이뱅크의 BIS자기자본비율은 14.42%다. 하지만 자기자본의 12.5배가 넘는 대출을 운용하게 될 경우 금융당국의 권고치인 8% 밑으로 떨어질 가능성이 있다.
올해 3분기 기준 케이뱅크의 총 자기자본은 1조3621억원으로, 이에 따른 여신 한도는 최대 17조262억원이다. 케이뱅크의 여신 잔액이 16조2000억원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남은 한도는 약 8000억원밖에 남지 않은 셈이다.
앞서 케이뱅크는 지난 2021년 1조2500억원 규모의 대규모 유상증자를 단행하면서 몸집을 크게 늘렸다. 자본 확충에 성공한 케이뱅크는 출범 첫 해 8560억원이었던 여신 잔액을 2021년 7조900억원, 2022년 10조7760억원, 지난해 13조8370억원으로 불렸다.
문제는 케이뱅크가 벌써 두 차례나 IPO를 미뤘다는 점이다. 케이뱅크는 지난 10월 말 코스피 상장을 통해 최대 9840억원에 달하는 자금을 조달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기관 투자자 수요예측에서 참패하면서 상장을 연기했다. 케이뱅크는 앞서 지난해 2월에도 상장을 추진했다가 철회한 바 있다.
시장 안팎에선 케이뱅크의 자본 확충이 당분간 어려울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다. 비상계엄 사태 이후 한국에 대한 전반적인 투심이 크게 약화된 데다 '금융플랫폼'으로서의 투자 매력도가 상대적으로 떨어진다는 이유에서다.
스트레스완충자본 도입 등 금융당국의 자본 규제도 케이뱅크에 부담이다. 금융당국은 은행들이 사전에 충분한 추가 자본을 적립하도록 요구하는 스트레스완충자본 제도를 연내 도입할 계획이다. 인터넷은행에 대한 규제는 향후 2년간 유예되지만 사전에 자본을 늘리지 못하면 페널티를 피하지 못할 것으로 예상된다.
정태준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케이뱅크는 당장 상장이든 다른 형태로의 자본 확충이 없으면 추가 성장이 어려운 상황"이라며 "케이뱅크의 총여신은 2020년과 2021년의 대규모 증자 이후 꾸준하게 높은 성장률을 보였는데, 다시 한계에 부딪히는 상황"이라고 분석했다.
이어 "원화대출금 성장률은 매 분기 하락하고 있고 이에 따라 보통주자본비율이 다시 반등하는 모습도 나타나고 있다"며 "내년 상장 시도마저 성공하지 못한다면 대출 성장 여력이 급격하게 감소하는 셈"이라고 덧붙였다.
다만 케이뱅크는 현재 안정적인 자본을 유지하고 있다며 이 같은 지적에 선을 그었다. 상대적으로 안전한 담보 대출을 중심으로 자산을 늘리고 있고, 내년 초 IPO를 재추진해 대규모 자금도 수혈한다는 계획이다.
케이뱅크 관계자는 "모든 대출 채권이 위험가중 자산이라면 자기자본의 12.5배를 넘기면 안 되겠지만 담보 대출 등을 고려할 때 현실적이지 않다"며 "BIS 비율은 금융당국의 규제 비율(11.5%)을 3%P가량 웃돌고 있어 자본 문제에 따른 대출 리스크는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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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웨이 박경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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