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약 선수금 2606억원···참사 하루만 6.8만건 취소지난해 3Q 유동비율 39.4 그쳐···현금흐름 둔화 불가피
2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제주항공이 항공권을 판매하고 받은 선수금은 2606억원에 달한다. 이는 국내 저비용항공사(LCC) 중 가장 큰 규모로, 2위 티웨이항공(1843억원)보다 무려 41.6% 많은 금액이다.
선수금은 기업이 제품·서비스 지급을 약속하고 고객에게 미리 받은 돈을 의미한다. 항공사의 경우 고객이 항공권 예약 시 미리 결제한 대금이다. 이는 항공 서비스를 제공하기 전까지는 계약 부채로 인식된다. 고객에게 선수금에 해당하는 서비스를 제공하는 시점, 즉 항공권 사용 이후에는 수익으로 전환된다.
항공사는 선수금 명목으로 받은 금액을 유동성 자산으로 활용할 수 있어 현금흐름이 원활해지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문제는 이번 참사 이후 제주항공 항공권 환불 건수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며 선수금이 막대한 현금 유출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이다. 매출로 인식되지 않았을 뿐 유동성으로 활용할 수 있는 선수금의 특성상 환불은 보유 현금을 통해 진행될 수밖에 없어서다.
제주항공에 따르면 참사 발생일인 지난달 29일부터 30일 오후 1시까지 약 하루 만에 무려 6만8000여건에 달하는 항공권 취소가 이뤄졌다. 제주항공은 참사 이후 조건 없는 환불을 약속한 상태다. 오는 3월 29일 이전까지 출발하는 모든 국내·국제선 노선에 대한 취소 수수료를 면제해주기로 했다. 취소 수수료 부과 또는 바우처 대체 등의 조건으로 환불을 진행할 수 있으면 현금 유출 규모 부담이 줄어들 수 있으나, 역으로 커질 상황에 내몰린 것이다.
향후 제주항공 현금 유출이 더욱 가속화될 수도 있다는 의견도 나온다. 제주항공과 모기업인 애경에 대한 불매운동이 일고 있어 직접적인 현금 유출에 따른 유동비율 감소는 물론, 영업활동현금흐름 둔화가 불가피해 그룹 차원의 위기론까지 이어질 수 있다는 관측이다.
실제 제주항공의 재무건전성은 위험 수준을 넘어선 상황이다. 지난해 3분기 기준 제주항공의 유동비율은 39.4로 이는 적정 수준(150%)의 4분의 1 수준에 그치고 있다. 영업활동현금흐름도 939억원으로 전년 동기(3016억원) 대비 68.9% 급감했다. 그만큼 재무구조가 더욱 취약해질 가능성이 크다는 지적이다.
참사 보상 규모도 당초 예상을 훨씬 웃돌 전망이다. 지난해 12월 시행된 몬트리올 협약 개정안에 따라 항공사 과실 여부와 관계없이 사망자 1인에 대한 보상한도가 기존 2억5000만원에서 3억원으로 상향 조정된 영향이다. 만약 항공사 과실이 인정될 경우 보상금은 3억원을 상회할 수 있고, 피해자 개인에 따라 산정되는 변수도 있다.
이와 관련해 제주항공 관계자는 "지금은 평소보다 당연히 취소량이 많을 수밖에 없다"며 "얼마나 빨리 신뢰를 회복하느냐에 따라 이후 수치로 반영될 것으로 보인다. 현재는 사고 수습에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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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웨이 신지훈 기자
gamja@newsw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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