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파운드리 작년도 적자 낸 듯2년 적자규모만 7~9조원대 관측"기존 메모리 중심 문화 바꿔야"
전문가들은 이에 삼성전자 파운드리 사업부가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서는 수율 개선 등 기술력 제고는 물론 조직문화를 탈바꿈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한다. 파운드리 업종 속성에 맞게 고객 중심의 '을의 자세'를 갖춰야 한다는 지적이다.
5일 증권가 추정치에 따르면 삼성전자의 지난해 파운드리(비메모리) 부문의 영업손실 규모는 4~5조원대를 기록했을 것으로 관측된다.
삼성전자 파운드리 사업부가 연간 적자를 기록하기 시작한 재작년 영업손실까지 합산하면 2023년~2024년까지 총 적자 규모는 약 7조~9조원대로 예상되고 있다.
삼성전자는 반도체 사업부 실적을 메모리와 비메모리를 구분 지어 발표하고 있지 않는다. 다만 시장은 이번 실적에서 DS부문이 기대치를 밑도는 성적을 거둔 배경으로 비메모리 사업부, 즉 파운드리 적자 폭이 예상보다 컸기 때문이라고 꼽는다.
실제 삼성전자 DS부문은 작년 4분기 영업이익이 2조9000억원을 거두는데 그쳤고 이는 경쟁사인 SK하이닉스가 같은 기간 8조828억원을 기록한데 비해 3배 가까이 차이 난다. 이에 삼성전자 DS부문은 사상 처음으로 SK하이닉스에게 연간 영업이익 규모에서 밀리기도 했다.
삼성전자가 파운드리 사업부의 경쟁력 제고를 위해 투입된 자금도 만만치 않다. 지난 2년간 수십조원의 자금이 들어갔다. 삼성전자의 DS부문 시설투자 금액은 2023년 48조4000억원, 2024년 46조3000억원으로 총 94조7000억원이다.
삼성전자는 시설투자 금액 역시 메모리 부문과 비메모리 부문을 발라내서 공개하지 않는다. 그럼에도 업계에서는 삼성전자의 연간 파운드리 시설투자 금액을 10조원 안팎으로 예상하는 만큼 적어도 수십조원대 자금이 투입됐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이같은 투자에도 정작 성과는 내지 못하고 있다는 얘기다.
이승우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삼성전자의 지난 2년간 적자 규모가 8조원에 육박한 것으로 추정된다"며 "지금까지 막대한 투자가 그야말로 밑 빠진 독에 물 붓기였던 셈"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전문가들은 삼성전자 파운드리 부문도 이제는 변화해야 한다고 진단한다. 메모리 중심의 조직 문화에서 벗어나 '파운드리'적 사고, 고객 중심의 자세로 전환해야 한다는 것이다. 삼성전자가 그간 강점을 지녀왔던 곳은 메모리 부문이지만 파운드리 사업은 속성이 완전히 다르기 때문이다. 메모리의 경우 제품 경쟁력이 최우선이지만 파운드리 사업은 사실상 서비스업에 가깝다.
일례로 파운드리 최강자이자 '슈퍼을'이 된 TSMC를 보면 알 수 있다. 대만 반도체 업계를 30년간 취재해 온 린훙원 저널리스트가 저술한 'TSMC, 세계 1위의 비밀'을 살펴보면 모리스 창은 설립 당시 '고객의, 고객에 의한, 고객을 위한' 세 가지 원칙에 따라 움직였다고 한다.
고객 전화 한 통이면 램프의 요정 지니처럼 TSMC 직원이 나타나 문제를 해결해주는가 하면 대만 9·21 대지진 때에도 직원들이 고객의 제품 걱정에 당일 밤 회사로 달려와 장비를 공장 밖으로 옮겨 빠르게 업무를 복구했다는 사례도 나온다. TSMC가 제조업인 파운드리 사업을 서비스업의 마인드로 접근했기 때문에 성공할 수 있었다는 뜻이다.
더구나 메모리 역시 인공지능(AI) 시대와 함께 부상 중인 고대역폭메모리(HBM)를 보더라도 고객 맞춤형으로 변모 중이라는 점이다. 삼성전자가 HBM의 큰손인 엔비디아 퀄 테스트(품질검증)을 통과하지 못한 채 고전하는 것도 사실상 삼성전자가 기존의 메모리 문화에서 벗어나지 못했다는 단면이라고 볼 수도 있다.
삼성전자가 반도체 부문 쇄신을 위해 지난해 말 단행한 인사에서도 그간의 메모리 중심 문화가 드러난다. 파운드리 사업을 새로 이끌게 된 한진만 사업부장(사장)의 주요 경력을 살펴보면 메모리사업부 플래시개발실 플래시설계팀 담당임원, 메모리사업부 솔루션개발실 SSD개발팀장, 메모리사업부 전략마케팅 실장 등을 지냈다. 파운드리 사업을 이끄는 수장이지만 이와 관련된 경력보다는 사실상 대부분을 메모리 사업부에서 보냈다.
이종환 상명대 시스템반도체학과 교수는 "HBM 같은 최신 메모리나 파운드리는 고객 중심이지만 삼성전자는 엔지니어나 조직 문화가 기존의 기술 중심의 메모리 문화에 최적화되어 있어 적응을 잘못하고 있다"며 "실적 중심으로 인한 부서 간 팽배해진 이기주의, 메모리 중심 문화 등 조직 문화가 바뀌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도 "삼성전자의 강점은 메모리와 파운드리를 동시에 한다는 것인데 메모리, AI가속기 등이 모두 필요한 AI반도체 시장에 핏이 맞다"며 "결국 AI반도체 흐름에서 승기를 잡으려면 삼성전자 파운드리도 빅테크 기업들의 수주를 받을 수 있도록 심혈을 기울이는 것이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뉴스웨이 정단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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