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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통·바이오 경구형에 병용요법까지···비만약 트렌드 발맞추는 국내사

유통·바이오 제약·바이오

경구형에 병용요법까지···비만약 트렌드 발맞추는 국내사

등록 2025.02.19 16:49

이병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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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만약 효능·투약편의성 향상 경쟁 치열국내사도 병용요법·경구용 제형 개발 박차올릭스·디앤디 등 대형 기술수출 성과

그래픽=홍연택 기자그래픽=홍연택 기자

지난해 글로벌 제약·바이오업계 트렌드를 이끈 비만약이 올해도 진화를 예고하며 신약 개발 경쟁 화두로 떠오르고 있다. 국내 기업도 병용요법 약물과 경구용 제형 등 효능·투약 편의성을 높인 비만 치료제 개발에 나서며 이 같은 움직임에 동참해 기술수출 성과를 내고 있다.

19일 제약바이오 업계에 따르면 올릭스는 최근 미국 일라이 릴리와 9100억원 규모의 독점 라이선스 계약을 맺었다.

올릭스는 지난 7일 릴리와 대사이상성 지방간염(MASH)·비만 치료제 후보물질 'OLX702A'에 대한 글로벌 독점 라이선스 계약을 체결했다. OLX702A는 MARC1 효소를 억제해 MASH와 기타 심혈관·대사 질환을 표적하는 물질이다. 이번 계약 규모는 총 6억3000만달러(약 9117억원)로 계약금(선급금)과 임상 개발 단계별 마일스톤(단계적 기술료), 상업화 마일스톤이 포함됐다. 구체적인 금액은 공개되지 않았다.

릴리가 올릭스와 기술이전 계약을 맺게 된 건 최근 릴리가 당뇨·비만 치료에 이어 MASH 분야로 확장을 추진하고 있기 때문으로 보인다. GLP-1·GIP 이중작용 비만 치료제 '젭바운드'(성분명 티어제파타이드)를 보유한 릴리는 GLP-1 계열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짧은간섭리보핵산(siRNA) 기술을 활용한 병용 요법을 계획하고 있다. 릴리 입장에서는 올릭스와의 계약을 통해 GLP-1 기반 비만 치료제의 병용 요법 후보 물질과 대사 질환에서의 RNA 치료제 관심도 증가에 따른 파이프라인 확보라는 두 가지 토끼를 잡을 수 있는 셈이다.

올릭스의 OLX702A는 '비대칭 siRNA' 기술을 기반으로 한 플랫폼 '갈낙(GalNAc)'을 통해 발굴된 후보 물질이다. 현재로서는 호주 임상 1상에 진입해 MASH 치료제로 개발 중이지만, 릴리와 맺은 계약은 비만치료제 병용 용도로 확장할 수 있는 구조인 것으로 파악됐다.

실제로 전임상 연구에서는 세마글루타이드나 티어제파타이드를 비롯한 GLP-1 제제와 병용 시 체중 감소 효과는 더 크게 나타났다. GLP-1 제제의 식욕억제에 더해 에너지 대사를 촉진하는 시너지 효과도 확인됐다. 이에 더해 요요현상 완화 효과도 나타나 추후 연구개발 성과에 따라 MASH를 넘어선 비만 적응증으로의 확대도 기대되는 상황이다.

한승연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전임상에서 세마글루타이드와 티어제파타이드 병용 투여 체중 감소 시너지 효과를 확인하며 비만 치료제로서의 가능성도 탐색하고 있다"면서 "MASH 호주 임상 1상은 올해 하반기 최종 데이터 도출이 기대되고, 2상부터는 파트너사 일라이 릴리가 주도할 예정이다. 향후 파트너사에서 비만 적응증으로 확장 희망 시 비만용 적정 약물 용량 탐색을 위한 추가 1상이 필요하다"고 분석했다.

비만 치료제 시장이 성장하며 최근에는 복용 편의성을 높이기 위한 경구용 제형 개발 경쟁도 치열해지고 있다. 국내에서도 자사 플랫폼 기술에 기반한 경구용 비만치료제 개발이 한창이다.

삼천당제약은 주사제를 경구제로 바꿔주는 S-PASS 플랫폼을 바탕으로 경구형 인크레틴 개발에 집중하고 있다. 앞서 노보 노디스크의 경구형 세마글루타이드 '리벨서스' 제네릭에 대한 생동성 임상을 2분기까지 마무리하겠다고 발표했다. 지난 5일 기업설명회(IR)를 통해 일라이릴리의 '젭바운드' 주성분인 티어제파타이드에 대해서도 S-PASS 기술 적용을 연구하고 있다고 밝히기도 했다.

삼천당제약 관계자는 경구용 세마글루타이드와 관련해 "2분기부터 허가를 위한 임상을 진행해 2026년부터는 제품 판매를 하고 2027년까지는 전 제품의 허가를 취득하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디앤디파마텍은 경구용 펩타이드 플랫폼인 오랄링크(ORALINK)를 기반으로 적응증별 계약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회사는 현재 경구용 GLP-1 수용체 작용제인 'DD02S'(미국 품목명 MET-002)를 미국 멧세라에 기술수출한 상태다. 멧세라와 맺은 기술이전 계약 규모는 총 6개 품목(경구용 5개 제품, 주사용 삼중작용제), 약 1조1000억원(8억300만달러) 수준이다.

DD02S는 현재 미국에서 임상 1상이 진행 중으로, 디앤디파마텍은 지난해 11월 세부 마일스톤 중 하나였던 임상 1상 첫 환자 투약 달성에 따라 약 28억원(200만달러)의 기술료를 수령했다. MET-002의 리벨서스 대비 흡수율 데이터는 올해 상반기에 공개될 것으로 보인다.

디앤디파마텍은 앞서 비글견을 대상으로 한 동물실험을 통해 DD02S가 리벨서스 대비 최대 10배 이상 높은 5%의 흡수율을 보였다고 실험 결과를 공개했다. 리벨서스의 흡수율은 0.4%로 추정된다. 또 주요 흡수 위치가 소장으로 식사에 따른 흡수율 영향이 없어 복용 시 공복 상태 유지 등이 필요하지 않은 점도 장점으로 꼽힌다.

이와 유사한 결과가 임상 시험에서 재현된다면 향후 오랄링크 기반 후속 경구용 제품 개발과 오랄링크 플랫폼에 대한 기술수출도 본격화될 것으로 기대된다.

제약바이오업계 관계자는 "GLP-1 단독 요법도 이미 시장성을 증명했지만 기술 발전에 따라 병용요법도 발전하고 있다"면서 "최근엔 의약품 복용 편의성 측면에서도 '더 쉽게'를 강조하는 게 트렌드다"라고 말했다.

실제로 환자들 사이 경구용 제형에 대한 선호는 매우 높은 것으로 확인된다.

유안타증권 리서치센터에 따르면 2형 당뇨 환자 600명을 대상으로 주 1회 투약 주사 제형과 매일 복용하는 경구제 중 선호하는 치료제에 대한 설문 조사를 벌인 결과 76.5%의 환자가 경구제를 선택했다. 즉 투약 횟수보다 투여 경로가 환자들의 약물 선택에서 더 중요하게 작용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하현수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비만 치료제에서도 경구제에 대한 선호는 높을 것으로 판단한다"면서 "특히 위의 사례인 2형 당뇨나 건선 등과 달리는 비만은 상대적으로 치료의 긴급성이 덜해서 경구제의 편의성이 중요할 것으로 보이며, 부작용 관리 등에서도 경구제가 유리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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