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류 퍼거슨 전 미 하원의원 워싱턴사무소장 부임공화당 조지아주 4선 출신···트럼프 정책 이해도 높아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 후 무뇨스·성 김 등 잇단 영입
앞서 현대차그룹은 지난 연말 그룹 최초로 미국인인 호세 무뇨스를 최고경영자로, 전 주한 미국대사인 성 김 고문을 사장으로 각각 선임한 데 이어 전직 연방 하원의원까지 스카우트한 것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고율관세 정책으로 글로벌 완성차 업계가 혼돈에 빠진 가운데 현지 사정에 밝은 인사들을 대거 영입, 대미 행보를 강화하겠단 전략이다.
현대차그룹은 5월 1일 자로 드류 퍼거슨 전 미국 연방 하원의원을 HMG워싱턴사무소장으로 선임한다. 퍼거슨 전 의원은 미국 정부와 의회, 현대차그룹 사이의 소통을 총괄하는 역할을 맡게 된다.
퍼거슨 전 의원은 2017년부터 지난해까지 미국 조지아주에서 4선을 지낸 거물급 정치인이다. 공화당 내에서도 대표적인 친(親)트럼프 인사로 꼽힌다. 트럼프 행정부 1기 시절 미국 내 제조업 부흥과 일자리 창출, 세제 개혁 등 핵심 정책들을 적극 지지하고 추진했다. 특히 제조업 기반 강화를 위한 입법 활동에 참여해 공화당 내 정책 추진에 핵심 역할을 했다. 2019년부터 2023년까지 공화당 하원 수석부총무로 활동하며 공화당의 입법 전략을 조율했다.
현대차그룹과는 현대차그룹 메타플랜트아메리카(HMGMA)와 기아 조지아 공장 등 주요 생산거점이 위치한 조지아주 웨스트포인트시 시장을 맡으며 인연을 맺었다. 현대차그룹은 2019년 조지아 공장 10주년 행사에 퍼거슨 당시 의원을 초대하기도 했다.
현대차그룹 관계자는 "(퍼거슨 전 의원 영입으로) 미 정부와 보다 원활히 소통하고 현지 내 정책 변화에 더욱 신속히 대응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정의선 회장은 '트럼프 리스크'를 대미(對美)협력 인사들로 풀어가려는 모습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4일 25% 자동차 품목관세와 관련 "일부 자동차 회사들을 도와주기 위한 조치를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현대차그룹이 210억 달러(약 31조원) 규모의 대미 투자를 결정한 만큼 '일부 자동차 회사'에 현대차그룹이 포함된 것이 아니냐는 업계 예측이 나온다. 이는 트럼프 행정부와의 협상의 여지가 남아 있다는 것이고, 퍼거슨 전 의원 영입도 이러한 상황을 대비한 포석인 것이다.
퍼거슨 전 의원 영입에 앞서 지난해 성 김 전 고문을 사장으로 승진한 것도 같은 맥락으로 해석된다. 주한 미국 대사와 주인도네시아 미국 대사 등을 역임한 성 김 사장은 동아시아·한반도를 비롯한 국제 정세에 정통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차그룹과는 2000년대 초반 초임 외교관으로 한국에 왔을 때부터 교류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차그룹은 성 김 사장이 2023년 미 국무부 대북정책특별대표를 물러나자 그해 말 고문역으로 영입한 데 이어 1년 만인 지난해 말 대외협력과 국내외 정책 동향 분석, PR 등을 총괄하는 자리에 앉혔다.
미국 자동차 시장에 잔뼈가 굵은 무뇨스 사장 또한 현대차그룹의 대미 정책 방향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로 꼽힌다. 무뇨스 사장은 2010년대 중반 닛산 북미 법인장으로 현대차그룹과 치열한 경쟁을 벌이다 2019년 미주권역담당 사장으로 현대차로 영입된 데 이어 지난해 11월 사장으로 선임됐다.
무뇨스 사장의 중용은 곧 경영성과로 이어지기도 했다. 현대차 미국법인은 지난달 전년 동월 대비 13% 증가한 8만7019대를 판매했다. 이는 역대 3월 최대 판매량이자, 월 기준 두 번째로 높은 실적이다.
완성차 업계에서는 현대차그룹이 최근 들어 이른바 대미 라인이 속속 자리 잡으며 기존의 순혈주의가 깨지고 새로운 '현대차 DNA'가 이식되고 있다고 평가한다. 업계 한 관계자는 "현대는 대표적인 한국식 기업이었으나 외국인 경영진이 대폭 늘어나며 기업 색깔과 문화가 크게 달라졌다"고 했다.

뉴스웨이 신지훈 기자
gamja@newsway.co.kr
저작권자 © 온라인 경제미디어 뉴스웨이 ·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