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사주 활용 EB 적법성 논란, 가처분 심문 돌입중국발 석유화학 위기 따른 사업 재편 불가피법원 판단 따라 신사업 투자 등 상황 달라질 듯
태광산업은 EB 발행으로 투자 자금을 마련해 애경산업을 인수해 신사업에 나서겠단 복안으로, 향후 법원의 판단은 애경산업 인수전에도 중대한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16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민사50부(재판장 김상훈)는 오는 18일 오전 태광산업의 2대주주인 트러스톤자산운용이 낸 이사위법행위 유지 가처분 신청에 대한 심문기일을 진행한다. 법원의 결정은 이달 중 나올 전망이다.
앞서 태광산업은 지난 1일 사업구조 개편안을 내놨다. 올해와 내년에 총 1조5000억원을 투입해 신규 사업 관련 기업을 인수하거나 설립하겠단 '투자 로드맵'을 설정했다. 신사업으로 화장품 제조·판매 기업, 신재생에너지 및 부동산개발 등을 꼽고, 투자 자회사를 설립해 애경산업 인수전에 뛰어들었다.
태광산업은 자사주 전량(27만1769주·지분율 24.41%)을 EB로 발행해 약 3186억원을 조달해 이 중 2000억원가량을 애경산업 인수에 사용한다는 방침이다.
주주들은 태광산업의 이번 발표의 진정성을 의심하는 분위기이다. 일단 EB 발행 과정에서 채권자가 교환권을 행사하면 이들에게 자사주가 넘어가 유통될 수 있는 구조이다. 즉 제3자 배정 유상증자나 마찬가지라는 분석이다.
EB 발행 자체가 기존 주식 가치를 희석하는 것은 아니다. 신주를 발행해 전환해주는 전환사채(CB)와 달리 EB는 기존 주식을 교환해준다는 면에서 주주 가치 희석에 대한 우려가 낮다. 다만 교환 대상이 기업이 보유 중인 자사주인 경우에는 얘기가 달라진다. 이 경우 통상적인 EB 발행과 달리 사실상 CB와 비슷한 효과를 가져올 수 있기 때문이다.
이에 트러스톤자산운용이 "주주이익을 침해할 우려가 크다"며 "명백한 상법 위반이자 배임 행위"라며 지난달 30일 서울중앙지방법원에 발행 금지 가처분을 신청했다.
만약 가처분이 인용될 경우, 태광산업의 사업 재편은 시작부터 차질을 빚게 될 전망이다. 현재 태광산업은 1조9000억원에 달하는 현금성 자산을 보유하고 있지만 실제 신규 사업에 투자할 수 있는 여력은 1조원 미만으로 추산된다.
석유화학 및 섬유 등 기존 사업 유지에 약 5000억원, 업황 악화에 대비한 3.5개월치 예비운영자금으로 5600억원가량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또 석유화학 2공장과 저융점섬유 공장 가동 중단에 따른 시설 철거와 인력 재배치 비용도 상당 부분 소요될 예정이다.
실제 태광산업은 지난 14일부터 중국 법인인 태광화섬상숙유한공사의 스판덱스 생산 라인 가동을 일부 중단했다. 2003년 설립된 태광화섬상숙은 3개의 생산라인을 통해 연간 2만7000톤 규모 스판덱스 생산 거점으로 꼽혀왔다. 그러나 2021년 이후 매출이 급감하며 지금은 완전자본잠식 상태에 빠진 상태다. 향후 공장을 완전 폐쇄하고 철수하는 방안도 유력하게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기존 투자도 전면 재검토에 들어갔다. 지난해 5월 중국 닝샤에 8600억원을 투입해 10만8000톤 규모의 스판덱스 2공장 건립에 나섰으나 선투자금 일부를 손실로 떠안으며 전면 중단을 결정했다. 극심한 업황 불황과 글로벌 공급 과잉으로 미래 성장성과 경쟁력 약화가 불가피하다는 판단에서다.
태광산업은 "신사업에 투자할 목적으로 EB 발행을 하는 것"이라고 강조하며 "이해관계자들의 의견을 충분히 듣고 향후 의사 결정에 이를 반영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뉴스웨이 신지훈 기자
gamja@newsway.co.kr
저작권자 © 온라인 경제미디어 뉴스웨이 ·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