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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관광 소비 벗어난 K-뷰티, 글로벌 시험대는 지금부터

오피니언 기자수첩

관광 소비 벗어난 K-뷰티, 글로벌 시험대는 지금부터

등록 2025.04.30 14:46

양미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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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출 100억달러 첫 돌파, 12년 만에 10배 성장미국·일본 등 다변화된 수출 구조로 시장 확장한류 넘어서 기능성과 안전성으로 승부수

reporter
한국 화장품 산업이 다시 주목받고 있다. 지난해 수출액은 전년 대비 20.6% 증가한 102억달러를 기록하며 처음으로 100억달러를 넘어섰다. 단순한 반등이 아니라, 수출 지역의 다변화와 제품 경쟁력의 고도화를 동반한 구조적 성장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K-뷰티는 한때 중국 관광 소비에 의존하던 시기를 지나, 미국과 일본 등 선진 시장을 중심으로 본격적인 브랜드 경쟁에 돌입하고 있다.

변화의 출발점은 수출 구조의 전환이다. 2015년만 해도 한국 화장품 수출의 약 40%가 중국에 집중돼 있었고, 상당 부분은 관광객 소비에 기대는 면세점 판매에 의존했다. 그러나 2017년 사드 보복 조치, 2020년 팬데믹을 거치며 특정 국가·채널 의존형 모델의 취약성이 여실히 드러났다. 이후 K-뷰티는 수출국을 다변화하고, 미국·일본·동남아·중동 등으로 시장을 넓히는 데 속도를 냈다.

이러한 전략은 실질적인 성과로 이어졌다. 2024년 한국의 대미 화장품 수출액은 19억달러로 전년 대비 57% 급증하며, 프랑스를 제치고 미국 내 화장품 수입국 1위에 올랐다. 일본에서도 한국 제품의 수입 비중은 28.8%에 달해 3년 연속 1위를 유지했다. 일시적 반등이 아닌, 위기를 계기로 수출 구조 자체가 재편된 결과다.

수출 시장의 재편과 함께 유통 채널과 소비자층 역시 급변하고 있다. 과거에는 외국인 관광객을 겨냥한 면세점 중심의 간접 판매가 주를 이뤘지만, 현재는 아마존·세포라·울타뷰티 등 현지 유통망을 통한 직진출이 확대되고 있다. 이 같은 채널 전략의 변화는 단지 판매 방식의 전환을 넘어, 현지 소비자와의 접점을 넓히고 브랜드 인식을 심화시키는 과정이다.

이는 소비 트렌드의 변화와도 맞물린다. 과거에는 K-팝·K-드라마 팬덤을 기반으로 한 감성 소비가 주를 이뤘다면, 이제는 성분과 효능을 중시하는 기능 중심 소비자가 시장의 주류로 자리 잡았다. 이에 따라 K-뷰티는 단순한 유행이 아닌, 기능성·안전성·지속가능성과 같은 글로벌 기준을 충족하는 제품력으로 경쟁력을 확보해 나가고 있다.

미국 시장에서의 확산이 특히 두드러진다. 메디큐브, 라네즈, 닥터자르트 등 주요 브랜드들은 유명인의 입소문을 타고 빠르게 대중화되고 있다. 저스틴 비버의 아내 헤일리 비버, 배우 시드니 스위니, 플로렌스 퓨 등 셀럽들이 소개한 브랜드들이 SNS와 유튜브를 통해 확산되면서, 한국 화장품은 이제 '가성비 좋은 뷰티 제품'으로 현지 시장에 안착 중이다.

다만 외형 성장만으로 낙관하긴 이르다. 최근 시행된 미국의 화장품 규제 현대화법(MoCRA)이 제품 등록, 안전성 입증, 성분 표시 등을 의무화하면서 글로벌 유통망 진입의 문턱을 높이고 있다. 단순한 트렌드 선점이나 빠른 출시만으로는 대응이 어려운 시대가 된 것이다. 기술 기반의 품질관리와 인증 대응 역량은 이제 브랜드 생존의 핵심 조건이 되고 있다.

정치적 변수도 부담 요인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한국을 포함한 외국산 제품에 대해 최대 25%의 관세 부과 방침을 공식화한 상태다. 만약 이 조치가 현실화된다면, 미국 내 가격 경쟁력과 유통 전략 전반에 상당한 조정이 불가피하다. 구조적 개선이 진전된 상황에서도 외부 변수 하나로 타격을 입을 수 있다는 점에서, 보다 정교한 리스크 대응 전략이 요구된다.

글로벌 경쟁 구도 역시 녹록지 않다. 로레알, 에스티로더 등 전통 강자뿐 아니라 개성과 지속가능성을 앞세운 글로벌 인디 브랜드들도 시장을 세분화하고 있다. K-뷰티가 이들과의 차별화와 브랜드 지속성 확보에 실패한다면, 다시 일회성 트렌드에 머무를 위험도 존재한다.

관광객 소비에 기대던 시절을 지나, 수출 구조와 유통 방식, 소비자 대응 전략까지 체질을 바꾼 K-뷰티는 이제 선진 시장에서 진검승부에 나서고 있다. 관세와 규제, 글로벌 경쟁이라는 외부 변수 속에서도 지속가능한 산업으로 성장하려면, 문화 콘텐츠를 넘어선 제품력과 제도 대응력이 뒷받침돼야 한다. K-뷰티의 글로벌 시험대는 지금부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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