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슬라, 올해 말 4680배터리에 건식공정 도입건조 공정 없어 원가 경쟁력 강화에 탁월국내 배터리 3사·중국 업체도 상용화 준비 중
업계에 따르면 테슬라는 올해 하반기부터 미국 텍사스 자사 4680 원통형 배터리 생산라인에 건식 전극 공정을 도입할 예정이다. 시험생산은 지난해 말 마쳤으며, 향후 사이버트럭, 로보택시와 2인승 스포츠카 로드스터 등 차세대 전기차에 해당 기술을 적용할 것으로 보인다.
건식공정은 테슬라가 지난 2020년 배터리데이에서 처음 공개한 차세대 배터리 생산 기술로, 기존의 습식 공정과 차별화됐다는 평가와 함께 주목받고 있다. 대부분의 배터리 생산에 활용하는 습식 공정은 활물질, 도전재, 바인더를 유기용매와 혼합해 액체 형태의 슬러리로 만들고, 이를 극판에 코팅하는 방식이다. 200℃ 이상의 오븐에서 용매를 건조하는 과정이 뒤따른다. 반면 건식공정은 용매 없이 고체 파우더 형태로 전극 집전체에 코팅하는 방식이다. 건조 공정을 생략할 수 있어 건조에 필요한 비용을 30%, 면적을 50% 줄인다. 전극 두께를 더욱 두껍게 제조할 수 있어 에너지 밀도 확보에 유리하다. 전극은 두껍고 밀도가 높을수록 에너지 밀도가 높아지는 특징이 있다.
아직 건식공정을 안정적으로 상용화한 배터리 기업이 없어, 해당 시장은 초기 단계에 머물러 있다. 그러나 배터리를 넘어 전기차의 가격 경쟁력과 직결되는 기술인 점에서 산업 전반에 미치는 파급력이 상당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특히 건식공정을 기반으로 한 삼원계 니켈·코발트·망간(NCM) 배터리는 중국 업체들이 선점한 LFP(리튬인산철) 배터리보다 저렴하거나 유사한 가격대로 공급이 가능할 것으로 보여, 저가형 배터리 시장에서의 활용 가능성도 주목된다. 글로벌 시장조사업체 VMR에서는 건식공정 시장이 지난 2024년 1조7054억원에서 오는 2033년 3조5535억원 규모로 두 배 이상 성장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테슬라는 건식공정을 도입한 자체 배터리 생산으로 수익성을 회복하겠다는 복안이다.
테슬라는 주로 4680배터리를 LG에너지솔루션과 파나소닉 등 외부 업체로부터 납품받고 있다. 그러나 최근 LG에너지솔루션의 테슬라 향 4680 배터리 납품 일정이 지난해 말부터 지연되는 등 배터리 내재화에 힘을 싣는 모습이 보인다. 전기차 판매 단가의 40%를 차지하는 배터리를 직접 생산하면 원가를 절감, 전기차의 가격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다.
SNE리서치에 따르면 올해 1~2월 기준 테슬라의 배터리 내재화 비중은 전체의 9.0%로, 지난해 같은 기간(1.1%) 대비 약 8배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외부 공급업체의 입지가 축소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는 이유다. 최태용 DS투자증권 연구원은 "고객사의 보수적 재고 감축 기조가 지속되는 가운데 4680은 당초 기대보다 지연되며 공급 시점에 대한 불확실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배터리 업계 관계자는 "공급사들의 타격이 없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가격 경쟁력이나 규모의 경제를 실현할 수 있느냐에 대한 근본적인 의문점을 갖고 있으며, 흐름을 지속적으로 주시해야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LG에너지솔루션 또한 건식공정 상용화를 추진 중이지만, 테슬라와의 격차는 뚜렷하다. LG엔솔은 대전 기술연구원에서 연구개발을 진행해 왔으며, 지난해 4분기부터 충북 오창 플랜트 건식공정의 파일럿 라인을 가동 중이다. 양산 전환 시점은 최소 2028년으로, 테슬라가 약 3년 앞서있다.
한편, 중국 기업들은 보다 빠른 속도로 양산 채비를 갖추고 있다. CATL은 일부 대형 셀에 건식공정 적용을 검토하고 있으며, 올해 중 양산할 예정이다. BYD는 오는 2027년 양산을 예고하며 소규모 파일럿을 운영하고 있다.
이는 국내 기업엔 일정 부분 압박 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도 거론된다. 업계에서는 LFP배터리 등에 건식공정을 도입하면 배터리 제조 비용을 17~30%까지 낮출 것으로 보고 있다. LFP를 기반으로 한 저가 배터리 시장은 이미 중국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 아래 중국 업체들이 주도하고 있으며, 향후 상용화될 경우 국내 배터리 3사의 가격 경쟁력은 위협받을 수 있다는 지적이다.
이에 김필수 대림대 미래자동차공학부 교수는 "완성차의 배터리 내재화, 전기차 캐즘, 이른 중국 업체의 이른 상용화 시점 3가지 악조건 속에서 국내 3사가 고민이 많은 시점"이라고 짚었다.
국내 기업 중 SK온, 삼성SDI 또한 개발 준비 중이지만, 구체적인 양산 시점은 공개되지 않았다. SK온은 국내에 파일럿 라인을 일부 운영 중이며, 지난달 10일에는 미국 건식 전극공정 솔루션 전문 개발업체인 리캡 테크놀로지와 전략적 협력 의향서를 체결했다. 삼성SDI 또한 충남 천안에 '드라이EV' 파일럿 라인에서 시험생산을 가동하고 있다.

뉴스웨이 고지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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