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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성웅 “‘황제를 위하여’는 1.5군이 만든 명품 느와르다”

[인터뷰] 박성웅 “‘황제를 위하여’는 1.5군이 만든 명품 느와르다”

등록 2014.06.18 15:39

김재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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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 이수길 기자사진 = 이수길 기자

그가 1997년 영화 ‘넘버3’에 단역으로 출연했다는 점은 그 어느 누구도 모른다. 사실 그가 데뷔 17년차의 ‘중견’ 배우란 점은 더욱 놀랍다. 2007년 MBC 드라마 ‘태왕사신기’에서 ‘주무치’로 출연했고, 그때 인연으로 지금의 아내를 만났지만 아직도 그의 이름은 낯설게만 다가온다. 배우로서의 존재감은 그 어느 누구보다도 강렬하다. 단 한 번 모습을 드러내는 ‘특별출연’ 혹은 ‘카메오’ 연기만으로도 그의 존재감은 망치로 후려친 듯 강하다. 그래서 지난 해 출연 후 큰 성공을 거둔 영화 ‘신세계’가 그에겐 데뷔 17년의 무명 시절을 깨끗이 지워낸 터닝 포인트가 됐다. 배우 이중구, 아니 박성웅이 주인공이다. ‘진짜’ 이름 박성웅보다도 그는 아직도 길을 걷다 보면 ‘이중구’란 소리를 더 많이 듣는다고 한다. 이제 박성웅이 자신의 필모그래피에 이름 하나를 더하려 한다. 영화 ‘황제를 위하여’의 정상하다.

영화 개봉 후 만난 박성웅은 사실 아직도 ‘이중구’의 아우라가 남아 있었다. 그가 이중구 캐릭터에서 빠져 나오지 못한 게 아니다. 박성웅 자체가 이중구였고, 이중구 자체가 박성웅이었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신세계’는 박성웅의 원맨쇼나 다름없던 한국형 느와르의 걸작이다. 박성웅은 신작 ‘황제를 위하여’ 홍보 인터뷰에서 1년이나 지난 전작 얘기부터 꺼낸다고 “이거 뭐하자는 거야”라며 쎄게 농담부터 던졌다. 농담도 박성웅이 던지니 서늘했다. 이내 사람 좋은 인상으로 돌아온 박성웅이다.

사진 = 이수길 기자사진 = 이수길 기자

“뭐 나한테는 ‘신세계’가 평생 따라 다닐 좋은 작품이고, 그게 나한테는 훈장이죠. 신세계 찍을 당시에 내가 40세였어요. 그때 내 상대역들은 최민식 황정민 이정재 등 소위 챔피언으로 불리는 위치의 배우들이에요. 나? 난 도전자 축에도 못 끼었지. 난 그냥 들이대야 했어요. 들이대다 얻어맞고 지면? 지는 게 당연하잖아요. 그러다 비기면? 난 비기기만 해도 이기는 거라 생각했죠. 내가 잃을 게 뭐가 있어요. 그냥 날 세우고 덤볐죠. 기분 좋은 게 지금도 ‘신세계’에서 ‘정청’과 ‘이중구’의 면회실 장면을 명장면으로 꼽아주시는 분이 많아요. 노력한 대가라고 할까요. 그 바탕에는 내가 잘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있었어요. 지금도 그것 하나 만큼은 충만하죠.”

비하인드 스토리지만 당시 ‘이중구’ 캐릭터를 놓고 충무로의 내로라하는 유명 배우들이 경합을 벌였다고 한다. 그에 비해 박성웅은 인지도 면에서 무명이나 다름없던 위치였다. 그걸 따냈으니 박성웅은 잃지 않기 위해 또 ‘저래서 무명이지’란 말을 듣지 않기 위해 칼을 갈았다. 그게 오늘날까지 그를 ‘이중구’로 불리게 만들었다. 그런 그가 또 다시 느와르를 선택했다. 그것도 같은 깡패 두목이다. 동일 캐릭터 동일 장르 동일 연기의 폭이다. 배우로선 치명적인 선택일 수 있었는데. 박성웅은 “못할 이유가 뭔가”라고 맞받아 쳤다.

사진 = 이수길 기자사진 = 이수길 기자

“일단 ‘신세계’의 이중구는 사투리를 쓰지 않잖아요. ‘황제’의 정상하는 부산 사투리를 써요. 원래 내가 사투리에 대한 어떤 트라우마가 있었어요. 그래서 이번에는 ‘사투리’에 대한 도전이 컸죠. 정상하는 좀 부드러운 사투리거든요. 부산 사투리가 원래 좀 쎄요. 난 정상하가 좀 중후했으면 했거든요. 한 두 달 정도 연습했어요. 시나리오를 쓴 작가가 부산 출신이라 도움을 좀 받았죠. 나중에는 이 작가가 연기를 하더라구요. 내 연기를 지적하면서 하하하.”

그의 말처럼 박성웅의 정상하 사투리는 중후하고 멋스럽고 무게감이 가득했다. 이중구가 날선 ‘사시미 칼’ 같은 느낌이라면 정상하는 ‘조금은 무딘 하지만 묵직한 칼’ 같은 느낌이었다. 연기 톤도 훨씬 힘을 뺐다. 이중구와 똑같다는 말을 들을 수 있었기에 사실 독기는 이번에 더욱 품었다. 철저하게 정상하로의 생활을 유지했다.

사진 = 이수길 기자사진 = 이수길 기자

“스스로 그 인물의 일대기를 좀 그려봤죠. 사실 이중구란 인물을 연기해서 그런지 정상하의 히스토리는 좀 더 쉽게 접근이 됐어요. 제가 다른 베이스를 기준으로 캐릭터를 잡지는 않아요. 그런데 이번에는 어쩔 수 없이 그렇게 됐죠. 이중구는 좀 운이 없는 친구죠. 평생을 두목 뒤치다꺼리만 하다가 갑자기 정청이란 인물이 툭 튀어나면서 뒤로 밀려요. 얼마나 화가 나겠어요. 날이 설 수 밖에 없죠. 하지만 정상하는 처음부터 두목으로 성장한 인물이에요. 무게감 그리고 여유가 있잖아요. 비슷하다고요? 에이 사실 장르와 캐릭터의 느낌이 비슷한 것이지 실제 두 인물은 완전하게 달라요. 끝과 끝에 있다고 할까.”

그는 작품을 고를 때 항상 자신이 잘 할 수 있는 도전할 수 있는 포인트를 찾는단다. ‘신세계’가 그랬다. ‘태왕사신기’도 그랬다. ‘하이힐’에서의 특별출연도 그랬다. 어떤 포인트가 눈에 띄면 그것에 올인하고 그 점을 부각시켜 자신의 존재감을 키워내는 방식이다. 하지만 딱 한 번 그러지 않은 적이 있다고 한다. 자신의 패턴에서 벗어났던 케이스다. 최근 개봉해 화제를 모았던 영화 ‘역린’이다.

“‘역린’은 누가 봐도 흥행할 것 같은 작품이었죠. 그래서 했냐고? 난 그런 스타일은 절대 아니에요.(웃음) 처음 감독님이 제게 시나리오를 전해주셔서 읽고 든 첫 느낌이 ‘내가 여기서 뭘하지?’였어요. 실제로 그랬어요. 내가 꽂힐 포인트를 찾아봤는데 내린 답은 ‘없다’였어요. 결국 내가 뭘 했는지 아세요. 참나, 내가 나한테 최면을 걸었어요. ‘성웅아 너가 할게 없어? 그럼 너만 할 수 있는 홍국영을 만들어 봐’라고. ‘역린’에선 결국 내가 도전하고 내가 만들어 낸 포인트가 그 점이었어요.”

사진 = 이수길 기자사진 = 이수길 기자

‘역린’은 그렇게 박성웅을 빨아 들였다. 하지만 뜻하지 않은 세월호 침몰 참사로 흥행 직격탄을 맞았다. 평단의 악평도 한 몫 했다. 그럼에도 박성웅은 “영화적인 완성도면에서 그렇게 욕을 먹을 작품은 절대 아니라고 본다”고 소신을 밝혔다. 이어 “흥행에선 기대에 못 미쳤지만 난 개인적으로 다른 큰 걸 얻었다”고 만족해 했다.

“흥행이 전부인가. 난 아니라고 봐요. 그 수 많은 배우들과 이재규 감독님 그리고 스태프들과의 인연이 있었잖아요. 이건 정말 큰 선물이에요. 더욱이 몰랐는데 제작사 대표님이 제 학교 선배님이더라구요. 정말 친해졌죠. 결국에는 다른 시나리오도 건네 주셨어요. 인연이 인연을 물고 오는 거잖아요. 이번 ‘황제’ 때도 그랬어요. 이민기란 아주 좋은 동생을 얻었어요. 민기가 정말 싹싹한게 너무 잘하는 거에요. 너무 예뻐요. 저런 동생을 어디서 얻어요.(웃음)”

사진 = 이수길 기자사진 = 이수길 기자

그렇게 박성웅은 현장에서 어느덧 맏형이 돼 있었다. 연출을 맡은 박상준 감독 역시 박성웅의 리더십을 칭찬하기도 했다. 박성웅은 현장에서 후배 배우들 스태프들을 다독이고 결속시켰다. 매서운 눈빛과 190cm에 육박하는 거구라 그에게 쉽게 다가서기는 힘들다. 무엇보다 풍겨오는 아우라가 상당하기 때문이다. 박성웅 역시 “내가 무서운지 잘 못오더라”며 웃는다.

“현장에서 내가 강조한 게 ‘우린 1.5군이다’ 였어요. 막말로 주연배우인 나도 1군이 아닌데(웃음). 우리가 1군이냐? 그럼 2군이냐? 우린 1.5군이다. 다들 수긍하더라구요. 1군은 챔피언이에요. 그럼 우린 도전자에요. 그것도 랭킹 3위나 4위정도. 챔피언은 자기 자리를 지켜야 하지만 우린 챔피언의 자리를 올라설 수 있는 가능성이 있잖아요. 그걸 올라서기 위해 우리가 할 일? 그냥 열심히만 하면 돼요.”

사진 = 이수길 기자사진 = 이수길 기자

박성웅은 인터뷰 내내 ‘도전자’의 입장에서 자신의 배우론과 ‘황제를 위하여’를 자랑했다. 앞서 개봉한 같은 장르의 ‘우는 남자’와 ‘하이힐’의 1군이기에 자신들은 “잃을 게 없다 패기로 맞서면 된다”는 입장이었다. 그 패기가 결국 개봉과 동시에 1군을 이기는 기적을 낳았다.

박성웅은 인터뷰 말미에 “‘황제’의 마지막 장면이 있다. 이민기와 함께 요트에서 나누는 대사가 있는데 그 묘미를 느껴보기 바란다”면서 “‘느와르 박’이란 별명이 생겨버렸다. 내가 그 장면 때문에 이 영화에 출연을 결정했다. 진짜 느와르? ‘황제를 위하여’ 강추한다”며 엄지 손가락을 추켜세웠다.

사진 = 이수길 기자사진 = 이수길 기자

대중들이 믿고 보는 배우 이중구, 아니 정상하, 아니 이제 박성웅이 우뚝 설 차례다. ‘황제를 위하여’가 확실히 증명하고 있다.

김재범 기자 cine517@

뉴스웨이 김재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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