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 의존도 여전히 높아···‘경제성’과 ‘안정성’ 고려해야 할 것
국내 정유업계가 원유도입 다각화로 활로를 모색하고 있지만 생각만큼 효과가 크진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6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국내 주요 정유업체는 원유도입 다변화를 위해 북미와 유럽 등에서 새로운 수입처를 확보하는 데 신경을 기울이고 있다. 하지만 경제성을 고려한 스폿 물량일 뿐 지속 가능 여부는 불투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 관계자들은 중동 이외의 지역에서 원유를 수입하는 것은 일시적인 거래이며 수입 국가수를 늘렸다는 데 의의가 있다고 설명했다.
운송비와 정제비용 등을 모두 따졌을 때 경제성이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매장량의 절반이 중동에 분포해 있는 만큼 중동산 원유를 들여오는 게 안정적이라는 분석이다.
게다가 국내 정유업체의 설비가 중동산 원유에 최적화 돼 있기 때문에 품질이 다를 경우 첨가제를 넣거나 추가 공정을 거쳐야하는 번거로움이 있다.
한국석유공사에 따르면 중동산 원유에 대한 국내 업계의 의존도는 여전히 높다. 10년 내 국내 정유사가 들여온 물량 중 중동산 원유가 약 80% 이상이었고 지난해 수입한 원유 9억2000만배럴 중에서도 약 85%를 차지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업계가 저렴한 원유 확보에 주력하는 이유는 정제마진을 개선하고 중동 의존도를 낮춰 향후 가격 협상력을 높일 수 있다는 기대에서다.
GS칼텍스는 지난달 멕시코 석유공사와 계약을 맺고 원유 100만배럴을 도입했으며 지난해 알래스카에서 들여온 원유의 수입 확대도 검토할 계획이다.
현대오일뱅크는 최근 멕시코산 원유 400만배럴을 도입하기 위한 계약을 체결했다. 이 회사는 유종 다변화 비중을 높이기 위해 노력해왔으며 정제를 위한 고도화 설비를 구축하는 데도 주력했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SK이노베이션·GS칼텍스·현대오일뱅크 등 3사는 이란산 원유 수입에 대해서도 긍정적으로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기존엔 SK이노베이션과 현대오일뱅크 두 곳에서만 이란산 원유를 수입해왔지만 최근 이란에 대한 경제 제재가 풀릴 것으로 기대되면서 GS칼텍스도 도입을 고려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하지만 이란과의 가격협상과 핵협상 협의 사항 이행에 대한 미국 정부의 검증과 미 의회 통과까지는 시간이 걸리기 때문에 실제 도입은 올 하반기에나 가능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반면 에쓰오일은 기존 정책을 바꿀 계획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안정성이 최우선이고 효율성도 고려해야하기 때문에 굳이 도입처를 새롭게 확보할 필요가 없다는 이유에서다. 에쓰오일은 최대주주인 아람코에서 원유를 수입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새로운 원유 도입으로 경제적 효과가 나타날 수 있다는 것엔 동의하면서도 중동국가와의 가격협상력이 높아질지에 대해서는 미지수라고 평가했다.
업계 관계자는 “국내 정유업체의 중동 의존도는 비슷한 수준”이라면서 “경제적인 측면을 고려하는 것도 좋지만 중동산 원유가 안정적이기 때문에 진정한 의미의 도입 다변화가 이뤄지기까진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전망했다.
아울러 “앞으로 중동과의 가격 협상력이 높아질 수는 있지만 나라별로 수입 유종이 다르기 때문에 좀 더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차재서 기자 sia0413@
뉴스웨이 차재서 기자
sia0413@newsw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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