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너일가의 취약한 지분구조 원인···“5% 넘는 지분만으로도 원하는대로 할 수 있어”
8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최근 엘리엇은 최대주주인 국민연금과 삼성물산 지분을 가진 삼성그룹 계열사들에 힘을 모아 삼성합병 작업에 반대하자고 여론몰이에 나서는 한편 삼성물산에 주주제안서를 보내 7월17일 임시주총에서 정관변경을 통해 삼성전자(4.1%)등 주요 주식의 현물배당을 요구했다.
엘리엇은 앞서 지난 2002년에도 삼성전자 우선주를 둘러싸고 삼성그룹과 분쟁이 있었던 헤지펀드로 2002년 초 삼성전자의 정관 변경에 반대해 소송에 나선 바 있다.
당시 삼성전자는 정기주주총회에서 우선주를 보통주로 전환할 수 없도록 정관 개정안을 상정했고 엘리엇은 소송을 제기해 최종 승소했다.
엘리엇이 이처럼 국내 기업 중 유독 삼성전자에 이와 같은 관심을 갖는 이유는 삼성의 주요 계열사인 삼성전자·삼성생명·삼성화재 등에 대한 이 회장 등 오너일가의 지분은 각각 4.69%, 20.82%, 0.09%에 불과해 조금의 지분으로도 금방 회사를 흔들 수 있기 때문이다.
삼성은 오너일가의 취약한 지분구조에도 순환출자 구조를 통해 지금까지 문제없이 경영권을 방어해 왔지만 최근 경영권 승계를 위해 지배구조를 개편하면서 엘리엇의 눈에 띈 것이다.
김동양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삼성그룹의 경우 삼성생명, 제일모직 정도를 제외하면 대주주 및 특수관계인 지분이 대략 10% 남짓으로 현저히 낮고 이번에 삼성물산 같은 경우에도 대주주 일가와 SDI 다협쳐도 14% 밖에 안된다”며 이런 “지배지분자체가 낮은 상황에서는 5% 넘는 지분만 가지고도 원하는 바를 얻을 수 있기 때문에 타깃이 됐을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삼성그룹이 삼성생명과 제일모직을 제외하면 깜짝 놀랄만큼 지분율이 낮은 편인데 그런 것들을 상호간의 순환출자나 자사주를 통해서 방어를 하고 있었다”며 “앞으로도 지배구조 개편 상황 속에서 외국계 헤지펀드의 먹잇감이 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다만 김 연구원은 엘리엇이 과거 헤르메스처럼 삼성물산의 주가를 올릴 대로 올려놓고 보유지분을 모두 팔아치워 차익을 거두는 방식을 선택하지는 않을 것으로 봤다. 또 이러한 관점에서 최근 삼성물산에 대한 공매도 증가 역시 엘리엇의 주도는 아닌 것으로 해석했다.
김 연구원은 “현재 공매도가 어느 주체인지는 확인이 어려운데 엘리엇과 상관은 없는 헤지펀드의 움직임인것 같다”며 “양사의 합병 비율이 결정된 후 삼성물산에 이번 이벤트가 발생하면서 삼성물산의 주가가 제일모직보다 많이 올랐고 차익거래 상황이 발생했는데 삼성물산을 숏, 제일모직을 롱하는 포지션을 가지고 있으면 무조건 먹는 것이기 때문에 헤지펀드 입장에서는 이런 트레이드를 안할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이경자 한국투자증권 연구원도 “2일간 1457억원의 평가차익을 얻은 상태라 이 경우 단기 투자에 따른 시세차익 논란 거세질 것”이라며 “만약 엘리엇이 오는 11일까지만 지분을 보유하고 삼성물산을 단기 매각할 경우 지난 2004년 헤르메스와 유사한 사례가 되겠으나 엘리엇의 과거 사례 감안 시 가능성은 희박하다”고 분석했다.
엘리엇은 앞서 P&G웰라 인수 때 법적분쟁까지 거쳐 주가를 높였으며 미국 유통업체 숍코 매각 당시에도 결국 원하는 가격에 매각을 이뤄낸 만큼 단기차익만이 목적은 아닐 것이라는 설명이다.
이 연구원은 “엘리엇의 삼성물산 지분율이 10% 이상일 경우, 회사 해산청구권과 정리개시 청구권까지 권한을 갖는 주주가 되는데 이미 지난 5일, 삼성전자와 삼성SDS 등 현물배당을 요청한 상태로 이와 같은 경영권 참여에 유리해진다”고 말했다.
김아연 기자 csdie@
뉴스웨이 김아연 기자
csdie@newsw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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