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 엘리엇 손 잡을까 삼성물산 도울까

삼성중공업·엔지니어링 합병 과정서 기권···“제 2 소버린 사태 만들지 않으려면 적극 나서야”

미국계 헤지펀드 엘리엇 매니지먼트가 삼성물산의 1대 주주인 국민연금에 합병 반대를 요구하는 서한을 보낸 가운데 국민연금의 향후 행보에 증권가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8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엘리엇은 지난 5일 국민연금측에 이번 합병이 삼성물산 주주들에게 불합리한 방향으로 추진되고 있어 반대해야 한다는 내용의 공식 문서를 발송했다.

삼성물산의 경우 대주주 일가와 SDI, 삼성화재 등의 주식을 다 합쳐도 14% 밖에 안되기 때문에 대주주인 국민연금을 공략한 것이다. 현재 국민연금은 삼성물산 지분 9.98%를 보유하고 있다.

다만 국민연금이 엘리엇의 요청대로 합병 반대에 동조할지는 미지수다.

앞서 국민연금은 지난해 11월 삼성중공업과 삼성엔지니어링의 합병 과정에서 반대 의사를 공개적으로 표명했지만 주주총회에선 기권 의사를 밝힌 바 있다. 결국 주주들이 반대로 돌아서면서 합병이 무산되기는 했지만 이번과 같은 국부 유출까지 논의되는 상황에서 엘리엇의 손을 들어주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 것이 업계의 분석이다.

또 과거 영국계 헤지펀드 소버린자산운용이 SK 지분 14.99%를 매입했다가 지분 전량을 팔아 배당금과 환차익을 포함해 1조원 가까운 시세차익을 거둔 사례를 고려했을 때 국민연금이 이번 합병을 반대하면 제 2의 소버린 사태를 유발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에 대해 경제개혁연대는 “삼성물산의 최대주주인 국민연금의 경우 적극적인 의사표명은 하지 않은 채 현재 주가와 반대매수청구권 행사가격만으로 판단하겠다고 하는 등 최대주주의 지위에 걸맞지 않은 무책임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며 “이는 최대주주로서 무책임한 발상이고 국민의 소중한 연금재산을 관리하는 수탁자로서의 책임을 방기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국민연금이 최대주주로서 삼성물산 주가의 정상화를 위해 기관투자자의 적극적 대화와 관여 활동에 적극 나서야한다”고 촉구했다.

한편 삼성물산에 대한 엘리엇의 전방위 압박이 커지자 업계에서는 국민연금이 의결권행사전문위원회를 열어 향후 행보를 결정할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의결권행사전문위원회는 보건복지부 장관이 위원장으로 있는 국민연금기금운용위원회 밑에 설치된 위원회로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 차원에서 판단하기 곤란한 주요 의결권의 행사 지침을 결정하는 역할을 한다.

김아연 기자 csdi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