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CC, 지난해 제일모직 상장으로 이득···삼성 러브콜 응해
삼성물산은 10일 임시 이사회를 열고 보통주인 자기주식 899만주를 KCC에 매각하는 안건을 의결했다. 처분가격은 10일 종가 기준으로 6743억원이다. 이로써 KCC는 지난 8일 매입한 지분 0.2%를 포함해 총 5.79%의 삼성물산 지분을 보유하게 됐다.
삼성물산 측은 “우호적 지분 확대를 통해 합병 작업이 원활히 진행될 수 있도록 하고 주식 처분을 통해 얻은 현금으로 유동성 자금 확보와 함께 재무구조를 개선하기 위해 KCC 측에 자사주를 매각키로 했다”고 설명했다.
삼성물산과 KCC는 이번 지분 거래를 계기로 상호 간의 전략적 제휴 관계 형성을 도모하기로 했다.
이번 지분 거래로 삼성물산 측 우호 지분율은 20%에 육박하게 됐다. 삼성 측 지분은 삼성SDI(7.39%), 삼성화재(4.79%), 이건희 회장(1.41%), 삼성복지재단(0.15%), 삼성문화재단(0.08%), 삼성생명(0.16%), 김신 상사부문 사장(0.02%) 지분까지 합해 13.99%였다.
여기에 KCC가 삼성의 우호적 투자자로 참여하면서 삼성 측 우호 지분은 총 19.75%로 늘어나게 됐다. 무엇보다 이번 자사주가 장외시장을 통해 처분됨에 따라 삼성에 우호적인 의결권 유효 주식 수가 늘었다는 점이 삼성 측에 호재로 작용하게 됐다.
이제 재계 안팎의 관심은 9.92%의 지분을 손에 쥐고 있는 ‘단일 최대주주’ 국민연금공단의 선택에 쏠리게 됐다.
국민연금공단이 현재 명시된 합병비율(1:0.35)대로 합병을 추진하겠다는 삼성 측 의사에 동의하면 엘리엇과 삼성 간의 분쟁은 의외로 손쉽게 삼성의 승리로 끝난다. 그러나 반대로 합병비율에 문제를 제기하며 합병안에 반대할 경우 분쟁은 장기화 국면을 맞을 수 있다.
엘리엇을 제외한 나머지 외국인 주주들의 의견도 관건이다. 26.7%의 지분을 보유한 외국인 주주들은 엘리엇과 마찬가지로 이번 합병에 대해 탐탁찮은 시선을 보내고 있다. 이 때문에 삼성 측이 국민연금과 외국인 주주들을 어떻게 설득하느냐가 최대 변수로 꼽힌다.
한편 삼성이 그룹 내 다른 계열사가 아닌 KCC에 러브콜을 보낸 것에 대해서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여기에는 순환출자 문제가 걸려 있다.
만약 삼성이 다른 계열사에 자사주를 매각했다면 의결권 문제에서는 자유롭겠지만 신규 순환출자 논란에 휘말릴 수 있다. 지난해 7월부터 시행된 현행 공정거래법에 의해 자산 5조원 이상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 내 기업의 신규 순환출자를 금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KCC는 이미 삼성과 우호적 관계를 오랫동안 유지해오고 있다. KCC는 삼성 지배구조의 핵심 계열사인 제일모직의 2대주주(지분율 10.18%)다. KCC는 제일모직의 코스피 상장을 통해 이득을 얻은 대표적 주주 중 한 곳이다.
삼성을 통해 적잖은 금전 이익을 본 KCC 입장에서는 삼성의 러브콜을 마다할 이유가 없다. 또 사업적으로도 KCC는 건축 사업 관련 시너지 효과 창출을 위해 전략적 제휴가 필요한 상황이었다. 이런 정황을 감안해 KCC가 기꺼이 삼성 측의 백기사로 나선 것으로 보인다.
정백현 기자 andrew.j@
뉴스웨이 정백현 기자
andrew.j@newsw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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