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상선 분리 후 자산 2조원대로 줄어 중견기업化지주사 현대엘리베이터 중심 10여개 계열사로 재편그룹 축소 후에도 현정은 회장 일가 지배력은 그대로
26일 현대그룹 내부 사정에 정통한 관계자에 따르면 현대그룹 전략기획본부 임직원 중 원소속사가 현대상선이던 직원들의 소속 계열사를 현대엘리베이터 등 다른 계열사로 이전했고 이들을 적절한 부서와 직책에 재배치하는 인사 작업을 끝냈다.
커뮤니케이션팀 등 전략기획본부 소속 직원의 다수는 그동안 현대상선 직원으로 소속돼 현대상선에서 급여를 받았다. 그러나 현대상선의 경영권이 사실상 산업은행 등 채권단으로 넘어감에 따라 이들의 고용을 보장하기 위해 타 계열사로 전출을 단행하게 됐다.
현대상선 소속으로 근무했던 임원들의 현대상선 보유 지분도 지난 12일 임원 퇴임을 이유로 일제히 전량 처분돼 이들과 현대상선의 관계는 사실상 단절됐다.
현대그룹이 현대상선의 경영권을 잃은 것은 지난 24일 조건부 결의된 출자전환 때문이다. 현대상선 채권단은 용선료 협상 등 사전 전제로 내건 경영 정상화 방안이 그대로 성사될 경우 현대상선 지분의 40%를 차지하는 대주주가 돼 경영권을 행사할 수 있게 된다.
일각에서는 현정은 회장 등 기존 대주주의 보유 지분에 대한 추가 감자가 진행될 가능성에 대해서도 전망하고 있지만 현대그룹은 대주주 지분 감자에 대해 “확정된 바가 없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현대그룹과 현대상선의 분리는 지난 2001년 유동성 위기를 겪었던 현대건설의 분리 사례와 유사하다.
당시 유동성 위기에 휘말렸던 현대건설은 결국 2조9000억원대 출자전환을 통해 경영권을 채권단에 넘겼고 꾸준한 구조조정 끝에 회생에 성공할 수 있었다. 공교롭게도 이때 역시 산업은행이 현대건설의 주요 주주로 나서 경영권을 행사했다.
이미 지난 3월 KB금융지주로 매각된 현대증권에 이어 현대상선까지 현대그룹과 분리 절차를 밟으면서 현대그룹의 덩치는 더 줄게됐다.
앞으로 현대그룹의 울타리에 남게 될 계열사는 지주회사 격인 현대엘리베이터를 비롯해 현대글로벌, 현대아산, 현대유엔아이, 현대엘앤알, 에이블현대호텔앤리조트, 현대투자네트워크, 현대경제연구소 등 10개 안팎이다. 지난해 말 기준 현대그룹의 계열사 수는 21개였다.
그룹이 이렇게 쪼그라들자 내부에서는 그룹명도 현대엘리베이터&리조트그룹으로 변경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푸념도 나오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룹 재편 후에도 현 회장 일가의 지배력에는 문제가 없다. 현 회장은 26.1%에 달하는 현대엘리베이터 지분을 보유하고 있고 지분 100%를 보유한 현대글로벌을 통해서도 현대엘리베이터를 간접 지배하고 있다. 다른 계열사 역시 현대상선 분리 후 지배력에 변화가 없다.
계열사가 줄어들게 되면서 그룹의 자산도 크게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말 기준으로 현대그룹의 총 자산은 12조3000억원이었지만 생존하게 된 계열사의 자산을 모두 합하면 2조4000억원 안팎으로 줄게 된다.
이렇게 될 경우 현대그룹은 대기업 집단 편입의 기준이 되는 자산총액(5조원)에 미달하게 돼 대기업에서 중견기업으로 변화하게 된다. 지난 1987년 대기업집단 지정 제도 도입 이후 한때 1위를 고수했던 현대그룹이 29년 만에 대기업집단에서 완전히 빠지는 셈이다.
그룹의 덩치는 줄었지만 내실은 오히려 탄탄해졌다. 그룹의 최고 알짜 계열사인 현대엘리베이터는 올 1분기 364억원의 영업이익을 올려 지난해보다 실적이 23.8% 늘었고 반얀트리 호텔 역시 상당한 가치가 있는 자산이다.
현대상선의 경영 실적만 부진했을 뿐 나머지 계열사는 경영에 전혀 문제가 없는 상황이다. 따라서 현대그룹은 이들 계열사를 기반으로 권토중래를 노릴 것으로 전망된다.
정백현 기자 andrew.j@
뉴스웨이 정백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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