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계 “한진그룹·조양호 회장 지원 요구, 정부 정책기조 역행”

정부·금융당국의 압박은

주주유한책임 법리를 넘어선

초법적인 요구이자 법치주의 훼손

연강흠 교수 “대한항공 지원은 국민 전체에 부담”

한국경제연구원은 12일오후 1시 전경련회관 45층 한경연 대회의실에서 '물류대란 사태, 어떻게 볼 것인가' 긴급좌담회를 개최했다. 최준선 성균관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가 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한국경제연구원 제공

한진해운 발 물류대란 사태를 한진그룹과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에게 전가하는 것은 정부 정책기조를 역행하며 회사법의 근간을 흔드는 것이라는 비판이 제기됐다.

12일 서울 한국경제연구원 대회의실에서 열린 한국경제연구원 긴급좌담회 '물류대란 사태, 어떻게 볼 것인가'에서는 장기화 조짐을 보이는 한진해운 발 물류대란 사태를 해결하기 위해선 정부가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는 주장이 주를 이뤘다.

이날 최준선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주식회사법의 측면에서 봤을 때 정부와 금융당국이 한진그룹과 조양호 회장에게 물류대란 사태 해소를 위해 사재출연 등을 압박하는 것은 반주식회사법적인, 반자본주의적인 것이라고 지적했다.

최 교수는 “아무리 큰 기업이라고 하더라도 원칙적으로 부실기업이라면 법정관리를 보내는게 맞다”며 “문제는 세계 7위인 한진해운을 법정관리를 보낸다는 것은 굉장히 신중하게 결정했어야 한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최준선 교수는 산업적 측면보다는 금융논리가 지나치게 지배해 수십년 걸려 쌓은 한진해운의 무형의 자산을 무너뜨렸다고 꼬집었다. 자율협약 기간이었던 5개월 동안 플랜B를 세우지 않은 채 성급한 결정을 내린 후 한진그룹과 조양호 회장에게 출연을 요구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최 교수는 “한진해운의 회생이 불투명한 상황에서 한진그룹 또는 대주주인 대한항공의 출연을 강요하는 것은 한진그룹 계열사 임원에게 배임을 강요하는 것과 다름없다”며 “출연을 요구하려면 사후적 형사책임 면책이 분명히 보장돼야한다. 이미 법정관리를 신청한 회사의 이전 계열사들에게 또는 이전 오너에게 원칙도 근거도 없이 사재출연을 강요하는 것은 모순”이라고 말했다.

또한 정부의 정책기조에도 역행한다고 강조했다. 정부는 순환출자구조의 경우 소유지배구조가 불투명하다는 것을 이유로 기업집단에 대해 주식을 정리하고 지주회사를 만들 것을 공고해왔다.

이는 소유지배구조가 명확하게 정리되고, 계열회사에서 부실징후가 생기면 해당 계열사만을 분리해 처리함으로써 그룹 전체가 부실화 되는 것을 막을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한진해운 물류대란 사태에서는 정부의 정책기조와 반대되는 행태를 보이고 있다.

최 교수 “대주주에게 사재출연 강요는 주주유한책임 법리를 넘어선 초법적인 요구”라며 “사재를 출연하라고 요구하는 것은 회사법상 주식회사제도의 근간을 흔드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이번 사태에 대해서 원칙을 지키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원칙을 지키는 것에는 법치주의에 따라 처리하는 것도 굉장히 중요하다. 이번 사태는 법치주의를 상당히 훼손하는 가능성이 크다고 본다”며 “한진해운은 한 회사의 문제가 아닌 우리나라 기업 전체의 문제이기 때문에 심도 있게 결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연강흠 연세대 경영대학 교수는 정부와 금융당국의 요구대로 대한항공 등이 지원할 경우 그 부담은 국민 전체가 지게 될 것이라 향후 이익을 낼 수 있는 채권단이나 정부가 지원을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연 교수는 주주와 경영자의 책임을 언급하며 “대한항공은 한진해운의 33.23%의 지분을 가지고 있으며 대한항공의 0.01% 지분과 31.46%의 지분을 가진 한진칼의 17.81%을 보유한 조양호 회장이 한진해운에 주주로 책임질 부분은 금전적으로 최대한 한진해운 시가총액의 1.86%를 잃는 것”이라며 “주식회사 제도를 유지하는 한 주주의 유한책임은 절대적으로 지켜져야 한다”고 말했다.

특히 연 교수는 대한항공이 한진해운을 지원할 경우 손실을 대한항공만 입을 것이라 오판해서는 안된다고 강조했다.

연 교수는 “한진해운은 다양한 투자자의 이해관계가 얽혀있는데, 대한항공은 한진칼이 최대주주이지만 그 다음은 국민연금이다. 한진칼의 11.45%의 지분을 가지고 있는 것도 국민 연금으로 상당부분 소유권을 가지고 있다”라며 “결국 대한항공이 한진해운을 얼마나 돕느냐는 그 부담이 국민 전체에게 지워지는 것이고 대한항공이 손실을 보게 되면 이는 국민연금의 손실이 된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이미 전 주주의 지분은 휴지조각이 됐으며 한진해운이 회생을 한다고 하더라도 기존 주주의 주식은 가치가 없다”며 “한진해운에 대한 지원은 국가 전체에 얼마나 영향을 미치느냐를 정부가 판단해야 할 일”이라고 덧붙였다.


임주희 기자 ljh@