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1년간 국내 증권사 매도 0.19%30개월간 매도 의견 0%인 증권사도상장사와의 갈등 우려에 직언 못해중립 또는 목표가 하향으로 의견 표시
28일 금융투자협회의 ‘증권사별 리포트 투자등급 비율 공시’에 따르면 지난 9월 30일 기준 최근 1년간(2016년 10월 1일~2017년 9월 30일) 47개 증권사의 매도 비율은 4.52%에 머물렀다.
일반적으로 증권사 리서치센터가 내놓는 리포트에는 ‘매수’ ‘중립’ ‘매도’ 등 세 가지로 의견을 표시하지만 실질적으로 매도 의견을 내놓는 회사가 없는 셈이다.
국내 증권사로 한정하면 문제는 더 심각하다. 국내 증권사 31곳의 평균 매도 의견 비율은 0.19%에 불과했다. 외국계 증권사 16곳의 평균 매도 의견 비율이 12.90%나 되는 것과 큰 차이를 보였다.
국내 증권사 중 25곳은 매도 비중 0%로 최근 1년 사이 아예 매도 의견을 내놓은 적이 없다. 매도 의견을 내놓은 증권사는 이베스트투자증권(1.3%), 케이프투자증권(1.3%), 한국투자증권(1.0%), 대신증권(1.0%), 하나금융투자(0.7%), 키움증권(0.6%) 등 6곳으로 그나마도 미미한 수준이었다.
중소형 증권사의 경우 이 기간 아예 매수 의견만 냈거나 중립 의견 비중조차 한자릿수에 머물렀다. 매수 의견 비중은 높은 국내 증권사로는 리딩투자증권(100.0%), 유화증권(100.0%)이 100%를 기록해 상위권이었으며 토러스투자증권(98.4%), 교보증권(97.2%), 부국증권(94.8%), 한양증권(94.4%), 메리츠종금증권(94.0%), SK증권(90.5%)은 매도 의견이 0%인데다 중립 의견도 한자릿수에 머물렀다.
반면 외국계 증권사는 아시아 법인 전체를 기준으로 하는데 이 기간 CLSA가 34.8%로 가장 많은 매도 의견을 내놨고 메릴린치인터내셔날증권(26.1%), 모간스탠리인터내셔날증권(18.8%), UBS증권(15.8%), 맥쿼리증권(15.6%) 등도 높은 매도 비중을 기록했다.
국내 증권사의 매도 비중은 점차 줄어드는 추세다. 2015년 6월 리포트 투자등급 비율 공시가 시작된 후 같은해 9월까지 국내 증권사의 평균 매도 의견 비중은 0.82%였으나 그해 10월부터 2016년 9월까지 1년간은 0.23%로 떨어졌다. 최근 1년간은 0.19%로 계속 하락 추세다.
투자등급 비율 공시 시작 이래 지난 9월까지 2년이 넘도록 매도 의견 비중 0%에 머물러 있는 국내 증권사도 전체 33곳(피합병회사 포함) 중 17곳이나 된다. 같은 기간 외국계 증권사는 전체 18개 회사 중 유안타증권과 올해 한국에 진출한 초상증권만 매도 의견 비중이 0%이고 나머지는 대부분 두자릿수를 넘겼다.
금융당국은 투자자에게 정확한 투자정보를 제공하기 위해 2015년부터 증권사별로 투자의견 비율을 공시하도록 강제성을 부여했다. 그러나 여전히 ‘팔라’고 직언을 하지 못한 채 주식을 사라는 보고서만 내놓고 있다.
금융당국은 최근 목표주가와 실제 주가의 괴리율 표시 의무와 함께 투자의견 변경 등을 심의위원회를 통해 검토하도록 하는 등 제도적 강수를 내놓기도 했다. 그러나 일선에서는 오히려 리서치센터의 전문성을 지나치게 침해하는 것이라는 반발도 나온다.
리서치센터 연구원들은 매도 의견을 내는 대신 중립으로 바꾸거나 목표주가를 하향 조정하는 것으로 자기 의견을 표시하는 것이 관습처럼 굳어져 있다. 굳이 매도라는 강력한 의견 표시로 상장사와 갈등을 빚을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실제로 소신대로 매도 의견을 내놨다가 상장사로부터 항의를 듣고 보고서를 내리는 경우도 있었다. 법인 영업을 위해서도 증권사는 매도 의견을 내놓기가 쉽지 않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증권사가 한국 기업들을 지나치게 봐주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리서치 연구원들이 기업 눈치를 보지 않아도 되는 환경을 조성해야 매도 의견이 자율적으로 나올 수 있고 투자자들의 피해도 줄일 수 있다는 지적이다.
뉴스웨이 정혜인 기자
hij@newsway.co.kr
저작권자 © 온라인 경제미디어 뉴스웨이 ·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