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명의 전임 원장이 잇따라 불명예 퇴진하는 상황을 지켜본 직원들은 낙마 사태가 재현되지 않을까 걱정하고 있다.
윤석헌 서울대 경영대학 객원교수가 금감원장으로 내정된 것은 지난달 16일 김기식 전 원장이 사의를 표명한 지 20여일만이다.
앞선 3월 12일 최흥식 전 원장이 사의를 밝히면서 20여일간 수장의 공백을 경험했던 금감원 직원들은 불과 두 달여 사이 40여일간 원장 없이 일했다.
2명의 전임 원장은 각각 6개월, 2주만에 자리에서 물러나면서 잇따라 역대 금감원장 최단 기간 재임 기록을 갈아치웠다.
사상 첫 민간 출신 금감원장인 최 전 원장은 2013년 하나금융지주 사장 재직 당시 하나은행 채용에 지원한 친구 아들을 추천한 사실이 확인돼 옷을 벗었다. 이어 취임한 김 전 원장은 제19대 국회의원 시절인 2014~2016년 더래미연구소 셀프후원 위법 논란과 피감기관 주관 외유성 해외출장 논란에 휩싸여 낙마했다.
그 사이 개혁과 실험의 대상으로 전락한 금감원의 위상은 바닥에 떨어졌다. 금감원과 무관한 원장의 과거 행적을 해명하는데 동원된 직원들의 한숨은 깊어졌다.
금감원 직원들은 일단 비어 있던 원장 자리가 채워졌다는데 안도하는 분위기다. 공백이 장기화될 경우 최종 의사결정체계가 마비되고 정부와의 소통에도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특히 윤 내정자는 금감원의 독립성 강화와 금융위원회의 권한 축소를 주장해 온 인물이어서 금감원의 위상 회복에 대한 기대감이 높다.
금감원은 지난해 채용비리와 방만경영을 지적한 감사원의 감사 결과로 인해 내년 공공기관 지정 가능성이 열려 있어 조직 정비가 시급하다.
그러나 민간 출신 원장에 대한 노이로제에 걸린 일부 직원들 사이에서는 낙마 사태 재현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최 전 원장과 김 전 원장 모두 취임 당시 반대 여론이 있긴 했지만, 사퇴로 이어질 만큼 큰 논란에 휩싸일 것이라고는 누구도 예상치 못했다.
오는 6월 13일 지방선거를 앞두고 정부, 여당과 대치하고 있는 자유한국당 안팎에서 윤 내정자의 과거 행적을 문제 삼거나 의혹을 제기할 경우 또 다시 논란이 촉발될 수 있다. 사안에 따라 범야권이 합세해 총공세에 나선다면 제2의 최흥식, 제2의 김기식 사태로 이어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외풍(外風)에서 상대적으로 자유로운 관료 출신 원장을 선임해야 한다는 얘기가 나왔었다.
민간 출신이라는 특성상 최 전 원장처럼 금융권과 마찰을 빚을 가능성도 있다. 윤 내정자의 강한 개혁 성향이 금융사들의 반발을 살 수 있다.
뉴스웨이 장기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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