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3000억원 중 1000억원만 비용보전비용보전 예산안 국회 통과 여부도 미지수손실 커지는데···정부, 사회적 책임만 따져
20일 한전 및 국회 등에 따르면 정부는 누진제 완화로 발생한 비용 약 3000억원 중 1015억원만 보전할 것으로 알려졌다. 곽대훈 자유한국당 의원이 산업통상자원부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정부는 누진제 개편으로 한전이 입은 손실을 보전하기 위해 총 1014억5000만 원의 예산을 투입하기로 했다.
우선 정부는 여름철 누진제 개편으로 저소득층 가구의 7, 8월 전기요금 할인분 중 일부(567억5000만 원)를 부담하기로 했다. 전력기금 운용계획 변경을 통해 신규 내역사업을 신설, 2019년 추경안에 128억원이, 내년도 정부 예산안에는 113억5000만원이 포함됐다. 여기에 2021년에는 206억을 지원한다는 계획이다.
또 정부는 한전의 개방형 전기차 충전기 실치비용 지원을 명목으로 2021년까지 447억5000만원을 보전하기로 했다. 정부는 2022년까지 전국에 1만 개의 급속충전기를 설치할 계획인데 이 중 3000개는 한전 몫이다. 이 비용 일부를 지원해주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한전은 이를 누진제 손실 보전분으로 보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앞서 정부는 현행 전기요금 누진제의 틀을 유지하되 여름철(7~8월)에만 한시적으로 누진구간을 확대하는 누진제 개편안을 확정했다. 현행 누진제는 1구간(200kWh 이하)에 1kWh당 93.3원, 2구간(201∼400kWh)에 187.9원, 3구간(400kWh 초과)에 280.6원을 부과한다.
이번 개편으로 누진제 1구간 상한을 200kWh에서 300kWh로 올리고, 2구간은 301∼450kWh, 3구간은 450kWh 초과로 조정된다. 할인 혜택을 받는 가구 수는 1629만 가구(2018년 사용량 기준)로, 할인액은 월 1만142원이다. 요금이 오르는 가구는 없다.
정부는 한전이 우선 전기요금 인하 비용을 부담하되 추후 예산 지원 방안을 검토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이낙연 국무총리도 지난 7월 4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국정현안점검조정회의에서 “한전은 7~8월 전기요금을 가구당 1만원 정도 낮추고, 정부는 한전을 지원하는 방안을 마련했다”며 “한전에 대한 정부지원에는 변함이 없을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하지만 한전이 전기요금 누진제 개편으로 매년 떠안는 3000억 원대 손실에 비하면 정부의 지원은 턱없이 부족한 형편이다. 정부는 2020년 예산안에 저소득층 전기요금 할인 지원액수를 편성하면서 실시 시기를 1년으로 한정했다. 손실은 매년 발생하지만 지원은 한 번으로 제한한다는 것이다.
누진제 비용보전 예산안이 국회 문턱을 넘을 지도 의문이다. 실제로 지난해 여름철 한시적 누진제 완화로 발생한 한전의 비용부담을 세금으로 더는 방안을 추진했으나, 관련 예산안이 국회를 통과하지 못했다. 결국 정부 지원금은 350억원에 그쳤고, 한전은 약 3600억원의 비용을 떠안았다.
문제는 정부 지원이 넉넉지 않은 가운데 한전 자체적으로 부담을 해결하기 쉽지 않은 상황이다. 수조원대 영업이익을 내던 한전은 2017년 4·4분기 1294억원 적자로 돌아선 뒤 작년과 올 상반기 각각 2080억원, 9285억원의 적자를 냈다. 부채 비율은 같은 기간 149.1%에서 176.1%로 뛰었다.
그럼에도 정부는 공기업인 한전의 사회적 책임을 요구하고 있다. 박찬기 산업부 전력시장과장은 “누진제 개편안에 따른 소요재원은 한전이 공기업으로서 사회적 책임으로 고려해 부담해야 한다”며 “정부도 소요재원의 일부를 지원할 계획이지만, 구체적인 규모는 밝히기 어렵다”고 말했다.
지난달 29일 김종갑 사장은 1조1434억 원 규모의 전기요금 특례 할인제도를 대거 폐지하겠다고 밝혔다. 한전이 계속되는 적자에 시달리는 상황에서 정부의 손실 보전도 기대에 미치지 못하자 전기요금 특례 할인 폐지 등 카드를 들고나온 것 아니냐는 해석도 나온다.
에너지업계의 한 관계자는 “지원 규모도 크지 않을뿐더러 국회 심의를 통과할지 장담할 수 없다. 심의를 통과하지 못하면 한전은 내년에도 부담을 전적으로 져야한다'며 "정부가 비용 마련 방안을 확실히 해놓지 않고 일단 시행하다 보니 한전 같은 산하기관으로 부담이 몰릴 수밖에 없다”고 꼬집었다.
뉴스웨이 주혜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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