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형찬 서울시의회 도시교통위원장 “서울시 집행부 및 서울시의회 의원들이 서울의 지하철과 버스의 기본요금을 올릴 필요가 있다는 데 공감했다.”(8월 24일)
인상액의 폭은 200원과 250원, 300원 3개 안 중 하나. 5㎞당 추가요금을 현행 100원에서 200원으로 올리는 방안도 검토 중이라고 했다. 하지만 반발 여론을 의식했을까. 인상에 관한 구체적 합의를 한 사실이 없다는 보도가 바로 다음날 나왔다. 김인호 서울시의회 의장이 엄중 시국인 만큼 대중교통 요금을 올리는 건 시기적으로 적절하지 않다고 직접 전한 것.
단, 김 의장은 “시민의 삶이 회복된 후에 공청회를 마련, 교통 요금에 대한 시민 의견을 듣는 등 요금 인상이 적정한지 여부를 심도 있게 검토하겠다”며 인상이 필요하다는 뜻은 내비쳤다.
사실 코로나19 사태로 모두가 힘든 때라 그렇지, 인상의 당위성이 없지는 않다. 서울과 인천 경우 2015년 인상 이후 지난 5년간 지하철·버스 요금을 동결해왔다.(경기도만 지난해 버스 요금 인상) 서울 지하철을 운영하는 서울교통공사는 매년 수천억 대의 적자에 허덕일 정도. 올해는 코로나로 이용객이 줄어 적자가 1조 원을 넘어설 전망이다.
무엇보다, 다른 나라와 비교할 때 우리의 요금은 매우 ‘저렴하다’는 게 시와 공사의 입장.
정말 그럴까? 싸다면, 대체 얼마나 싼 걸까? 지난 2017년 발간된 한국교통연구원의 정책자료집 ‘통계로 본 교통’을 들여다봤다.
우선 지하철 요금이다. 우리나라 사람들이 지하철을 탈 때 내는 기본요금은 2017년 기준 평균 1,333원이다. 지금도 같은 수준이기는 하다. 이는 비교 대상인 16개국 중 8번째로 낮은 금액으로, 가장 비싼 나라는 원화 기준 약 6,543원인 영국으로 나타났다. 가장 저렴한 곳은? 기본요금이 169원에 불과한 인도다.
월소득에서 지하철 요금이 차지하는 비중을 살펴보면 어떨까. ‘부담스러운 정도’가 조금 더 피부로 와 닿지 않을까? 1인당 월소득 대비로 봐도 지하철 요금 비중이 가장 높은 국가는 영국(9.6%)이고, 멕시코(2.3%)가 가장 낮았다. G7 중 영국과 일본(2.7%)을 빼고는 3~4% 수준. 우리나라는 3.0%로 16개국 중 13번째, 요금 비중이 높지 않은 것으로 집계됐다.
버스 요금은 어떨까. 2017년 기준 우리나라의 시내버스 기본요금은 평균 1,230원이다. 16개국 중 7번째로 저렴한 금액, 순위는 지하철과 비슷했다. 버스 값이 제일 비싼 곳은 미국으로 원화 기준 약 3,000원이나 됐다. 반면 중국(329원)과 인도(338원)는 한 번 타는 요금이 400원이 채 안 됐다.
우리 버스 요금, 1인당 월소득 대비로는 2.8%를 기록해 12개국 중 5번째로 나타났다. 역시 지하철과 비슷한 수치와 순위. 소득 대비 지출 비중이 가장 큰 국가는 인도(12.5%), 가장 낮은 곳은 2.2%의 아르헨티나다.
다른 물가 대비 대중교통 요금의 수준이 어떤지 들여다보면 좋을 터. 자료집은 각국의 통화가치가 적정한지 살피기 위해 맥도널드 빅맥 햄버거의 현지 통화가격을 달러로 환산한 ‘빅맥지수’로 지하철 요금을 살펴봤다.
우선 USD로 환산한 우리나라 지하철 요금은 1.18달러, 지하철 3번 탈 돈이면 빅맥 하나(3.84달러)를 사먹을 수 있는 셈이다. 16개국 중 7번째로 낮았는데, 인도(0.05)와 멕시코·아르헨티나(각 0.11)가 유난히 낮은 수치를 보였다.
반면 가장 높은 국가는 호주로 빅맥(4.53달러) 대비 지하철 요금(3.16달러)이 상당히 비쌌다. 수치가 무려 0.70, 출퇴근 지하철 값으로 빅맥 하나를 못 사먹는 것이다. 이어 캐나다(0.53), 미국(0.50), 독일·프랑스(0.47)도 빅맥 대비 지하철이 비싼 편에 속했다.
우리나라 지하철과 버스 요금, 다른 나라와의 비교를 들여다보니 정말 저렴하기는 하다. 여기에 서울 등의 요금이 5년 전 그대로라는 점, 아울러 우리 대중교통 시스템이 전 세계 어디에 내놔도 뒤처지지 않을 편리함과 안전성을 갖췄다는 것까지 감안하면, 기본요금 인상의 근거는 충분해 보인다.
무엇보다 가뜩이나 만만찮은 운영 공사들의 적자는 앞으로 더 불어날 전망. 코로나19로 민심이 어수선해 잠시 미뤄질 뿐, 바로 다음 수순이 요금 인상임은 명백하다.
단, 적자의 많은 부분이 ‘65세 이상 무임승차 정책’에 기인한다는 점. 이에 대한 지적도 끊이지 않는다. 지난해 리얼미터 설문조사에서는 국민의 2/3 이상이 무임승차 연령을 만 70세로 올려야 한다고 의견을 모으기도 했다. 연령 상향 외에도 무임이 아닌 할인, 시간대 조절 등 해법은 다양할 수 있다.
오를 때가 되고도 남은 지하철 및 버스 요금. 단, 코로나로 서민 살기가 팍팍하다는 건 변수다. 여기에 갈수록 늘어나는 노인 비중에, 안고 가면 끝내 터질 운명인 무임승차에 메스를 언제 어떻게 대느냐에 대한 결단도 요구된다. ‘슬기로운 저울질’이 필요한 때다.
뉴스웨이 이성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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