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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지선·교선 형제 경영 10년···계열분리 가능성은

[현대백화점은 지금③]정지선·교선 형제 경영 10년···계열분리 가능성은

등록 2020.11.11 10:49

정혜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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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통은 정지선·비유통은 정교선 맡아 공동 경영 체제2018년 순환출자 해소 지분 정리로 계열분리 초석 마련

유통업계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를 맞아 유례없는 한 해를 보내고 있다. 전통적 유통업의 정체, 정부의 규제, 일본과의 무역갈등, 중국의 한한령 등으로 이미 요동치던 유통시장은 코로나19 팬데믹 사태로 한치 앞을 예측할 수 없는 상황을 맞닥뜨렸다. 당장의 실적뿐만 아니라 향후 이 후폭풍이 어떤 식으로, 어디까지 갈지도 미지수다. 오랜 불황에서 살아남기 위해 그간 내놨던 처방들이 더 이상 답이 아닐 수 있다는 우려도 팽배하다. 각 유통사들은 비상경영체제를 선포하는 한편 사업 전략을 재편하는 등 또 다시 새로운 자구책을 모색하고 있다. 이에 본지는 유통업계 그룹사를 중심으로 최근 현안과 경영 상황 등 현주소를 통해 짚어본다.[편집자주]

그래픽=박혜수 기자그래픽=박혜수 기자

현대백화점그룹은 국내 30대 그룹 가운데 가장 먼저 ‘3세 경영 체제’로 전환한 그룹이다. 2007년 형인 정지선 현대백화점그룹 회장이 먼저 회장에 취임한 후 동생 정교선 현대백화점그룹 부회장이 2011년 말 부회장에 취임하면서 10년 가까이 형제 경영 체제를 유지 중이다.

재계에서는 두 형제의 계열 분리 가능성에도 관심을 두고 있으나 당분간은 현재의 형제 경영 체제를 지속할 것으로 보인다. 아직 계열사간 지분 정리가 끝나지 않았고,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시장 불확실성이 확대되고 있기 때문이다.

◇2004년부터 발빠르게 3세 승계 시작 = 고(故) 정주영 명예회장의 3남인 정몽근 현대백화점그룹 명예회장이 1999년 일찌감치 계열분리를 한 후 현대백화점그룹은 발 빠르게 승계를 진행해왔다.

장남인 정지선 회장은 계열분리 이전인 1997년 현대백화점에 과장으로 입사한 후 경영 수업을 받으며 27살이라는 젊은 나이부터 경영권 승계를 준비했다. 이후 미국으로 건너가 하버드대 대학원에서 경제학 석사학위 취득을 마친 뒤 2001년 기획실장 이사를 거쳐 2002년 부사장, 2003년 1월 만 31세의 나이로 그룹을 총괄하는 부회장 자리에 오르며 ‘초고속 승진’ 했다.

이어 2004년에는 현대백화점의 지분율을 늘리며 경영권 승계도 본격화 했다. 정 명예회장은 그 해 12월 현대백화점 주식 9.6%를 정 회장(당시 부회장)에게 증여한 데 이어 이듬해에도 1.3%를 넘겨줬다. 정 회장의 지분율은 17.1%로 늘어나며 현대백화점 최대주주에 올랐다. 정 명예회장은 2004년 11월 차남 정교선 부회장(당시 경영관리팀장)에게도 현대백화점H&S(현 현대그린푸드)의 주식 10%를 넘겨줬고, 2006년에도 10%를 추가로 증여했다. 이후 2007년 정 명예회장이 건강상의 이유로 경영일선에서 물러나면서 정지선 부회장이 회장으로 승진, 3세 경영 체제로 완전히 전환했다.

정교선 부회장은 2004년 현대백화점 부장으로 입사해 2005년 기획조정본부에서 이사를 맡은 후 그해 말 상무, 2007년 전무, 2008년 부사장, 2009년 사장으로 ‘초고속 승진’을 거듭했다. 부사장 승진 직후인 2009년 현대홈쇼핑 대표이사에 취임하며 입사 5년 만에 최고경영자에 올랐다. 이후 2011년 말 그룹 부회장으로 승진하며 정 회장과 함께 본격적인 형제 경영을 시작했다. 다른 재벌 기업들과 달리 승계 과정에서 별다른 내부 잡음도 없었다.

◇형제 경영 후 그룹 크게 성장···계열분리 가능성 부인 = 현대백화점그룹은 형제 경영 체제 전환 이후 정 회장이 그룹 경영을 총괄하고 정 부회장이 그룹 핵심 사업 중 하나인 현대홈쇼핑을 맡는 식으로 역할을 나눠왔다. 특히 형제 경영이 본격화 한 이후 매년 한섬, 리바트 등 굵직한 인수합병(M&A)을 통해 그룹 덩치를 크게 불려왔다.

이어 두 형제는 2018년에는 그룹 계열사간 순환출자 구조를 해소하고 지배구조도 단순화 시켰다. 이를 위해 1500여억원의 사재를 들여 순환출자 구조를 해소하는 데 필요한 계열사 지분을 매입했다. 정 회장은 현대쇼핑이 가지고 있던 현대A&I 지분 21.3%를 매입했고, 정 부회장도 현대쇼핑이 보유한 현대그린푸드 지분 7.8%를 매입해 여러 순환출자 고리를 끊어냈다. 이와 함께 정 회장이 현대백화점을 맡는 한편 정 부회장이 현대그린푸드를 맡는 식의 경영 분리의 초석을 마련했다.

재계에서는 현대백화점그룹이 계열 분리 수순을 밟으며 신세계그룹 정용진 부회장, 정유경 신세계 총괄사장 남매처럼 분리 경영에 나설 것으로 내다봤다. 정 회장이 백화점을 중심으로 유통 부문을, 정 부회장이 현대그린푸드를 중심으로 비(非)백화점 부문을 맡아 계열분리 수순에 들어갈 것이라는 관측이다.

현대백화점그룹 지배구조는 현재 신세계그룹처럼 완전히 두 개의 사업지주회사를 기반으로 단순화 된 상황은 아니지만 계열분리가 어려운 상황도 아니다. 현대그린푸드가 보유한 현대백화점 지분 12.1%와 정 회장이 보유한 현대그린푸드 지분 12.7%만 정리한다면 지분 분할을 마무리 지을 수 있다.

다만 계열분리를 위한 재원 마련 부담이 남아있다. 현재 주가 수준으로만 살펴봐도 현대그린푸드가 보유한 현대백화점 지분 가치는 1800억원에 달하고, 정 회장이 보유한 현대그린푸드의 지분가치도 970억원에 달한다. 현대그린푸드가 보유한 현대백화점 지분을 정 회장이 사들이고, 정 회장이 보유한 현대그린푸드 지분을 정 부회장이 사들이는데 2000억원이 넘는 사재가 드는 셈이다. 두 형제가 각각 매입해야 하는 현대백화점, 현대그린푸드간의 지분가치 격차도 상당히 크다는 점도 문제다.

현대백화점그룹은 계열분리 없이 형제 공동 경영 체제를 유지한다는 계획이다. 실제로 지난해 3월 현대백화점 정기 주주총회에서 정 부회장이 현대백화점 사내이사로 선임되면서 형제 경영 체제가 더욱 공고해져 당장의 계열분리 가능성은 낮아졌다. 또 최근 코로나19 사태 장기화로 시장 불확실성이 큰 만큼 무리한 계열분리보다는 공동 경영을 통해 위기를 넘을 것으로 보인다.

뉴스웨이 정혜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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