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상공인 대출 연장, 9월말 종료 가닥 이후엔 은행이 자율적으로 관리하기로신청 시 대출금의 90~95% 만기 연장 "당국이 은행에 부실 책임 떠넘긴 셈"
금융위원회는 지난 14일 비상경제민생회의를 거쳐 금융부문 민생안정 대책을 공개했는데, 소상공인 대출 만기연장‧상환유예 조치와 관련해선 10월 이후 '주거래금융기관 책임관리' 체계를 가동하겠다는 내용을 담았다.
이는 차주가 신청하면 금융기관이 자율적으로 대출금의 90~95%에 대해 만기를 연장하거나 상환을 유예해주는 것을 골자로 한다. 현재 유예원리금을 최장 1년 거치하고, 5년간 분할상환할 수 있게 조치했는데 9월말 이 프로그램이 끝나더라도 급격한 대출회수가 이뤄지지 않도록 함으로써 소상공인의 연착륙을 지원한다는 취지에서다.
김주현 위원장은 "부채 문제의 일차적인 책임은 돈을 빌려준 금융기관과 빌린 사람에게 있다"면서 "은행은 어느 정도 경제적 여유가 있으니 어려운 상황 속에서 소비자를 관리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정부가 세무 구조조정 등 여러 시스템을 만들었기 때문에 은행이 자체적으로 할 수 있는 것은 하고, 나머지는 정부 정책과 조화를 통해 문제를 해결하면 된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은행권에선 씁쓸함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금융당국의 이번 발표가 공식적으로는 지원을 종료하지만, 개별 금융사가 알아서 지원에 신경쓰라는 메시지로 읽혀서다. 사실상 지원 프로그램이 재연장된 것은 물론 은행이 그 책임을 고스란히 떠안게 됐다는 얘기다.
정부는 2020년 4월부터 소상공인과 중소기업의 대출 만기를 연장해주고 이자상환도 유예하고 있다. 만기연장·상환유예 대상채권 잔액은 130조원이며, 그 중 소상공인 대출은 64조원(48만명)에 이른다.
문제는 차주의 상태를 정확히 진단하기 어려운 탓에 부실이 어느 정도인지도 예측할 수 없다는 점이다. 가령 10%만 부실이 발생해도 금융권은 지난해 벌어들인 돈을 모두 토해내야 한다. 게다가 정부가 자영업자·소상공인 중 90일 이상 연체한 부실차주에 대해선 원금을 60~90% 감면하겠다는 방침도 내놓은 상황이라 은행으로서도 어느 정도의 손실을 감내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이렇다보니 은행권에선 불만의 목소리가 흘러나오고 있다.
시중은행의 한 관계자는 "지금도 차주를 제대로 관리하지 못하고 있어 은행 차원에서도 고민이 상당하다"면서 "이 가운데 '책임관리'를 주문하는 금융당국의 의중을 이해하기 어렵다"고 귀띔했다.
이어 "당국으로서도 앞으로 발생할 부실의 책임을 금융사에 떠넘긴 셈"이라며 "마땅한 대책이 없었던 게 아닌가 싶다"고 비판하기도 했다.
무엇보다 당국의 이번 대책 발표는 김주현 위원장의 정식 취임 후 4일 만에 이뤄진 것이어서 업계와 소비자의 관심을 모았다. 그러나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새로운 내용이 없을 뿐 아니라 실효성 또한 부족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와 관련 금융위 측은 "그간 금융권과 '주거래금융기관 책임관리' 방안에 대해 긴밀히 논의해왔다"면서 "금융회사의 지원이 어려운 부실 또는 부실우려 채권에 대해서는 새출발기금으로 연계·지원함으로써 정부, 차주, 금융권이 적절히 고통을 분담하려는 취지"라고 해명했다.
그러면서 "금융의 리스크 관리 기능을 점진적으로 정상화하면서도 자영업자‧소상공인 부채 위험을 완화할 수 있는 방안을 계속 모색해 나갈 계획"이라고 언급했다.
뉴스웨이 차재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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