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개 자회사 물적분할 '주주가치 훼손' 논란 의식현물출자, 이사회 결의 주주동의 없이 분할 효과주주총회 거쳐야 하는 물적분할 보다 주주권한 제한
현물출자라고 해서 주주가치가 제고되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주주총회를 거쳐야 하는 물적분할과 달리 현물출자는 이사회 승인만으로 가능해 주주 참여를 제한한다. 현대모비스의 이번 결정이 최대한 분할 논란을 피하면서도 주주 동의 없이 물적분할 효과를 보려는 뜻으로 해석되는 이유다. 4년 전 현대차그룹 지배구조 개편 당시 '엘리엇 악몽'이 남아있는 현대모비스 입장에서는 불가피한 선택일 수 있다.
현대모비스는 지난 18일 자동차 부품을 하나로 합치는 모듈과 부품 제조를 전담할 2개의 자회사를 신설할 계획이라고 공시했다. 이를 위해 오는 9월 임시 이사회를 개최, 자회사 설립 안건에 대한 승인 여부를 결정하고 11월 공식 출범할 계획이다. 이렇게 되면 모비스는 △에이치그린파워△현대아이에이치엘△지아이티 등 3개의 자회사에서△모듈 자회사 '모듈통합계열사'(가칭)와 부품 자회사 '부품통합계열사'(가칭)가 추가로 총 5개의 자회사를 거느리게 된다.
자회사 신설 방안은 본사인 현대모비스가 연구와 생산을 모두 관할하던 구조에서 A/S와 연구개발(R&D), 전장 사업만 가져가고 생산 관련 업무는 모두 신설 자회사가 전담하는 형태로 전환되는 게 주요 골자다. 매출 비중만 크고 영업이익이 낮은 사업을 자회사로 떼어내고 수익성이 높은 사업 위주로 집중할 수 있어 현대모비스 본체로는 이득이 크다고 할 수 있다. 자회사로 넘어가는 모듈 및 부품 사업부의 지난해 매출은 33조 2654억원으로 전체 매출의 80%를 차지한다. 이에 반해 영업이익은 1551억원에 그친다. 영업이익률로만 보면 0.5%에 불과하다. 반면 모비스에 남는 A/S 부문 매출은 8조 4368억원, 영업이익은 1조 8850억원으로, 영업이익률이 22.3%에 달한다.
다만 현대모비스는 신설 자회사 지분 100%를 보유할 계획이다. 또한 자회사에 관련 협력사의 인력 전부와 현대모비스의 생산관리 인력을 일부 넘길 예정이다. 생산설비 등은 이미 모비스가 소유하고 협력사가 임차하는 방식으로 운영돼왔기 때문에 소유권 이동도 없다. 따라서 주주총회 결의 절차를 밟지 않아도 된다. 사실상 현물출자에 가깝다.
기업이 특정 사업부를 떼어 내는 방식에는 인적분할과 물적분할, 현물출자 등이 있다. 인적분할은 새로 만든 자회사 지분을 모회사 주주에게 같은 비율로 배분하는 방식이다. 반면 물적분할과 현물출자는 새 자회사를 만들어 모회사가 지분 100%를 쥐는 구조로, 이론적으로 기존 기업가치나 주주가치에 변동이 없다. 이 지점에서 물적분할과 현물출자는 본질적으로 동일하다 할 수 있다.
그럼에도 모비스가 굳이 현물출자를 택한 건 물적분할에 대한 시장의 우려를 반영한 조치로 보인다. 앞서 물적분할에 나선 일부 기업들 중에는 알짜사업을 자회사로 넘겨 기존 모회사 주주가치를 훼손하는 경우가 더러 있었다. LG화학-LG에너지솔루션 사례가 대표적이다. '자회사' LG에너지솔루션 상장 전후 LG화학의 주가는 폭락 사태가 이어졌다. 이후 분할 가능성만 제기돼도 해당 기업의 주가에는 악재로 작용했다. 자회사 설립을 준비하는 기업들은 '물적분할'을 의도적으로 피할 수밖에 없었다. KT의 경우 인터넷데이터센터(IDC)·클라우드 사업부분을 떼내 신설법인 'KT클라우드'를 설립하는 과정에서 현물출자를 택했다.
현대모비스도 이 같은 논란을 의식했을 가능성이 높다. LG화학과 달리 알짜 사업이 아닌 상대적으로 수익성이 낮은 사업을 떼 자회사에 넘긴 것만 봐도 그렇다. 지난 18일 발표한 자회사 신설 보도자료에 '분할'이라는 단어가 전혀 없다는 점 또한 분할 이슈에 민감한 주주들을 감안한 조치라 할 수 있다.
그러나 현물출자가 물적분할 보다 기업가치나 주주가치를 제고한다고 보긴 어렵다. 오히려 현물출자는 이사회 결의만으로 가능해 주주총회를 거쳐야 하는 물적분할 보다 주주권한이 제한된다. 자산 가치가 적정하게 평가됐는지에 대한 법원의 검사를 받아야 하지만, 이 과정에서도 주주의 의견은 반영되지 않는다. 현대모비스의 이번 결정이 표면적으로는 주주를 배려한 듯 보이지만 사실상 주주들의 동의없이 물적분할 효과를 보겠다는 의도로 비춰지는 이유다.
업계는 현대모비스의 현물출자 결정을 주주들의 반대로 무산된 4년 전 현대차그룹 지배구조 개편 때와 연관 짓고 있다. 당시 현대차그룹은 현대모비스의 모듈과 A/S 부문을 분할해 현대글로비스와 합병하고, 정의선 회장이 현대모비스 지분을 매입하는 내용의 지배구조 개편안을 발표했다. 그러나 엘리엇 등 주요 주주들이 합병비율 등을 문제 삼으면서 반대했고 결국 개편안은 없던 일이 됐다. 주주들의 극심한 반대에 홍역을 치룬 전례가 있는 현대모비스로선 주주의 이견과 잡음을 최소화 하기 위해 이 같은 선택을 했을 거란 분석이다.
그러나 이번 자회사 설립이 일각에서 제기하는 그룹 지배구조 개편의 밑그림이라면 주주들의 반발이 예상된다. 자회사 신설로 현대모비스 별도의 자산 감소가 불가피한 가운데 현대글로비스와 합병을 전제로 한 지배구조 개편이 다시 추진되면 4년 전 보다 더 불리한 합병비율 산정이 예상되기 때문이다. 상장사 간 합병은 주가를 전제로 하지만 자산가치를 보는 경우도 있다. 자산가치는 통상 별도 재무제표를 기준으로 한다.
업계 관계자는 "현물출자나 물적분할 모두 '기업 쪼개기'에 해당되는 만큼 자산 감소에 따른 주주 및 기업 가치 훼손에 해당된다"며 "이를 보상한 대안책을 마련하거나, 모회사 기업가치를 회복할 구체적인 투자 계획을 밝혀 주주들의 불안감을 해소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고 설명했다.
이승연 기자 lsy@
뉴스웨이 이승연 기자
lsy@newsw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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