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일 KT연구센터에서 정기주주총회 개최"적합한 통신 전문가가 이사 직무 맡아야" 현재 이사진엔 김용헌 사외이사 1명 남아
31일 서울시 서초구 KT연구개발센터에서 열린 제41기 KT 정기 주주총회 중 'KT 주주모임' 카페장의 일성이다.
주총은 시작 전부터 소란스러웠다. 아침 일찍부터 주총장을 찾은 KT 노동인권센터(이하 노조) 일동은 확성기와 플래카드를 들고 회사의 경영 정상화를 촉구했다. 이들은 "KT 민영화 이후 20년간 쌓아온 불법 경영이 회사를 병들게 만들었다"며 "항상 정도경영을 요구하면 노동자들을 해고시키고 탄압하는 등 불이익 처분을 자행해왔다"고 토로했다.
이어 "회사가 정상적 궤도로 돌아오기 위해선 기존 기득권 체제에서 벗어나 통신 전문가 체제로 투명하게 운영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주총에는 100명이 넘는 주주들이 참여한 가운데 진행됐다. 이날 의장을 맡은 대표이사 대행 박종욱 경영기획부문장(사장)의 개회 선언이 끝나자 장내 곳곳에서 불만의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한 주주는 "정치자금법 위반으로 기소된 피의자가 직무 대행을 맡는 것이 옳은가"라며 박 사장을 향해 외치기도 했다.
박 사장은 "원래 주총은 의결권을 행사하고 경영과 관한 기대하는 바를 말씀드려야 할 소통의 장이 됐어야 했는데 그러지 못해 죄송하다"고 사과했지만 장내 분위기는 좀처럼 수그러들지 않았다.
자사주 소각 규모와 배당 확대 요구도 있었다. 이에 박 사장은 "보유한 자기주식에 대해서는 임직원 보상 등의 목적으로 활용할 것"이라며 "구체적인 계획과 배당 문제는 이사회 결의를 통해 결정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소란은 주총이 끝난 뒤에도 이어졌다. 주총장을 나와 기자들 앞에 선 한 노조 일원은 "비상경영 체제라면서 같은 무리들에게 KT를 5개월간 더 맡기려고 한다"며 "일을 이 지경으로 만든 자들에게 다시 경영권을 주는 것은 명백히 잘못된 일"이라고 목소리 높였다.
그러면서 "케이티 직원들에 대한 노동 인권 감수성이 있는 자, 통신 공공성에 대한 철학을 가진 자가 이사진을 꾸리는 것이 타당하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KT주주모임 카페장은 "외압에 KT가 현재 힘든 시기를 보내고 있기에 주주들이 힘을 모았다"며 "경영 정상화를 촉구하기 위해 주주로서 조금씩 주식을 늘려가며 발언권을 키우고 있다"고 말문을 열었다.
이어 "현재 챗GPT 등 새로운 먹거리를 찾기 위해 경쟁사들은 하루가 멀다하고 성장하고 있다"며 "쫓아가고 역전하진 못할망정, 이런 경영 공백 사태가 일어나고 있다는 것은 주주 입장에서 걱정이 많이 된다"고 우려를 표했다.
이날 한 시간에 걸쳐 진행된 주총에선 ▲재무제표 승인 ▲정관 일부 변경 ▲이사 보수한도 승인 ▲임원 퇴직금지급 규정 개정 등이 가결됐다. 당초 강충구 고려대 전기전자공학부 교수, 여은정 중앙대 경영학부 교수, 표현명 전 롯데렌탈 대표 등에 대한 임기를 1년 연장하는 재선임 안건을 상정할 예정이었으나 이들 사외이사 3명이 주주총회 직전 사퇴하면서 안건이 자동 폐기 됐다.
이로써 KT 이사회는 김용헌 사외이사 1명만 남게 됐다. 다만, 상법과 정관에 의거해 이날 사퇴한 사외이사들은 새 이사회가 구성될 때까지 업무를 담당한다.
뉴스웨이 강준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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