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친환경의 의미를 두고 정확하게 원죄를 구분하려는 움직임이 활발하다. 내연기관은 동력을 만드는 기계일 뿐 죄가 없어서다. 오염의 죄를 묻는다면 당연히 화석연료에 책임이 있다는 뜻이다. 그럼에도 내연기관을 죄인으로 인식하는 경향은 무려 140년 이상 지속된 '화석연료=내연기관'의 고정관념 탓이다. 엄밀하게 보면 내연기관과 화석연료는 상호 선택적 관계지만 둘은 늘 실과 바늘처럼 붙어왔기 때문이다.
내연기관에 죄가 없다는 반박은 동력원, 즉 연료를 바꾸려는 시도에서 비롯됐다. 독일을 중심으로 화석연료를 대체하는 에너지원을 꾸준히 찾았고 이미 상용화에 성공했다. 이른바 수소 기반의 합성연료다. 내연기관에서 수소를 태우고 배출되는 이산화탄소는 포집한다. 다시 신재생에너지로 얻은 수소와 이산화탄소와 결합시켜 내연기관에 태운다. 당연히 동력이 얻어지고 이때 연소는 발화성이 있는 수소가 책임진다. 결합된 이산화탄소는 배출돼 포집되는 과정을 반복한다. 그래서 수소 합성연료를 흔히 탄소 중립연료로 구분한다.
지난해 유럽연합은 합성연료(E-퓨얼)를 사용하는 내연기관의 이산화탄소 배출 저감 효과를 부분적으로 인정했다. 하지만 동시에 2035년 내연기관 판매를 금지하는 방안을 발표하자 독일과 이탈리아가 발끈했다. 수소로 전기를 만드는 연료전지 자동차는 친환경이고 수소를 직접 태우는 것이 친환경에서 벗어난다는 논리 자체가 성립되지 않는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반면 EU위원회는 합성연료 사용 대상을 탈탄소화가 어려운 항공기·선박으로 명시해 자동차를 제외시키려는 움직임을 나타냈고 자동차는 2025년까지 합성연료의 탄소 저감 효과를 면밀하게 분석 후 포함 여부를 결정하자는 중재안을 제시했다.
그럼에도 합성연료를 사용하겠다는 유럽 내 일부 국가의 의지는 여전히 강력하다. 배터리 전기차 확대에 적극 동참하지만 내연기관 배제 또한 하지 않겠다는 뜻이다. 그래서 앞으로 3년은 매우 중요한 시기다. 합성 연료에 대한 EU 방침이 결정되는 기간이기 때문이다. 특히 자동차를 논외로 하더라도 항공기, 선박 분야의 합성연료 사용은 이미 확정됐다. 탄소 포집 기술이 중요한 항목으로 떠오르는 배경이다. 게다가 포집된 탄소는 여러 용도로 사용할 수 있어 주목한다.
흔히 플라스틱으로 부르는 합성수지의 대량 소비는 1940년대부터 시작됐지만 동시에 인류가 플라스틱의 위협을 받기 시작한 것도 같은 시기다. 편리할수록 플라스틱은 쌓였고 지금은 심각한 문제의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다행히 플라스틱에서 다시 기름을 얻고 여기서 수소를 뽑아내려는 움직임이 활발한데 이때 포집된 탄소를 팔아 수소의 경제성을 확보하려는 곳도 생겨났다. 이 방식으로 만들어진 수소를 자동차에 사용하는 것에는 모두가 동의하지만 '어떻게'라는 방법론에서 팽팽한 긴장감이 감도는 형국이다. 게다가 합성연료의 확대는 배터리의 발목을 잡을 수도 있어 긴장한다. 그러나 탄소 중립에 도움이 된다면 무엇이든 해야 하는 때가 지금이다. 그래서 합성연료 확대에 기대를 거는 곳도 적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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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웨이 김정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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