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면 제조사와 무관하게 'BEV(Battery Electric Vehicle)'를 이용하는 소비자는 제약 없는 충전이 허용되는 것이어서 이용 편의성이 오른다. 굳이 한국 차가 아니라도 이용자만 본다면 테슬라 방식의 혼용이 상식이다. 그러나 이 경우 충전 사업의 주도권을 테슬라에 빼앗길 수 있는 게 약점이다.
고민하던 이들이 추구한 전략은 테슬라와 협력하면서도 오히려 위협이 되는 충전 동맹의 형성이다. 현대차, 기아, BMW, GM, 혼다, 벤츠, 스텔란티스 등이 모여 북미 충전 합작 법인을 세우기로 했다. 시내와 고속도로에 최소 3만개의 고출력 충전기를 최단기간 내에 설치한다.
충전 인프라는 초기에 막대한 비용이 들어가는 사업이어서 여럿이 비용을 나누되 짧은 시간 인프라를 구축하면 굳이 테슬라 충전 방식에 들어가지 않아도 된다. 오히려 새로 구축하는 충전기에 테슬라도 충전 가능한 케이블을 함께 연결해 테슬라 고객을 끌어들인다는 역공(?) 전략도 세웠다. 그러자 테슬라 보유자는 충전 동맹에 박수를 보낸다. 그만큼 자신들의 충전 편의성이 올라가는 형국이어서다. 반면 기업 '테슬라'는 쓴웃음을 짓는다. '테슬라 보유자는 전용 충전기만 사용한다'는 그들의 전략에 흠집이 생기는 탓이다.
흥미로운 점은 여기서 벌어진다. 현대차와 기아를 제외하고 충전 동맹에 참여한 기업은 기존 테슬라 충전망도 활용하려 한다. 동시에 충전 동맹이 구축하는 인프라도 사용하고 기존 충전 사업자가 만든 것도 쓴다. 한 마디로 모든 충전기를 가리지 않는 게 핵심이다. 대표적으로 GM과 포드 등은 충전 방식과 무관하게 소비자가 전기차를 이용하는 과정에서 생기는 모든 불편함을 없애는 게 목표다. 테슬라 방식을 쓰겠다고 하면서 충전 동맹에도 참여한 이유다.
반면 일부 기업은 테슬라 방식을 거부한 채 충전 동맹에 참여한다. 대표적으로 현대차와 기아다. 테슬라 급속 충전 속도가 늦어 효용성이 떨어진다는 것은 명분일 뿐 현대차와 기아는 소비자 편의성과 제조사 충전 전략 사이에서 최적의 중간 지대를 선택한 것이다. 2년 사이에 충전 동맹이 인프라를 확대하면 굳이 테슬라 충전 소켓이 필요치 않다고 생각한다. 결국 테슬라 및 동맹 인프라를 모두 선택할 것이냐 아니면 동맹의 인프라만 선택할 것이냐에서 GM, 포드, 리비안 등은 전자를, 현대차와 기아는 후자를 채택한 형국이다.
물론 선택 이면에는 나름대로 고심의 흔적도 보인다. 지금은 한국산 전기차가 미국에서 리스 및 렌털로 판매될 때만 보조금을 받지만 2년 내 미국 전용 공장에서 생산되는 제품은 초급속 충전 시스템이 적용된다. 그런데 현재 설치된 테슬라 충전기는 충전 속도를 뒷받침하지 못한다. 그렇다고 방대한 북미에서 홀로 충전 인프라를 구축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그래서 충전 동맹이 결성됐고 테슬라를 제외한 대부분이 참여했다. 하지만 충전 동맹이 목표한 대로 인프라를 구축하는 사이 아이오닉 5와 EV6 등의 구매자는 테슬라 충전기를 사용하지 못하니 불편함을 겪을 수 있다. 제조사는 그 기간이 짧다는 점을 파고들었지만 동맹의 인프라 구축이 늦어지면 소비자들이 아예 제품을 외면할 가능성도 있다. 충전도 경쟁과 협력이 동시에 추진되는 셈이다. 어떤 선택이 옳을까? 아직은 어느 누구도 장담할 수 없다.
뉴스웨이 김정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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