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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 아시아나 화물 진짜 매각될까···인수 후보군은?

산업 항공·해운 NW리포트

아시아나 화물 진짜 매각될까···인수 후보군은?

등록 2023.10.09 08:53

박경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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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항공, 10월 중 EU에 시정 조치 안 제출···화물 매각 담길 듯화물 운임 하락세에 수요도 감소···국제여객 위주 수익성 확보현대차·SK·롯데·CJ 등 잠재적 인수 후보···사업 간 시너지가 핵심

아시아나 화물 진짜 매각될까···인수 후보군은? 기사의 사진

대한항공이 아시아나항공 인수를 위해 화물사업 매각 카드를 꺼내 들 것으로 보인다. 대한항공은 운수권‧슬롯 반납에 이어 화물사업을 포기하더라도 반드시 합병에 성공하겠다는 의지를 다지고 있다. 아시아나항공의 화물사업이 매물로 나올 경우 물류 자회사를 거느린 현대차, SK, 롯데, CJ 등 국내 유수의 대기업들이 관심을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5일 항공업계에 따르면 대한항공은 이달 말까지 경쟁 제한성 완화를 위한 시정조치 안을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에 제출할 예정이다. 대한항공은 앞서 지난 2021년 1월 14일 이후 공정거래위원회를 비롯한 14개국 경쟁 당국에 아시아나항공 인수 관련 기업결합을 신고했다. 현재 EU와 미국, 일본 등 3개국의 승인만 남겨놓고 있다.

각국의 경쟁 당국은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합병이 자국 항공산업의 경쟁력 약화로 이어질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특히 물류대란을 겪은 이후로 안정적인 공급망 관리가 중요해지면서 화물 영업의 통합에 민감해진 상황이다.

유럽연합 집행위원회(EC)는 지난 5월 "두 항공사의 합병은 유럽경제지역(EEA)과 한국 사이 여객·화물 운송 서비스 시장의 경쟁을 위축시킬 수 있다" 내용의 중간심사보고서(SO)를 발송한 바 있다.

이에 대한항공은 경쟁 당국의 요구조건을 적극 수용해 합병을 성사시키겠다는 의지를 내비치고 있다. 이번 합병으로 국내 항공산업의 경쟁력을 큰 폭으로 끌어올릴 수 있다는 입장이다. 대한항공은 합병 이후 중복 노선의 효율화와 기자재 통합 등을 통해 비용을 줄일 수 있고, 중복노선을 개편해 기재를 축소하거나 다른 노선에 배치할 수도 있다.

이미 지난 3월 영국 경쟁시장청(CMA)은 합병 승인 조건으로 대한항공이 가진 런던 히스로공항의 7개 슬롯을 자국 항공사 버진애틀랜틱에 넘겨주도록 했다. EU의 관문을 넘으려면 추가로 슬롯 및 알짜노선을 포기해야 하는 상황이다.

대한항공의 화물기 보잉 747-8F. 사진=대한항공 제공대한항공의 화물기 보잉 747-8F. 사진=대한항공 제공

화물 운임하락 및 매출 비중 축소가 매각설 뒷받침
EU 경쟁 당국은 한국∼유럽 4개 여객노선(프랑크푸르트‧파리‧로마‧바르셀로나)과 한국∼유럽 전체 화물 노선의 독점을 문제 삼고 있다. 항공업계에 따르면 대한항공은 시정조치 안에 4개 여객 노선 운수권을 티웨이항공에 넘기고 아시아나항공 화물 사업을 분리 매각하겠다는 내용을 시정조치 안에 담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메리츠증권 배기연 연구원은 "주요 사업을 포기할 만큼 기업결합에 대한 대한항공의 의지를 보여준 사례"라며 "항공화물 운임의 하향 안정화 추세도 대한항공의 결심에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보인다"고 평가했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아시아나항공의 전체 매출액(3조5886억원) 중 화물사업의 비중은 21.7%(7795억원)를 기록했다. 국내 여객과 국제여객의 매출 비중은 각각 9.3%(3328억원), 60.5%(2조1703억원)로 집계됐다.

한때 70%를 넘겼던 아시아나항공의 화물사업의 매출 비중은 코로나19 팬데믹 이전 수준으로 돌아온 상태다. 지난 2019년 19.3%였던 화물 비중은 2020년 56.1%로 늘어난 뒤 2021년엔 72.5%까지 치솟았다. 하지만 방역이 완화되기 시작한 지난해엔 48.4%를 기록했고, 올해는 20%대로 내려앉았다.

특히 화물 운임의 지속적인 하락과 수송량 감소 흐름에 따라 화물사업의 수익성은 꾸준히 줄어드는 추세다. 핵심 사업인 여객 수요가 견조하게 유지되고 있는 만큼 아시아나항공의 화물사업을 포기하더라도 수익성 방어가 가능하다는 계산이 나온다.

물류 자회사 둔 대기업 물망···CJ그룹 '한국의 페덱스' 기대
만약 아시아나항공의 화물사업부가 매물로 나올 경우 국내 대기업들이 관심을 보일 가능성이 크다. 대부분의 글로벌 항공사는 여객과 화물사업을 함께 거느리고 있지만, 화물운송에만 집중하는 항공사들도 있다. 페덱스 익스프레스, UPS항공, DHL, 등이 대표적이며 국내에도 에어인천이 국제 항공화물을 주력사업으로 두고 있다.

CJ그룹은 아시아나항공 화물사업부 인수 시 가장 큰 시너지 효과가 기대되는 기업이다. 국내 물류 업계 1위인 CJ대한통운은 기업물류(3PL)를 비롯해 이커머스 물류, 택배, 국제특송, 항만하역 등을 서비스하고 있다. 특히 생산자와 판매자 사이에 제3자가 물류를 대행하는 3PL 서비스는 국내 대기업 중 CJ대한통운이 유일하다.

CJ대한통운이 항공화물 사업을 손에 넣을 경우 '한국의 페덱스'로 외형을 키울 수 있다. 자체적으로 화물기를 보유해 국제특송까지 발을 넓히면 글로벌 물류회사로 거듭날 수 있다는 얘기다. 현재 페덱스 등은 한국에서 직접 배송 지역이 아닌 곳은 국내 택배사에 위탁하고 있는 만큼 국내 국제특송 시장 전체를 장악할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반도체 사업이 주력인 삼성과 SK도 아시아나항공 화물사업부의 인수 후보로 꼽힌다. 반도체는 우리나라의 최대 수출 품목으로, 대부분 항공편을 통해 수출되고 있다.

국내 대기업들은 대부분 물류자회사(2PL)를 설립해 회사에서 발생하는 물류 업무를 처리하고 있다. 롯데글로벌로지스, 현대글로비스, 삼성SDS 등이 대표적인 2PL들이다. 삼성과 SK도 아시아나항공 화물사업을 2PL로 둘 경우 운송비 절감 등을 통해 수익성을 제고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이미 2PL을 거느리고 있는 현대차그룹과 롯데그룹 등도 잠재적인 인수 후보군으로 여겨진다. 현대글로비스 종합물류사업의 매출 비중은 32.83%(올해 상반기 기준)에 달한다. 롯데글로벌로지스도 포워딩, 인터모달, 국제특송 등 글로벌사업으로 매출의 4분의 1을 내고 있다.

아시아나 화물 진짜 매각될까···인수 후보군은? 기사의 사진

한화, LCC 등은 '시큰둥'···아시아나 이사회도 넘어야
항공업에 관심이 높은 한화그룹도 지난 2019년 아시아나항공이 매물로 나왔을 때부터 유력한 인수자로 꼽혀왔다. 한화그룹은 2017년 저비용항공사(LCC)인 에어로케이에 재무적투자자(FI)로 참여해 항공업 진출을 시도했으나 에어로케이가 항공운송사업 면허를 취득하지 못해 무산됐다.

한화그룹이 아시아나항공의 화물사업을 인수하면 한화갤러리아 등 유통·호텔·리조트 분야 계열사와 항공기 엔진과 부품을 제작하는 한화에어로스페이스 등과 시너지 효과가 기대된다. 그러나 앞서 한화오션을 인수한 한화그룹 측은 오션의 경영정상화를 최우선으로 삼고 추가적인 대규모 인수합병(M&A)을 고려하고 있지 않다는 입장이다.

국내 LCC 업체들도 아시아나항공 화물사업부의 인수 후보군으로 꼽힌다. 업계 안팎에 따르면 대한항공은 앞서 티웨이항공과 제주항공에 아시아나항공 화물사업부 인수를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LCC의 화물사업 진출은 실익이 크지 않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업계 관계자는 "대한항공은 과감한 시정조치를 통해 어떻게든 아시아나항공을 인수하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다"면서도 "다만 화물사업 매각은 아시아나항공 이사회부터 통과해야 하고, 대한항공 외에는 아시아나항공에 관심을 보인 국내기업이 없다는 점은 부담"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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