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키옥시아·美 웨스턴디지털 합병 추진합병 이뤄지면 단숨에 낸드 점유율 1위韓 기업 점유율 하락···치킨게임 시 불리
세계 2위 일본 키옥시아와 4위 미국 웨스턴디지털(WD)이 합병을 추진하며 글로벌 점유율이 요동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시장이 재편되며 플레이어 감소로 긍정적인 효과가 있을 것이라는 분석과 점유율 싸움에서 밀리는 만큼 국내 기업들이 악영향을 받게 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또다시 불거진 합병설, 실현 가능성은
20일 반도체 업계 및 외신에 따르면 키옥시아와 WD는 이르면 이달 말을 목표로 경영 통합을 위해 최종 조율을 진행 중이다.
양 사 간 합병설은 2021년 4월 처음 수면 위로 올라왔다. 당시에는 가치평가 등에서 두 기업의 의견이 달라 결론을 내지 못했다. 이후 지난해 말부터 반도체 수요가 감소하며 불황이 장기화되자 다시 합병 논의가 수면 위로 떠올랐다. 외신에 따르면 두 기업의 협상은 지난해 말 다시 시작된 것으로 보인다.
합병은 WD가 메모리 사업부를 분리한 뒤 키옥시아홀딩스와 지주사를 설립하는 방식이 유력하다. 법인 지분은 키옥시아와 WD가 각각 49.0%, 50.1%를 보유해 WD가 소폭 높지만, 실질적인 경영은 키옥시아가 갖게 될 것으로 예상된다.
양 사 간 의견 조율이 잘 마무리된다고 해도 통합 계약 후 약 2년 안에 각국 규제당국의 승인을 얻어야 하는 문제가 남는다. 업계에서는 중국이 일본과 미국 기업의 합병을 반기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실제로 최근 반도체 업계의 M&A는 규제당국의 승인 문턱을 넘지 못하는 상황이 계속되고 있다.
인텔은 이스라엘 반도체 파운드리 기업 '타워 세미컨덕터'를 인수하려고 했으나 중국 당국의 허가를 받지 못해 불발됐다. 엔비디아도 2021년 ARM을 인수하려고 했으나 규제당국의 반대로 무산됐다.
김양팽 산업연구원 전문연구원은 "일본과 미국은 중국 반도체 산업에 우호적이지 않다. 이 같은 상황에서 중국이 양사 간 합병을 허가해 준다는 것은 사실상 생각하기 쉽지 않다"면서 "두 기업의 합병이 국내 업체에도 환영할 일이 아닌 만큼 한국도 찬성표를 던질지 의문"이라고 밝혔다.
삼성, 점유율 1위 상징성 잃어···고민 커지는 SK
국내 반도체 업계는 양 기업의 합병이 규제당국의 문턱을 넘지 못할 가능성이 높지만 합병이 성사될 경우 국내 기업에 악영향을 줄 것으로 예상했다.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올해 2분기 기준 낸드 시장 점유율은 삼성전자가 31.1%로 1위를 기록하고 있으며 그 뒤로는 키옥시아(19.6%), SK하이닉스(17.8%), WD(14.7%), 마이크론(13%) 순이다.
낸드 시장 점유율 2위와 4위가 손을 잡는 만큼 단순 계산하면 합병회사의 점유율은 34.3%로 삼성전자를 뛰어넘게 된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시장 전체적으로 봤을 때는 D램 대비 낸드 시장 내 플레이어가 많은 편이라 출혈경쟁이 심하다"면서 "두 회사가 합병되면 시장 재편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하지만 합병회사의 점유율이 현재 삼성전자를 뛰어넘는 만큼 국내 기업에는 좋지 않은 소식이다. 점유율 1위로 올라서는 만큼 현재 대비 구매력, 협상력에 대한 파워도 세질 것"이라고 분석했다.
키옥시아의 지분을 쥐고 있는 SK하이닉스의 상황은 더욱 복잡하다. SK하이닉스는 2018년 5월 베인캐피털 컨소시엄에 약 4조원을 투자한 상태다. 양사 통합에는 키옥시아에 간접투자를 한 SK하이닉스의 동의가 필요하나 SK 측은 이와 관련해 아직 의사를 전달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단 닛케이, 아사히 등 일본 언론에서는 키옥시아에 투자한 SK하이닉스가 양사 간 합병에 반대하고 있다는 보도가 지속적으로 나오고 있다. 일부에서는 SK하이닉스가 현금 확보를 위해 양사 간 합병을 찬성할 가능성도 있다고 보고 있다.
SK하이닉스는 지난 7월 컨퍼런스콜을 통해 "양사 간 합병 논의와 관련해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하고 있다"면서 "향후 키옥시아에 미칠 영향을 면밀히 검토하고 종합적으로 판단해 저희 입장을 결정할 것"이라고 밝혔다.
김양팽 연구원은 "SK하이닉스가 키옥시아 지분을 던질 생각이라면 양사 간 합병이 호재가 될 수 있겠지만 SK하이닉스는 투자 목적으로 키옥시아 지분을 보유한 것이 아니다. 기업가치가 올라가더라도 지분을 정리하진 않을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이어 "금전적인 이득을 배제하고 보면 당장 시장점유율이 낮은 SK하이닉스로서 두 기업의 합병은 반가운 일이 아니다. 시장 플레이어가 줄어드는 것은 긍정적이나 치킨게임이 벌어진다고 가정하면 규모의 경쟁에서 SK하이닉스는 더 불리해질 수 있다"고 말했다.
뉴스웨이 이지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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