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물ETF 거래 불허 조치에 선물ETF 점검나서 거래 준비하던 증권사들, 당국 지침에 '신중''눈치보기' 존재하나 내부 반발도 적지 않아
18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는 지난 10일(현지 시각) 비트코인 현물 ETF를 거래소에 상장하고 거래할 수 있도록 승인했다. 이에 따라 이미 상장을 신청한 11개 비트코인 현물ETF가 바로 상장돼 11일부터 미국 현지 거래소에서 거래되고 있다.
반면 국내 투자자들은 국내 증권사를 거친 해외 거래를 통해서 비트코인 현물ETF를 매매하는 것이 금지된 상태다.
이는 금융위원회가 비트코인 현물ETF의 국내 출시뿐 아니라 해외 상장된 ETF의 국내 거래 중개도 위법의 소지가 있다는 유권해석을 지난 11일 내렸기 때문이다. 금융 당국은 비트코인과 같은 가상자산은 현행법상 기초자산 요건에 해당되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금융위의 입장은 확고하다. ETF는 기초자산으로 구성된 지수를 추종해야 하는데, 비트코인은 자본시장법상 기초자산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봤기 때문이다. 자본시장법상 기초자산은 ▲금융투자상품 ▲통화 ▲일반상품 ▲신용위험 ▲그밖에 합리적 방법으로 가격 평가가 가능한 것 등이다. 단, 비트코인 선물ETF의 경우 기초자산인 선물지수가 파생상품이기 때문에 적법한 것으로 본다.
금융 당국은 금융사의 가상자산 보유로 인한 건전성 저하를 우려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비트코인을 금융상품으로 인정할 경우 금융사들 역시 가상자산을 보유할 수 있게 되는데, 가상자산은 가격 변동성이 큰 투기자산으로 평가되어 왔다.
미국의 비트코인 현물ETF 승인에 맞춰 국내 거래를 준비하던 증권사들은 금융당국의 조치가 급작스럽게 내려지면서 혼란을 겪었다. KB증권은 이미 2021년부터 문제 없이 거래되어 온 비트코인 선물ETF 거래까지 일시적으로 중지했다가 재개하기도 했다.
일각에선 당국의 늑장 대응이 혼란을 키웠다는 지적이 나온다. 시장에서는 이미 SEC의 공식 입장이 나오기 전부터 이번에는 비트코인 현물ETF가 승인될 가능성이 높다고 점쳤었다. 금융당국이 해외 상장된 종목에 거래 중개 금지 조지를 내린 경우는 전례가 없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당국이 미 승인 이후 '불허' 조치를 내리면서 시장의 불만은 고조되고 있다.
물론 당국의 조치에 '신중론'을 제기하는 시장 참여자들도 존재한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자본시장의 측면에서 투자자의 선택권을 넓힐 수 있다는 데에 동의하지만 현재 비트코인이 투자자산인지 아닌지 논란이 있는 만큼 당국의 신중한 결정을 따를 것"이라고 말했다.
운용사 관계자 역시 "현행법상 비트코인 현물ETF 거래가 어렵다는 결정이 나온 이상 법 개정을 기다려 관련 상품을 준비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다른 나라에 비해 국내 거래가 늦어지면 상승 모멘텀을 놓칠 수 있다는 의견에 대해서도 "비트코인 상품 자체의 가격 변동성이 있고 참여자가 많은 시장이기 때문에 반드시 그렇다고 볼 수는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내부의 반발도 적지 않다. 미국에서 비트코인 현물ETF를 승인한 선례가 나온 이상 각국의 금융 시장 역시 가상자산을 포용하는 수순을 밟게 될 가능성이 높다. 이 과정에서 국내 시장이 경쟁력을 유지할 수 있도록 금융 당국이 적극적으로 나서야 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가상자산을 제도화할 근거가 자본시장법상 없다고 하지만 미국의 경우에도 비트코인을 원자재로 해석해 승인을 내린 것"이라며 "금융당국의 유권해석이 있다면 국내에서도 가상자산의 거래가 가능할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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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웨이 류소현 기자
sohyun@newsw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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