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부동산 대체투자 잔액 55조8천억···금융권 '긴장'"은행 포트폴리오 안정적···중소형 증권사·상호금융 우려" 지난해 금융지주사 역대급 충당금···불확실성 대비 나서
최근 미국 중소 및 지역은행을 중심으로 상업용 부동산발 위기론이 커지며 국내 금융권이 해외 부동산 리스크에 촉각을 곤두세우는 모습이다. 글로벌 금융사들이 앞다퉈 막대한 충당금을 쌓고 있는 만큼 국내 금융사들도 손실 위험을 피해갈 수 없을 것이라는 의견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더군다나 국내 금융사의 해외 부동산 대체투자는 대부분 부실 우려가 큰 북미(64.2%)와 유럽(19.6%)에 집중돼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뉴욕 커뮤니티 뱅코프(NYCB)는 지난달 30일 실적 발표 이후 5거래일 동안 주가가 약 60% 급락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는 상업용 부동산 대출 부실화 우려에 따라 5억5000만 달러 규모의 충당금을 쌓으며 지난해 4분기 순손실이 발생했기 때문이다.
일본 아오조라(Aozora)은행은 4분기 324억엔의 충당금을 적립하고 최고경영자(CEO)가 사임을 발표했으며 유럽 도이치뱅크도 미국 상업용 부동산 관련 손실을 대규모로 인식하고 약 3500명의 감원계획을 발표했다.
이에 따라 국내 금융사들의 대처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해 6월 말 기준 국내 금융권의 해외 부동산 대체투자 잔액은 55조8000억원으로 집계됐다. 업권별로는 보험 31조7000억원, 은행 9조8000억원, 증권 8조3000억원 순이다. 상호금융과 여전사도 각각 3조7000억원, 2조1000억원 가량을 해외 부동산에 투자한 상태다.
금융지주사별로 살펴보면 4대 금융지주의 해외 부동산 투자규모는 ▲KB금융 5조9000억원 ▲하나금융 4조6000억원 ▲신한금융 4조원 ▲우리금융 4조원에 달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국내 금융사들도 지난해부터 해외 부동산 손실 인식을 본격화하고 있다. 단 금융지주사들은 포트폴리오가 안정적이고 관련해서 충당금을 충분히 쌓고 있는 만큼 큰 영향이 없을 것이라고 강조한다.
최근 하나금융지주 실적발표에 따르면 하나증권은 지난해 4분기 중 2670억원, 누적 기준 약 6000억원의 해외부동산에 대한 평가손실을 냈다.
신한금융지주은 지난 8일 진행된 실적 발표 컨퍼런스콜을 통해 해외부동산금융은 약 4조1000억원 정도로 은행이 1조5000억원, 보험사가 1조6000억원이라고 밝혔다. 지난해 4분기 손실 처리된 해외부동산금융은 약 1300억원 규모다.
천상영 신한금융지주 재무부문장(CFO) 부사장은 "해외대체자산이나 해외 부동산에 대해 이슈자산을 별도 관리하면서 3년간 충당한 손실이 전체 장부가액 기준 35~50% 수준으로 향후 손실 가능성 크기는 제한적"이라고 설명했다.
KB금융도 실적 컨퍼런스콜을 통해 "5조원 규모의 해외 부동산은 대부분 은행이 차지하고 있으며 오피스와 준주거용 부동산이 많고 부실율은 0.2% 수준에 불과하다"고 밝혔다.
한편 4대 금융지주는 지난해 약 9조원에 달하는 대손충당금을 적립하며 미래 불확실성에 대비하고 있다. 이는 2022년 대비 71.4% 늘어난 수치다. 태영건설 등 부동산 PF 사업장의 위기감과 해외 부동산 투자 손실 가능성이 높아진 영향으로 분석된다.
허준영 서강대 경제학부 교수는 "국내 금융사도 해외 부동산 관련 손실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이나 각사별로 선순위 대출이냐, 후순위 대출이냐에 따라 손실 규모가 다를 전망"이라며 "국내 부동산PF 문제와 같이 제1금융권보다는 중소형 증권사나 상호금융 등이 더 우려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업권별로 차이가 있을 수 있지만 은행의 경우 대부분 포트폴리오가 선순위로 되어 있어 아직까지 여력이 있는 편이다. 개별 물건에 대한 모니터링은 강화하고 있다"고 언급했다.
이어 "해외도 국내외 마찬가지로 1금융권이 선순위 대출을 하고 2금융권이 들어오는 경우가 대부분인 만큼 가격하락의 위험이 왔을 때 2금융권이 좀 더 타격을 받을 가능성이 크다"고 덧붙였다.
뉴스웨이 이지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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