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임 첫 날 약속한 '100일 현장경영' 스타트 사업 현장 점검하고 포항 지역사회와 '소통'새 CEO 유연한 제스처에 임직원도 기대감↑
포스코홀딩스에 따르면 장인화 회장은 26일 광양으로 이동해 광양제철소와 포스코퓨처엠을 찾았다. 그룹 차원에서 세부 내용을 공개하진 않았지만, 이날 장 회장은 지난달 착공한 퓨처엠의 하이니켈 NCA(하이니켈 니켈·코발트·알루미늄) 양극재 생산설비 공사 현장 등을 둘러보고 직원을 격려한 것으로 알려졌다.
장 회장의 이번 방문은 현장경영의 일환으로 마련됐다. 그는 지난 21일 신임 회장으로 선임된 직후 언론과 처음으로 마주한 자리에서 앞으로 100일째가 되는 6월28일까지 포항·광양·송도 등 주요 사업 현장에서 직원의 이야기를 듣겠다고 약속했다.
그런 장 회장은 22일 포항제철소에서 첫 걸음을 뗐다. 그는 포항 냉천 범람 당시 피해가 컸던 2열연공장을 방문해 직원과 일일이 손을 잡으며 복구 작업을 위해 밤낮없이 현장을 지킨 이들에게 감사를 표했다. 특히 하얀 안전모를 쓰고 환하게 웃으며 젊은 직원과 악수하는 칠순 CEO의 모습이 여러 매체를 확산되며 사회 전반에 강한 인상을 남기기도 했다.
2열연공장은 포항제철소 연간 생산량의 약 33%(500만톤)를 처리하는 핵심 공장인데, 2022년 9월 태풍 '힌남노'의 상륙과 맞물려 침수 피해를 입었다. 이에 포스코는 정비·조업 기술력을 쏟아 부었고 직원의 노력을 바탕으로 3개월여 만에 정상화를 일궈냈다.
장 회장은 "수해 복구 과정에서 보여준 여러분의 열정과 단결되는 마음이 바로 포스코의 저력"이라며 "초일류 기업으로 거듭나기 위한 해법은 현장과 직원에게 있다"고 격려했다.
이처럼 장 회장이 취임 초부터 집무실 밖으로 발걸음을 옮기는 데는 '신뢰할 수 있는 회사'를 만들겠다는 신념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재계는 진단한다. 그리고 모든 이해관계자와의 화합으로 시작점을 잡았다는 분석이다.
장 회장의 첫 날 행보에서도 이러한 철학을 엿볼 수 있다. 당시 그는 이강덕 포항시장과 백인규 포항시의회 의장, 문충도 포항상공회의소 회장 등을 초청해 만찬을 함께 하며 지역사회에 손을 내밀었다. 과거 포스코는 포항시와 포스코홀딩스 본사 소재지 이전 건으로 얼굴을 붉혔는데, 새로운 수장이 그 냉랭한 관계를 허물어버린 셈이다.
이강덕 시장 역시 만찬에 앞서 이뤄진 지역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장 회장이 포스코를 국민기업으로서의 위상을 살려줄 인물"이라면서 "포스코가 국민들 앞에 겸손하고 회사 이름 앞에 당당히 태극기를 다시 내걸 것"이라고 추켜세웠다.
이러다보니 그룹 안팎에선 장인화(張仁和) 회장이 자신의 이름과 같은 음의 '인화(人和)' 정신을 앞세워 포스코를 둘러싼 여러 문제를 해결하고자 직접 부딪히고 있다는 평가를 벌써부터 내놓는다.
사실 장 회장은 '부드러운 카리스마'의 소유자로 유명하다. 인자하고 넉넉한 품성으로 구성원을 아우르는 '덕장형 리더'로 알려져 있다. 포스코 대표(사장) 시절에도 사측 대표로서 원만한 노사문화를 이끌고 특유의 친화력으로 화합의 리더십을 발휘했다는 전언이다.
당연히 구성원의 목소리도 우호적이다. 포스코 직원이 다수 참여하는 익명 커뮤니티를 살펴보면 외부가 아닌 내부에서 수장이 배출됐다는 안도감과 함께 장 회장의 친화적 행보에 대한 기대감이 속속 감지되고 있다.
한 포스코 직원은 "과거 장인화 회장을 사내 행사에서 뵌 적이 있다"면서 "후배에게도 존대말을 쓰는 겸손한 리더십이 인상적이었다"고 회고했다.
또 다른 직원은 "넓은 시야와 우수한 지적능력, 직원을 존중하는 교양을 갖추신 분"이라며 "혁신이 요구되는 시기에 가장 필요한 인물"이라고 언급하기도 했다.
재계의 다음 관심사는 장 회장이 자신의 목표를 실현하기 위해 회사를 어떤 '형태'로 탈바꿈시키느냐다. 포스코그룹은 조만간 후속 인사에 착수하는데, 민첩한 조직으로 거듭나야 한다는 신임 회장의 철학에 따라 작지 않은 변화가 나타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산업계 전반의 트렌드에 발맞춰 투자 등 지주의 컨트롤타워 기능을 강화하되 사업회사의 자율성을 보장하고 인재를 효율적으로 재배치하는 등의 시나리오가 거론된다.
장 회장은 "슬림하고, 플랫해지고, 빠르게 결정할 수 있는 조직이 돼야 한다"면서 "과감하게 도전할 수 있는 문화도 만들어져야 한다"고 예고한 바 있다.
뉴스웨이 차재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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