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금융지주 최초 주주 제안 사외이사 선임전략적 승리···가처분 신청에서 집중투표제까지SM에 이어 기업 거버넌스 개선하는 성과 올려
1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얼라인은 지난달 28일 열린 JB금융지주 정기 주주총회에서 김기석 후보(주주 제안)와 이희승 후보(얼라인 추천) 두 명을 사외이사로 선임하는 데에 성공했다. 11명으로 구성된 이사회에 얼라인측 인사가 두 명이나 입성하게 되면서 향후 JB금융지주에 대한 얼라인의 영향력은 더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얼라인은 지난해 말 기준 JB금융지주 14.04%의 지분을 보유한 2대 주주다. 최대주주인 삼양사(14.61%)와 지분 차이는 0.57%p에 불과했지만, 3대 주주인 OK저축은행(9.65%)이 JB금융지주를 지지하고, 4대 주주인 국민연금(6.16%) 역시 지난해와 달리 JB금융지주에 표를 던지면서 승기를 잡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예상됐다.
지난해 주총에서 얼라인이 제안한 김기석 후보 사외이사 선임안은 41.32% 찬성으로 부결된 바 있다.
의결권 자문사들의 판단도 갈렸다. 글로벌 의결권 자문사인 ISS와 글래스루이스는 지난해에 이어 올해에도 얼라인의 주주 제안(비상임 이사 증원, 사외이사 후보 추천)에 반대 의견을 표시했다. 반면 국내 의결권 자문사인 서스틴베스트는 주주 제안에 모두 찬성하며 얼라인의 손을 들어줬다.
얼라인이 성과를 거둔 데에는 전략적 판단이 유효하게 작용했다. 35%에 가까운 외국인 투자자들을 설득해 지지율을 확보했고, '집중투표제'를 제안해 의결권을 효율적으로 행사했다. 결과적으로 지난해에 이어 40%대의 지지율을 확보했고 표결에서 김기석 후보가 1위, 이희승 후보가 2위로 득표했다.
집중투표제는 주주총회에서 이사진 선임 시 주당 1표씩 의결권을 주는 방식이 아닌 선임되는 이사 수만큼 의결권을 부여하는 방식으로, 원하는 후보에 의결권을 몰아주는 것이 가능하다. 지난해와 지지율이 비슷했음에도 판이한 결과를 낳은 결정적 이유다.
한편으로 얼라인은 주총 사전에 가처분 신청을 통해 JB금융지주의 지분 0.75%를 보유한 핀다의 의결권 행사가 부당하다는 법원의 판단을 받아냈다. 상법은 10%를 넘는 상호출자를 했을 경우 각 회사의 상대 회사에 대한 의결권을 제한하고 있다. JB금융지주가 JB인베스트먼트가 운용하는 신기술투자조합을 통해 핀다에 투자함으로써 상법을 회피했으며, 실질적으로 10%가 넘는 만큼 의결권을 제한해야 한다는 내용이다.
이 가처분 인용은 JB금융지주 우호지분인 핀다의 의결권 행사를 막음과 동시에 "JB금융지주의 상법 회피를 사전에 막지 못한 기존 이사회의 독립성 및 전문성에 문제가 있다"는 얼라인의 명분에 힘을 실어주었다.
이창한 얼라인 대표는 "2명의 사외이사로 이사회 결의를 뒤집을 수는 없지만 안건에 대해 이의를 제기하고 철저하게 검증하는 것이 가능하기에 운영의 투명성이 크게 개선될 것으로 기대한다"며 "이런 활동이 국내 상장 주식시장에 긍정적인 변화를 가져오고 모든 주주들의 권익이 증진되는 결과로 이어지길 바란다"고 전했다.
얼라인이 주주 제안으로 성과를 거둔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얼라인은 2021년 설립 직후인 2022년 초 SM엔터테인먼트의 지배구조 개선을 요구하는 행동주의 캠페인을 진행하면서 이름을 알렸다.
당시 얼라인의 지분은 1%에 불과했으나 주주총회에서 다수 주주들의 동의를 얻어내면서 창업자인 이수만 전 총괄 프로듀서가 최대주주 자리에서 끌어내렸다. 이후 공개 서신을 통해 라이크기획과의 내부거래로 자금이 유출되는 것을 막고 이사회를 개편하는 등 지배구조를 대대적으로 개선한 바 있다.
뉴스웨이 류소현 기자
sohyun@newsway.co.kr
저작권자 © 온라인 경제미디어 뉴스웨이 ·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