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반도체·갤럭시 S24 흥행 영향 풀이LG, 구독 도입·B2B 사업 확대로 시장 돌파가전 강자 'LG' vs AI가전 변화구 던진 '삼성'
5일 삼성전자는 올해 1분기 연결기준 매출 71조원, 영업이익 6조6000억원의 잠정실적을 발표했다. 이는 전년동기대비 매출액이 11.4%, 영업이익은 무려 931.3% 증가한 수준이다.
같은날 LG전자도 잠정실적을 발표했다. LG전자에 따르면 올해 1분기 매출액은 전년대비 3.3% 증가한 21조959억원, 영업이익은 11% 감소한 1조3329억원으로 잠정집계됐다.
양사 모두 아직 결산이 종료되지 않은 가운데 투자자들의 편의를 돕는 차원에서 제공한 잠정실적이다. 따라서 각 사업본부별 등 구체적인 실적들은 공개되지 않으며 추후 확정 실적발표를 통해 파악할 수 있다.
삼성·LG, 나란히 잠정실적 공개···예상치 웃돌아
삼성전자와 LG전자 모두 시장의 기대치를 뛰어넘는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당초 증권가에서는 삼성전자의 올해 1분기 매출액은 72조6217억원, 영업이익은 5조2636억원을 예상했다. 매출액은 예상치에 살짝 못 미쳤지만 영업이익은 기대치를 훌쩍 뛰어넘는 어닝서프라이즈를 기록했다.
LG전자도 마찬가지다. 추정치를 보면 매출액은 21조2507억원, 영업이익은 1조2873억원이었다. 공개된 성적표에서는 매출액이 소폭 적지만 영업이익이 예상치보다 많은 이익을 거뒀다.
특히 삼성전자는 지난해 반도체 혹한기를 겪으며 15년 만에 가장 적은 연간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그러나 올해 1분기를 보면 다시금 실적이 회복되는 모양새다. 시장에서는 삼성전자의 이번 성적이 인공지능(AI)발 반도체 부문의 수요 회복과 야심작인 갤럭시 S24의 흥행이 맞물린 결과라고 보고 있다.
반도체 부문의 경우 업황 개선에 따른 가격 상승 속 고부가가치 제품 중심 판매를 통한 사업 조기 안정화에 주력한 결과 흑자 전환을 달성할 수 있었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4분기 실적 발표 당시에도 "수요 회복세가 지속되는 가운데 공급 측면에서는 선단제품의 비트 그로스(비트 단위로 환산한 생산량 증가율) 제약이 예상된다"면서 "선단 제품 수요 대응에 주력하는 가운데 생성형 AI 관련 HBM(고대역폭메모리)과 서버 SSD 수요에 적극 대응하며 수익성 개선에 집중할 계획"이라고 밝혔던 바 있다.
반도체를 담당하는 DS부문의 영업이익이 1조원대를 기록했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김동원 KB증권 연구원은 "1분기 DS부문 영업이익은 1조2000억원으로 2022년 4분기 이후 5개 분기 만에 흑자전환이 예상된다"며 "D램, 낸드 가격은 전 분기와 비교해 각각 15%, 27% 상승하고 파운드리(위탁생산) 적자 규모도 30% 축소될 전망"이라고 예상했다.
더불어 갤럭시 S24의 판매 호조도 실적을 끌어올리는데 보탬이 된 것으로 풀이된다. 갤럭시 S24는 지난 1월 삼성전자가 첫 선보인 'AI폰'으로 소비자들의 호기심을 자극하며 역대 갤럭시 S 시리즈 중 최단기간 100만대 판매 신기록을 세웠을 정도다. 이에 힘입어 삼성전자는 판매량 기준 글로벌 점유율 1위를 5개월만에 애플에 되찾아오기도 했다. 하나증권 등 추정치에 의하면 삼성전자는 올해 2월(잠정치) 1969만대(점유율 20%)를 판매, 애플(판매량 1741만대, 점유율 18%)을 앞섰다.
LG전자는 핵심사업인 생활가전 사업이 '올 뉴 스타일러', 올인원 세탁건조기 '워시콤보', 일체형과 대용량의 장점을 두루 갖춘 세탁건조기 '워시타워' 등 프리미엄 신제품이 시장 호응을 얻으며 성장을 견인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와 더불어 해외 시장의 지역별 특성과 수요 변화에 맞춰 라인업을 하방 전개하는 중저가(볼륨존) 공략도 좋은 성과를 내고 있고 B2B에 해당하는 HVAC(냉난방공조), 빌트인, 부품솔루션 등의 확대도 꾸준히 이어졌다고 LG전자측은 밝혔다.
전장 사업도 그간 확보해온 수주잔고가 매출성장으로 이어지고 있다는 설명이다. 특히 수주잔고는 지난해 말 90조원대 중반에서 올 상반기 100조원을 넘어설 것으로 전망했다.
이 가운데 구독 등 새로운 사업방식의 도입과 기업간거래(B2B) 사업 확대가 시장 수요회복 지연 등의 불확실성을 돌파하는 원동력이 되고 있다고 평가했다. 여기에 시장 수요 양극화에 대응해 볼륨존 라인업의 제품·가격 커버리지를 강화하는 차별적 시장 전략을 펼친 것도 주효했다고 덧붙였다.
시장에서는 올해 LG전자 B2B 매출 비중이 28%까지 확대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김 연구원은 "올해 B2B 매출비중 확대가 전사 실적을 견인할 것"이라며 "특히 글로벌 수요둔화에도 가전(H&A)사업은 프리미엄 제품과 볼륨존 라인업 판매 호조로 상반기 매출(16조5000억원)이 전년대비 성장세를 기록할 전망이다"이라고 관측했다.
양사, 'AI가전'으로 맞붙···지각변동에 주목
시장의 시선은 가전사업 부문의 승자를 누가 거머쥐었을지에 쏠리고 있다. 통상 가전사업 부문에서는 LG전자가 삼성전자를 앞서왔다. 그러나 올해를 특별히 바라보는데는 삼성전자가 연초부터 AI가전을 기반으로 가전사업 부문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삼성전자와 LG전자의 가전사업 부문의 실적을 동일선상에서 비교하기는 쉽지 않다. 양사의 사업부문별 분류기준이 차이가 있다는 점에서다. 삼성전자는 실적을 크게 DX부문과 DS(반도체)부문으로 구분하고 있다. DX부문은 여기서 또 한차례 VD(영상디스플레이)·가전사업부 및 MX(모바일)·네트워크사업부문으로 구분해 실적을 공개한다.
LG전자는 H&A(생활가전)사업부문과 HE(TV)사업부문 실적을 따로 구분한다. 이에 업계에서는 주로 삼성전자의 VD·가전사업부문 실적과 LG전자의 H&A사업부문과 HE사업부문을 합친 실적을 비교한다. 정확하지 않더라도 대략적인 비교는 가능하다.
해당 기준으로 보면 지난해는 LG전자의 승이었다. 매출로도, 영업이익으로도 마찬가지다. LG전자의 H&A사업본부 매출액은 30조1395억원, 영업이익은 2조78억원이다. HE사업본부는 매출액 12조2328억원, 영업이익은 3624억원이다.
같은기간 삼성전자의 VD·가전부문 매출액은 56조4400억원, 영업이익은 1조2500억원이다. 이 가운데 VD 매출액이 30조3800억원을 달성했다는 것을 감안하면 가전부문 매출은 대략 26조원 가량으로 추정된다. TV부문에서는 삼성전자가 앞섰지만 가전부문에서는 LG전자가 우위를 점했다. 영업이익은 LG전자가 H&A사업부문만 따져도 삼성전자의 2배 가량된다.
삼성전자가 가전부문의 드라이브를 거는 것도 이같은 판세를 뒤집기 위함으로 풀이된다. 무엇보다 AI가 가전제품에도 스며들면서 지각변동을 일으킬 수 있는 기회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다.
한종희 삼성전자 디바이스(DX)부문장(부회장)은 지난 3일 '웰컴 투 비스포크 AI(Welcome to BESPOKE AI)' 행사를 통해 "디지털가전(DA)사업부가 모바일경험(MX)나 영상디스플레이(VD) 사업부에 비해 약간 처진 것은 사실"이라고 현주소를 평가했다.
그러면서도 "(AI 가전은) AI가 가져다주는 새로운 가정 내 디바이스 패러다임의 변화"라며 "삼성전자는 AI 기능을 대폭 강화한 다양한 제품군을 선보이고 격차를 벌리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을 이어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뉴스웨이 정단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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