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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통·바이오 쿠팡 PB 우대의혹 논란···유통업계 촉각 세운 이유

유통·바이오 채널

쿠팡 PB 우대의혹 논란···유통업계 촉각 세운 이유

등록 2024.05.31 14:31

조효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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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의 기업 판촉 제약 이례적 행보PB상품, '인플레 방파제' 역할판촉 및 진열 제약 시 물가 인상 우려

그래픽=박혜수 기자그래픽=박혜수 기자

유통업계가 쿠팡의 PB 부당 우대 의혹에 대한 공정거래위원회(공정위)의 전원회의 심의 결과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31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대기업 상품과 비교해 30~40% 저렴한 쿠팡 PB상품의 판촉이 제약을 받을 경우 유통업체 전반에 파장이 클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유통사 전반에 PB상품 제약이 생겨 판매가 줄면 '물가 방파제' 역할을 사라지면서 대형 식품사들이 주도해온 물가 인상이 거세질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유통기업의 상품 진열 순서에 대한 정부 조사는 이번이 처음이다.

쿠팡 PB 규제시 소비자·납품업체 타격 가능성



공정위는 지난 29일에 이어 다음달 5일 전원회의를 열어 2년간의 조사에 대한 최종 결정을 내릴 방침이다. 공정위는 쿠팡이 상품의 검색순위 알고리즘을 조정해 직매입 상품(로켓배송 등)과 PB상품의 검색순위를 고정 노출했으며, 이는 소비자 기만을 통한 부당 고객 유인행위라고 보고 있다. 소비자들에게 사전에 고지한 '쿠팡 랭킹순' 산정 기준 등과 무관하게 소비자가 '우유' '생수' 같은 키워드를 치면 PB상품이나 직매입 상품이 상단쪽에 노출이 되는 것은 소비자 기만 행위라는 입장이다.

반면 쿠팡은 온·오프라인을 불문한 모든 유통업체가 동일하게 고객이 원하는 제품을 원하는 방식으로 보여주고 있으며 이는 유통업의 본질이라고 반박한다.

쿠팡은 판매 실적과 고객 선호도, 상품 정보 충실도 등을 종합적으로 반영해 상품을 노출하고 있다. 대형마트도 대부분의 인기 PB상품 등을 매출이 최대 4배 오르는 '골든존' 매대에 진열하는 상황에서 쿠팡만 규제하는 것은 '역차별'이라면서 여기에 대한 규제는 세계 최초라고 주장한다.

'쿠팡 랭킹순'은 쿠팡이 소비자에게 추천하는 상품이고, 고객은 '쿠팡 랭킹순' 외에 판매량순, 낮은 가격순 등 여러가지 방법으로 비교 선택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공정위는 쿠팡이 PB상품을 우대해 사업적으로 이익을 취했다는 시각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PB상품은 유통사의 '자사 브랜드'이고 저렴하게 만들 수 있는 만큼, 쿠팡이 자사 이익을 높이기 위해 알고리즘을 조작했다는 시각이다.

이러한 공정위의 견해와 달리 쿠팡은 PB 중소 제조사에 대한 투자로 5년간 1조2000억원의 손실을 봤다고 밝혔다.
쿠팡은 "PB를 제조하는 90%는 중소업체로, 대기업의 시장 장악으로 생존이 어려운 우수한 중소기업의 PB상품을 소개하고 있다"며 "우수 PB상품을 제조, 납품하는 중소기업의 제품 판매를 지원하고, 고객에게 더 나은 할인 혜택 제공을 제공했다"고 설명했다.

일각에서는 공정위가 일률적인 상품 진열 잣대로 쿠팡의 PB사업이 타격을 입을 경우, 업계와 소비자에게 미치는 영향이 상당할 것으로 보고 있다. 소비자들이 '생수' '치킨 너겟' '우유' '식빵' 등 상품 키워드를 검색해도 PB상품이 더 이상 앱이나 홈페이지 상단 등에 진열되지 못할 가능성이 높다,

업계 관계자는 "공정위가 시정명령을 통해 '상품 진열을 자유자재로 하지 말아라'고 주문할 수 있으며, 이 경우 쿠팡을 포함한 유통업체들이 PB상품의 온오프라인 우선 노출을 줄일 수 있다. 유통업체들이 PB상품 판촉과 우선 노출을 줄이면 그만큼 소비자 구매가 줄어들고 사업도 축소될 수 있다. PB제품 생산의 80~90%를 담당하는 중소기업들도 매출 하락에 직면할 가능성이 높아진다"고 말했다.

물가 인상 기폭제 되나



유통업계에서는 쿠팡을 시작으로 PB상품 판촉과 진열이 제약을 받을 경우, 궁극적으로 물가 인상을 부추기는 요인이 될 수 있다고 관측한다. 가격대가 높은 인기 브랜드의 우선 노출이 지금보다 더 확대될 수 있기 때문이다.

유통업체들은 대용량·다묶음 PB 상품을 개발하는 동시에 마케팅과 유통 비용 거품을 줄여 소비자가를 낮추거나 동결해오고 있다. 쿠팡의 가격 추적앱 '역대가' 등에 따르면 시리얼·두부·설탕·된장 등 쿠팡 PB상품 44종의 최근 1년(2023년 2월~2024년 2월) 평균 가격은 6.8% 하락했다. '곰곰' 브랜드의 된장(2kg·6290원), 콘프레이크(1.2kg·7760원) 등 여러 상품들은 일반 대형 식품사 브랜드와 비교해 반값이다.

이마트 등 다른 유통사들도 PB제품 가격을 수년간 지속적으로 동결해오거나 인상 주기를 최대한 늦추고 있다. 노브랜드 대표 상품인 감자칩(890원) 가격은 2015년 출시 직후 가격이 똑같고, CU와 GS25 등 도시락 등 PB상품의 중량은 올리고 가격은 낮추고 있다.

반대로 국내 시장점유율 1위를 확보한 주요 대형 식품사들은 올 들어 가격을 올리고 있다. 식용유·초콜릿·간장·김 등 주요 식료품 가격이 최근 연이어 인상됐다. CJ제일제당은 지난 5월 올리브유와 김 가격을 최대 33.8% 인상했다. 동원 F&B는 최근 양반김 전 제품 가격을 15% 올렸고, 롯데웰푸드는 빼빼로·ABC초콜릿·가나 마일드 등 가격을 최대 16.7% 올렸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 2021년부터 올 4월까지 소비자 물가 누적 상승률은 12.8%에 달했다. 업계에선 대형 식품사발 물가 인상이 올 6월부터 이뤄질 가능성을 점치고 있다.

학계에서도 PB상품이 '인플레 방파제' 역할을 해온만큼, 규제에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안승호 숭실대 경영학부 교수는 "단돈 10원이 비싸면 소비자가 구매를 하지 않는 시기에 검색창 최상단에 A상품,아래에 B상품식의 특정 원칙에 맞춘 진열방식은 소비자 편의를 저해한다"며 "다수의 편익을 저해하고 유통업계 경쟁력을 악화시킬 가능성이 있는만큼 신중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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